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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양에 담긴 비밀

타원형 떡국, 꼬불꼬불한 라면. 모양에 맛의 비밀이 숨어 있다.

떡국의 떡은 왜 타원형?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는 설에는 새하얀 떡으로 떡국을 끓여 먹는다. 새해 첫 날을 맞아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뜻에서 흰 떡으로 만드는 것이다. 해가 바뀌는 날에 먹기 때문에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이야기도 자연스레퍼졌다.

떡국에 들어가는 떡은 긴 ‘가래떡’을 썰어 만든다. 가래는 둥글고 길게 늘여 만든 것의 도막이라는 뜻이다. 한옥 지붕을 받치는 둥글고 긴 나무를 서까래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떡국에는 떡시루에서 찐 떡을 길게 뽑아 만드는 가래떡처럼 오래 살면서 행복과 재산도 쭉쭉 늘어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옛날 궁궐에서는 가래떡을 똑바로 썰어 동그란 모양의 떡국을 만들었다. 하지만 가난한 일반 백성들은 떡을 크게 보이게 하려고 가래떡을 비스듬히 썰었다고 한다. 지름이 2.4cm인 가래떡을 원 모양으로 썰면 넓이가 1.44π(=1.2×1.2×π)cm2다. 비스듬히 썰어 타원형인 떡은 보통 짧은 쪽이 2.4cm, 긴 쪽이 4.8cm여서 넓이가 2.88π(=1.2×2.4×π)cm2다. 가래떡을 바로 썰지 않고 비스듬히 썰기만 해도 넓이가 2배나 커진다.

가래떡뿐 아니라 오이나 당근을 썰때도 비스듬하게 써는 경우가 많다. 타원 모양으로 썰어놓은 면은 원 모양보다 넓이가 넓어 양념이 쉽게 배어든다.열을 많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조리도 빨리 된다. 재료 자체의 맛이나 향을 우러나오게 하는 데도 유리하다.

도넛에 구멍이 난 이유
 

반죽의 가운데에 구멍을 뚫고 기름에 튀기면 표면의 넓이가 넓어져 열이 잘 전해진다.


북한에는 ‘가락지빵’이란 말이 있다. 무엇을 가리키는 말일까? 가락지라면 손가락에 낄 수 있도록 동그란 구멍이 난 물건을 말할텐데 빵이라고 한다면…. 바로 도넛이다.

도넛에는 왜 구멍이 생겼을까? 도넛 가게에서 밀가루를 적게 쓰려고 가운데 부분을 파냈다는 소문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전부라면 구멍 뚫린 도넛이 다른 모양의 도넛보다 유명해지긴 힘들었을 것이다. 먹는 음식이니만큼 맛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구멍 뚫린 도넛은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뱃사람이었던 핸슨 그레고리는 기름에 튀겨 만드는 도넛이 항상 가운데가 잘 익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매번 후추통으로 도넛의 가운데에 구멍을 내어 먹곤 했다. 그러다가 아예 처음부터 밀가루 반죽 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튀기는 방법을 개발했다. 구멍을 뚫으면 기름의 열을 받아들이는 부위가 넓어진다. 도넛은 보통 폭 9cm, 높이 3cm에 지름 2.5~3cm의 구멍을 가지는데 구멍이 없을 때보다 표면의 넓이가 7% 정도 커진다.

고리 모양의 안팎으로 열이 전달되니 기름에 튀기는 시간도 줄고 맛 또한 더욱 담백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 도넛회사에서는 도넛을 만들 때 반죽 가운데에 구멍을 뚫는 방법을 쓰지 않는다. 반죽을 기계 속에 밀어 넣으면 관을 빠져나오면서 고리 모양이 되는데 그대로 기름에 튀겨 만든다.

도넛 모양의 음식은 우리나라에도 있다.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남 순창에 가면 구멍 뚫린 도넛 모양의 고추장 메주를 볼 수 있다. 겨울에 만드는 된장 메주와 달리 고추장 메주는 여름에 만든다. 고추장의 단맛을 내는 곰팡이가 여름에 잘 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운 날씨에 빨리 말리지 않으면 썩기 쉽다. 메주를 쑨 다음 구멍 뚫린 도넛 모양으로 만들면 메주의 안팎으로 바람이 닿는 부위가 넓어져 잘 마른다.

꼬불꼬불한 라면의 비밀
 

꼬불꼬불한 면(2)을 쌓아놓으면 직선의 면(1)을 차곡차곡 쌓은 것보다 공간이 많아 열과 물이 잘 들어간다.


추운 겨울 밤, 밥을 해 먹긴 귀찮고 밖에 나가기도 번거로울 때 선택하는 음식‘라면’. 심지어 배가 고프지 않아도 라면 냄새가 나면 금세 먹고 싶어진다. 쫄깃쫄깃한 면발과 얼큰한 국물의 맛이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1년에 75개의 라면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어린 아이들이 할머니의 뽀글뽀글 파마한 머리를 라면 머리라고 부를 정도로 라면은 어른이나 아이 모두에게 친숙한 음식이다. 그런데 문득 라면이 꼬불꼬불한 모양을 하게 된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국수나 짬뽕은 모두 직선으로 생겼는데 왜 유독 라면만 꼬불꼬불할까?

보통 라면의 면은 기름에 한 번 튀겨 나온다.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기면 반죽 속에 있던 물기가 빠져나가면서 작은 구멍이 생긴다. 이 면을 끓는 물에 넣으면 구멍을 통해 물을 빠르게 흡수해 쫄깃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만약 면이 꼬불꼬불하지 않고 국수처럼 기다란 것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양이라면 면 사이의 공간이 촘촘해 기름에 골고루 튀겨지지 않는다. 끓인 물에 담그더라도 빈틈이 없으니 물이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다. 어렵게 면이 익더라도 서로 달라붙기 쉽다. 면이 꼬불꼬불한 덕분에 공간이 생겨 그 사이로 열과 물이 잘 들어간다.

그 결과 면발 하나하나가 탱글탱글하게 살아나고 스프의 양념도 쉽게 스며든다. 젓가락질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면 한 가닥의 길이는 약 45cm로 한 번 접거나 돌돌 말지 않으면 끊지 않고 한 젓가락에 먹기 힘들다. 라면 한 봉지에는 이런 면발이 총 100가닥이 들어 있어 무려 45m가 넘는 면이 쌓여 있다. 네모난 라면은 각 가닥이 꼬불꼬불하게 여러 겹으로 쌓여 있어 충격에 강하다. 동그란 라면은 둥근 냄비에 쏙 들어가 면이 더 잘 익는다는 장점이 있다.

2010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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