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 안에 위치 있다
여름방학이 되자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전화만 드리다가 맘먹고 편지지를 집어 들었다. 사랑을 듬뿍 담은 편지를 보내려니 우편번호를 모른다. 원체 편지 쓸 일이 없으니 우편번호라는 말조차 새롭다.
우편번호는 전국을 가장 쉽고 빠르게 구분하는 번호다. 6자리의 번호 안에 우리나라의 위치 정보를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편번호는 앞의 세 자리를 발송용 번호로, 뒤의 세 자리를 배달용 번호로 나눈다. 우편물은 앞의 세 자리에 따라 전국 24개의 우편집중국으로 발송된다. 우편집중국은 우편물의 양에 따라 설치한 우편물 처리 전담 기관이다.
세 자리 중 첫 번째는 광역행정구역을 뜻한다. 서울은 1, 강원도는 2, 대전과 충청은 3, 인천과 경기는 4, 광주와 전라는 5, 부산과 울산, 경남과 제주까지 6, 대구와 경북은 7이다. 두 번째는 각 우편집중국이 담당하는 권역, 세 번째는 시군구에 따라 정했다. 뒤의 세 자리는 상세한 위치 정보로 집배원의 담당구역에 맞게 나눴다.
전국을 번호로 구분하는 또 다른 사례는 전화번호에 있다. 일반전화번호의 앞자리에는 0으로 시작하는 지역번호가 있다. 휴대전화로 일반전화와 통화할 때도 해당 지역의 번호를 꼭 눌러야 한다. 지역번호는 전국을 특별시, 광역시와 도에 따라 총 16개로 나누고 있다.
지역번호가 02인 서울은 유일하게 2자리의 지역번호를 쓴다. 그 외 다른 지역은 모두 지역번호가 3자리다. 03X는 경기도, 인천, 강원도가 함께 쓰며 세 번째 자리가 순서대로 1, 2, 3이다. 충청권은 04X, 경상권은 05X, 전라권과 제주도는 06X를 쓴다.
번호로 보는 스포츠
야구장 안은 한여름 밤의 열기로 가득하다. 전광판을 보면 오늘 출전한 선수들이 1번부터 9번까지 그리고 투수까지 나란히 표시돼 있다. 그런데 선수 이름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번호가 하나씩 더 써 있다. 순서도 없는 것이 심지어 D, P라는 알파벳도 섞여 있다.
평소에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을 이 번호는 선수의 수비 위치를 나타낸다. 2번은 포수, 3번은 1루수, 4번은 2루수다. 유격수는 2루와 3루 사이에 있지만 번호는 5번이 3루수, 6번이 유격수다. 7번은 좌익수, 8번은 중견수, 9번이 우익수다. 1번은 투수의 위치인데 P(pitcher)라고 주로 쓴다. D는 수비를 하지 않는 지명타자(designated hitter)를 뜻한다.
수비 위치를 나타내는 번호는 야구 중계를 보다 보면 자주 등장한다. 2008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 야구팀이 우승하던 순간을 기억해 보자. 9회 말 원아웃에서 쿠바 타자가 친 공을 유격수가 잡아서 2루수에게 던지고, 2루수는 다시 1루수에게 공을 던져 경기를 마쳤다. 이때 해설가는 643의 병살타로 승리를 거뒀다고 설명한다. 643이란 바로 유격수-2루수-1루수를 가리키는 말이다.
축구 선수는 등에 적힌 번호를 보면 대략 위치를 알 수 있다. 주전 선수를 중심으로 1번은 골키퍼, 2~4번은 수비수, 5~8번은 미드필더, 9~11번은 공격수를 뜻한다. 이중 7번과 10번은 팀의 핵심 선수가 차지한다. 12번부터는 후보 선수거나 번호를 뒤늦게 받은 선수다. 특히 20번은 예전에 10번을 달던 선수 또는 미래의 10번으로 기대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