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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읽는 삼각법의 발견


하늘을 읽는 삼각법의 발견


기원전 150년, 배가 바다에서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그런데 밤이 되자 깜깜한 밤하늘에 선원들이 고향에서 보던 별이 떠올랐다. 선원들은 별자리의 위치를 보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아냈다. 이렇게 옛날 뱃사람들은 별을 길잡이 삼아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 수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별을 지표 삼아 길을 찾을 수 있었을까?

삼각형으로 길을 찾다
 

17세기 네덜란드 별자리 지도.


지금은 도로가 잘 닦여 있어 웬만한 길은 차로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곡식이나 옷감처럼 무거운 짐을 멀리 옮길 때 주로 배를 이용했다. 강을 따라 내륙 깊숙이 까지 배를 움직였는데, 육로로 이동하는 거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큰 바다로 나가면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 방향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준이 필요했다. 나침반도 없고 지도도 정확하지 않았던 시절에 밤하늘의 별이 기준이 됐다.

별의 위치를 기억하기 위해 별들이 몇 개씩 모여서 이룬 모양에 이름을 붙였다. 큰곰자리, 궁수자리, 카시오페이아자리와 같이 생김새에 따라 별자리를 만들고 그 이름을 지으면 어디에서 별을 보더라도 구분해내기가 쉽다. 그리고 어떤 각도에서 별자리가 보이는가에 따라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고향에서 북두칠성을 왼쪽에서 봤던 것을 기억하면 망망대해에서 북두칠성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보고 지금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이때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 삼각형을 그렸다. 그들은 왜 삼각형을 그렸을까? 여기에 위대한 발견이 숨어 있다.

세 개의 변과 세 개의 각으로 이뤄진 삼각형은 세 변의 길이를 알면 정확한 모양의 삼각형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삼각형이 다른 도형과 다른 매우 중요한 성질이다.

그림과 같이 세 변의 길이가 6cm, 8cm, 12cm인 삼각형과 세 변의 길이가 12cm, 16cm,24cm인 삼각형은 각각 단 하나의 삼각형으로 결정된다. 두 삼각형은 변의 길이 사이에 1:2의 비가 성립해 크기는 다르지만, 두 삼각형의 모양은 똑같다. 이처럼 두 삼각형에서 세 각의 크기가 같아 모양이 같으면 두 삼각형이 닮았다고 한다.
 

두 삼각형에서 세 각의 크기가 같아 모양이 같으면 두 삼각형이 닮았다고 한다.


모양이 같으면 각 변의 길이 비는 같다. 이런 삼각형의 닮음 성질을 이용해 삼각법이 생겼다. 그리고 이 삼각법을 기반으로 그려낸 별자리 지도를 믿고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큰 바다로 항해를 나설 수 있었다.

삼각법의 출발
 

삼각법의 출발


삼각법은 기원전 150년경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히파르코스에 의해 시작됐다. 히파르코스는 가장 위대한 그리스 천문학자로 관측소를 세워 여러 관측도구를 발명해 천체를 관측했다.


 



잴 수 없는 거리를 재다
 

잴 수 없는 거리를 재다


사인 값을 표로 만드는 일이 왜 필요했을까? 히파르코스의 스승인 아리스타쿠스는 지동설을 주장했고, 월식을 이용해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지구 크기의 35배임을 계산한 천문학자다. 그는 반달일 때 지구-달-태양이 직각을 이루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때 달-지구-태양이 이루는 각을 쟀더니 87°였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를 알고 달-지구-태양의 각도를 알기 때문에 87°의 사인 값을 이용하면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계산 결과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20배 정도였다. 이로써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지구 크기의 35배의 20배, 즉 700배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 각은 87°가 아니라 89°50'이기 때문에 실제 거리도 다소 차이가 난다.

이렇게 삼각형을 이용해 변의 길이를 알아내는 방법은 ‘삼각측량’이라는 분야로 발달했다. 삼각측량이란 측량을 원하는 지역에 계속 삼각형을 이어 그리면서 거리를 재는 방법이다. 두 지점 A와 B가 있다(그림4). A와 B 사이의 거리를 직접 잰다. 그리고 또 다른 지점 C를 잇는 삼각형을 그린다. A와 B에서 C를 바라보는 각을 잰다.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이므로 ∠C도 알 수 있다. B와 C 사이의 거리는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사인 값을 이용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각 C의 사인 값에 대한 각 A의 사인 값의 비에 A와 B사이의 거리를 곱해 구한다. 이 방법을 계속하면 오직 두 지점 사이의 거리만 직접 측량하고, 이후에는 새로운 지점을 바라보는 각만 측정해 계속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는 몇 번 반복하면서 실제 길이를 측정해 측량에서 생길 수 있는 오차를 점검한다.
 

삼각측량


우리 손에 넘겨진 삼각법

히파르코스는 하늘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 별 사이의 거리를 계산했다. 이렇게 시작된 삼각법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 유럽에 이르기까지 측량과 천문, 항해 같은 분야에서 활용됐다. 한 예로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은 잴 수 없는 거리를 각도를 이용해 계산하면서 바닷길 지도를 만들었다. 이것은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뱃길을 발견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미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삼각법이 천문학에 미친 영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삼각법은 코페르니쿠스가 태양중심설을 주장했을 때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제자이자 동료였던 독일의 수학천문학자 레티쿠스로부터 ‘모든 종류의 삼각형에 대하여’라는 책을 받았다. 이 책은 독일의 천문학자 레기오몬타누스가 1464년에 완성한 책으로 삼각법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이 책을 탐독하며 하늘에 수없이 많은 삼각형을 그렸다. 그가 보던 책의 여백에는 직접 쓴 메모가 수없이 남겨져 있다.

이후 삼각법은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주기가 있는 현상을 분석하는 삼각함수로 발전했다. 그리고 삼각함수는 휴대전화와 MP3와 같은 음파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분석할 때도 이용된다. 또 삼각측량은 현대에 와서 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계산하는 GPS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삼각법이 시작된 지 2천여 년만의 일이다. 삼각함수를 이용해 어떤 기계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는 히파르코스의 자손에게 남겨진 행복한 숙제다.

2010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남호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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