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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잡학다식하다고 우기는 아빠에게 자신이 쓴 시를 보여 준 수동초등학교 6학년 소희. 생각지 않게 다양한 수학 표현을 활용했던 시인 이상에 대해 듣는다.

아빠, 제가 쓴 시를 듣고 의견 좀 주세요. ‘노래와 춤, 그리고 반짝이는 다각형’이라는 시예요.

음, 시간은 그룹의 멤버수거나 이름인 거 같고, 둘째 연에서는 춤추는 모습을 표현한 것 같은데….

너무 쉽나? ‘수학시를 지어봐’에 응모하려고 쉽게 쓴 건데….

아니야, 수학을 이용해 시를 쉽게 쓰는 걸 보니, 우리 딸에게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것 같아. 수와 도형으로 시를 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천재시인으로 유명한 이상의 시에서도 다양한 수학적 표현을 만날 수 있거든.

아이참, 아빤 아침부터 비행기 태우고 그러셔. 그런데 이상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에요?

원래 이름은 김해경이고 이상은 필명이야. 필명은 글을 쓸 때 사용하는 이름으로 연예인 ‘비’가 실제 이름이 아닌 가명으로 활동하는 것과 비슷하단다.

필명이 훨씬 멋있네. 저도 이참에 필명이나 하나 만들어 볼까요?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니…. 아, 그러고 보니 올해가 이상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구나. 8월 20일이니 얼마 남지 않았네.

100년 전이면 일제강점기 때 사셨던 분이네요.

그렇지. 이상은 1929년에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현재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인재란다. 숫자로만 보면 지금의 대학교보다 훨씬 적은 고등교육기관이었지.

그럼 지금의 대학원이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어…, 그런데 건축과를 졸업했는데 시인이에요?

사실 과학자나 시인이나 자연과 인간의 신비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볼수 있지.

그래도 뭔가 어색하게 느껴져요.

옛날에는 철학자가 곧 수학자이자 과학자였어. 지금처럼 철학과 수학이 나눠지지도 않았고, 수학을 잘 이해해야 철학을 할 수 있었거든. 이런 특성은 박사학위 명칭에도 남아 있지. 이공계 박사를 보통 Ph.D.라고 줄여서 말하는데,‘Doctor of Philosophy’의 약자란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철학 박사’지.

와, 신기해요. 그러니까 물리학 박사도 수학 박사도 철학 박사라는 거죠?

노래와 춤, 그리고 반짝이는 다각형

5시엔 원더걸스,
9시엔 소녀시대,
그리고 2pm엔 초침과 분침이 춤추고,
2am엔 두 명의 천사가 노래와 춤을 꿈꾼다.

첫째 줄에 하나
둘째 줄에 둘 또는 넷
그리고 셋째 줄에 둘 또는 넷이
아름다운 삼각형을 만든다.
때론 빠르고 때론 느리게 움직이는
춤은 어지러운 다각형이다
 

1920년대 말 경성고 재학 당시 교내 화실에서의 이상.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이상은 화가가 되고 싶어 했다.
 

다 빈치 같은 다방면의 천재, 이상

응. 게다가 예술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 사람들은 수학과 과학에서도 좋은 재능을 보인 사례가 많단다. 대표적인 사람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야. 이상도 다 빈치처럼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한 다방면의 천재라고 볼 수 있단다. 전인적이고 다재다능하며, 수학과 과학을 정보로 활용했지.

아빠. 그런데 일제강점기에는 어떤 수학과 과학을 배웠어요? 지금보다 쉬웠겠죠?

이상은 첨단 학문을 공부한 걸로 볼 수 있어. 그 당시 서양의 최신 과학기술과 수학이 수록된 교재로 공부했거든. 일본 도쿄대학교와 같은 교재를 썼지.

와, 대단해요.

그런데 당시의 첨단 과학기술과 수학을 공부했지만 그는 세상과 자연을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모두 알 수 있다는 ‘기계론적 자연관’을 거부했단다. 이상은 정신과 같이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것에 수학이 모르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고 생각했어. 수학과 과학으로 세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의 감성으로 수학을 받아들이고 자주 사용했지. 수학자는 아니었지만, 상당한 수준의 수학적 직관을 가졌어.

수학 실력이 뛰어나다고 어려운 수학 기호를 많이 쓰진 않았겠죠?

이상은 ‘삼차각설계도-선에관한각서 1’ ‘건축무한육면각체’ ‘신경질적으로비만한삼각형’처럼 제목에서부터 삼각형, 육면체, 선 등 우리가 잘 아는 용어를 활용하면서도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그렸어.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라는 영화제목을 본 것 같은데, 그거랑 같은 거예요?

그래. 그 영화는 이상이 건축가로 이름을 날릴 때 쓴 ‘건축무한육면각체’가 어떤 암호일지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영화란다.
 

2010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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