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수학적 체계 밖으로 내보내 시적인 기호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이상. 이런 설명을 들을수록 소희의 궁금증과 호기심은 자꾸만 커져간다.
입체적으로 보면 그렇다는 거죠? 이상의 시에는 수로 표현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수학이 숨어 있는 셈이네요. ‘선에관한각서 1’도 설명해 주세요.
그런데 그 다음 줄을 보면 ‘사람은숫자를버리라’라는 말이 있어요. 수로 우주를 표현하고선 왜 수를 버리라고 한 거죠?
응, 이 말은 무한한 우주에 비해 사람이 합리성과 과학성을 내세워 따지는 일이 너무 작지 않냐는 의미로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표시라고 해석하기도 한단다. 어떤 전문가는 타인의 추상적 사고가 자신의 세계를 침범할 때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규범을 버리라는 의미라고 말하기도 하지. 또 신범순 교수님처럼 ‘멱’이 무한히 큰 어떤 수를 가리키고, 이 무한수를 구체적으로 표시할 수 없는 수학의 숫자를 버리라는 의미라고 해석 하기도 하고. 왜냐하면 이상은 우주가 수로 표현할 수 없는 무한수로 돼 있고, 지금의 수학이 이것을 계산할 수 없다고 봤기때문이라는 얘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