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체험] 손끝으로 만나는 수학세상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이매지너리

독자탐방


 
여기 수학의 아름다움과 예술성은 물론, 수학이 세상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자리한 ‘이매지너리’다. 이매지너리는 방정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수학 그림에서부터 빙하의 생성과 소멸, 화산재의 이동경로 등 생활 속에서 활용되는 수학 원리까지 살펴볼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수학 체험 전시관이다. 수학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이매지너리로 떠나 보자!

독일에서 시작된 수학 대중화 열풍


이매지너리에 들어서면 화려한 조명 아래, 벽면을 가득 메운 커다란 칠판이 먼저 눈에 띈다. 바로 수학자들의 토론 공간이다. 칠판 끝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매지너리에는 다양한 수학 조형물과 터치스크린이 길게 늘어 서 있다. 이 전시회는 독일의 한 수학연구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국가수리과학연구소에 자리매김하게 된 걸까? 이매지너리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강철민 박사에게 직접 물어봤다.

이승훈 : 독일에서 시작된 전시회 이매지너리의 역사가 궁금해요.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계기로 우리나라까지 들어오게 된 건가요?

강철민 박사 : 이매지너리는 독일 오버볼파크에 위치한 ‘오버볼파크 수학연구소’가 처음 기획한 수학 전시 프로그램이에요. 2008년 독일 수학의 해를 기념해 만들어졌어요. 수학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였죠. 그해 독일에서 크게 성공한 뒤, 이를 바탕으로 유럽, 북미, 남미,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졌어요. 우리 연구소에서도 ‘한국 수학의 해’를 기념해 오래 전부터 수학의 아름다움을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할 만한 프로그램을 찾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독일의 ‘이매지너리’를 알게 돼 들여오게 됐어요.

이동해 : 체험관을 둘러보니, 교과서에서 볼 수 없었던 신기한 3차원 도형들이 많아요. 이런 3차원 도형을 그리는 방정식은 어떻게 구하나요?

강철민 박사 : 수학자들은 방정식은 물론, 대칭성과 3차원 도형에 대해 깊이 연구하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보다 3차원 도형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요. 예를 들어 이매지너리를 대표하는 레몬을 닮은 도형을 살펴볼게요.
우선 이 도형은 단면이 원이라는 사실로부터 수식에 원의 방정식인 ‘$x²+z²$’꼴의 항이 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또 레몬 모양은 끝없이 이어지는 무한한 도형이 아닌 유한한 도형이므로, $y$의 절댓값이 얼마 이상일 때에는 해가 없도록 만들어야 해요. 이렇게 구한 도형의 방정식은 $x²+z²-y³(1-y)³$=0이에요.
하지만 수학자들도 매우 복잡한 3차원 도형은 쉽게 구상하지 못해요. 원하는 도형에 대응되는 방정식을 찾기 위해서 여러 차례 실패를 반복한 끝에 겨우 찾아내는 거예요.

3차원 도형을 맘껏 그린다, 서퍼!

이매지너리의 가장 큰 특징은 터치스크린을 통한 체험이다. 이매지너리에서는 방정식을 직접 입력해 도형을 그려 볼 수 있는 ‘서퍼’를 비롯해, ‘2013 지구를 위한 수학’ 공모전에서 입상한 프로그램 체험, 물고기 떼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신데렐라 등 여섯 종류의 터치스크린 체험을 할 수 있다. 독자기자들은 서퍼를 직접 체험하며, 그 특징을 정리해 봤다.
 

그려진 곡면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다.

서퍼는 미지수 세 개($x, y, z$)로 이루어진 대수 방정식에 대응되는 곡면을 실시간으로 그려 준다. 또한 방정식의 각 계수나 차수 등을 손쉽게 변경할 수 있어, 변경된 방정식에 대응되는 곡면도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트 모양을 가진 3차원 도형의 방정식은 $(x²+\frac{9}{4}y²+z²-1)³-x²z³-\frac{9}{80}y²z³$=0인데, 이 방정식을 $(x²+\frac{9}{4}y²+z²-1)³-x²z³-\frac{9}{80}y²z²$=0으로 변경하면 평범한 하트 대신 팬티 입은 하트를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서퍼를 통해 수식과 도형의 관계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복잡한 3차원 도형을 손쉽게 그릴 수 있다.

서퍼를 이용하면 레몬을 닮은 도형이나 하트, 도넛을 닮은 토러스처럼 잘 알려진 곡면은 물론, 뾰족한 점이 아주 많은 복잡한 3차원 도형도 쉽게 그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수학자 볼프 바스가 1996년에 설계한 ‘바스의 6차 곡면’은 위의 그림에서처럼 도형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는 특별한 도형이다. 특히 이렇게 손으로 그리기 어려운 도형을 그릴 때 서퍼가 아주 유용하다. 게다가 그 모양도 아름다워 예술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서퍼는 오프라인 전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홈페이지(www.imaginary.org)에서도 체험해 볼 수 있다. 회원가입 후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3차원 도형을 그려 볼 수 있고, 갤러리를 통해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오프라인 전시장인 이매지너리에서는 터치스크린을 적극 활용해 좀 더 실감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세상을 위한 수학을 소개한다!

독일 이매지너리 운영진은 좀 더 다양한 수학 체험 소재 발굴을 위해 수학자들의 연구를 적극 활용했다. 특히 지난해 열린 ‘2013 지구를 위한 수학’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각국 수학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돕는 목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공모한 것이다. 공모 결과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은 전염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해결책을 담은 작품들이 응모되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이매지너리에서는 수상작 4개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데, 그중 2개를 먼저 만나 보자.

① 지구와 지도의 관계

지도는 사용 목적에 따라 다르게 그려진다. 표면이 둥근 지도를 평면 위에 정확하게 펼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의 위선과 경선 사이의 각도를 정확하게 그린 지도가 있는가 하면, 땅의 넓이를 정확하게 나타낸 지도가 있다. 스페인 수학자 다니엘 라모스 교수팀은 ‘2013 지구를 위한 수학’ 공모전에서 지도의 왜곡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1위를 차지했다. 메뉴에서 자신이 원하는 도법으로 그려진 지도를 고르고 대륙을 마우스(또는 터치)로 클릭하면, 실제 대륙의 크기와 비례해서 대륙을 채우는 동그라미(원 또는 타원)의 모양과 크기가 자동으로 달라지는 원리다. 온라인에서 누구나 체험해 볼 수 있다.

② 화산재는 어떻게 날아갈까?

독일 프라이부르크 알베르트루트비히대학교 응용수학과 토비아스 말크머스 교수팀은 화산재 분포 시뮬레이션을 제작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시간에 따라 화산재가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교수팀은 화산의 위치와 바람의 방향, 바람의 세기와 분산 정도를 미지수로 하는 편미분 방정식을 세워 이를 가능하게 했다. 온라인에서 누구나 체험해 볼 수 있다.

Σ 진로정보
이매지너리, 수학과 예술을 잇는 전문가 총 출동!


이매지너리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만든 결과물이다. 수학자만 있어도 안 되고,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있어도 안 된다. 이매지너리와 같은 수학과 예술이 만나는 현장에는 어떤 전문가들이 필요할까? 독일 오버볼파크 수학연구소의 안드레 다니엘 매트 박사에게 직접 물어봤다.

미니 인터뷰

이승훈 : 이런 수학 체험 전시회를 기획하려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한가요?

안드레 다니엘 매트 박사 : 이매지너리는 크게 수학자,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가 함께 모여 기획한 전시입니다. 수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주요 수학적 아이디어와 전시의 내용을 담당하고 있죠.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수학자들의 아이디어가 장치에서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 불편함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역할도 개발자가 담당하죠. 또한 일반인이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예쁘게 보여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의 손길이 더해져 최종 프로그램이 만들어지죠.

이동해 :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을 잘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요?

안드레 다니엘 매트 박사 :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매지너리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보다 지금 훨씬 더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려면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같은 반 친구들도 개성이 서로 다르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생각하는 방식과 기준이 다르므로 친구들의 의견이나 성격도 모두 다를 거예요. 의견의 차이가 생길 때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기보다는 다른 점을 인정하고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며 서로 돕는 능력을 기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승훈 : 수학과 예술 분야를 이용해 꿈을 이루려는 청소년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안드레 다니엘 매트 박사 : 어린 친구들은 누구나 수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디자이너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 분야는 전혀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자신의 적성에 맞는 꿈을 찾아나가야겠죠. 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학을 열 심히 공부해야 해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알고리즘을 잘 이해해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어야 하죠.
그런데 알고리즘이 결국은 논리의 흐름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논리력 발달을 위해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또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미적 감각을 갖추는 게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수학·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 있어야 현재의 기술로 구현 가능한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학생도 수학과 과학 공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돼요.
수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우리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자꾸자꾸 체험해 보세요. 자주 경험할수록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생길 테니까요.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4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ginny@donga.com) 기자
  • 도움

    강철민
  • 도움

    배자호
  • 도움

    안드레 다니엘 매트
  • 사진

    Lees
  • 사진

    국가수리과학연구소
  • 사진

    독일 오버볼파크 수학연구소
  • 사진

    포토파크닷컴
  • 기타

    이동해
  • 기타

    이승훈

🎓️ 진로 추천

  • 수학
  • 컴퓨터공학
  • 미술·디자인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