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이 아닌 남자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툴라와 인연을 맺은 허풍과 도형. 툴라가 아버지께 결혼 허락을 받을 수 있도록 툴라의 남자친구인 이안을 도와 준다. 이안의 마음을 안 툴라의 아버지는 결국 결혼을 승낙한다. 그리스에서 보람 있는 일을 한 허풍과 도형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헝가리로 향한다.
1. 스타 탄생의 길, 외르뵈시 경시대회
부다페스트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체니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허풍과 도형.
“도형아, 온천욕이란 탕 안에 들어와서 눈을 감고‘아~, 시원하다’라고 말하면서 즐기는 거란다.”
“에이~. 영감님 같잖아요. 하하하.”
“뭐, 영감? 원래 이렇게 하는 거거든.”
허풍과 도형은 온천욕을 끝내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는데…. 여기저기 붙어 있는 포스터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웅성거리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 허풍 님의 무용담을 적은 벽보라도 붙은 건가? 이놈의 인기란…. 헝가리의 여인들이 이 허풍님의 얼굴을 보면 더 반하고 말겠지.”
“수학경시대회를 알리는 벽보랍니다. ‘외르뵈시 경시대회’에서 1등 하면 스타 자리는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죠.”
“수학의 인기가 굉장한가 봐요. 아~! 그래서 아까 온천 벽에 수학 문제가 있었던 거구나. 선생님,우리도 출전해요. 네?”
“뭐야, 내 이야기가 아니잖아. 체!”
“혹시 세체니 온천에 있는 문제 말이니?”
“네, 아까 풀어 봤거든요.”
“굉장해! 그건 지난 대회 문제야. 만만찮은 문제인데 너 정말 대단하구나!”
“이 허풍이 약간 도와 줬지요. 이 아이, 제 조수거든요. 온천욕을 즐기며 풀기 딱 적당하더군요.”
허풍은 문제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괜스레 허풍을 떤다.
“굉장하세요. 그럼 이 문제는 어떠세요? 제가 이 대회에 출전했을 때 풀었던 문제랍니다. 전 탈락했지만요. 하하.”
당황하는 허풍, 도형에게 문제를 떠넘긴다.
“도형아, 이 정도는 네가 풀어도 될 듯하구나. 허허허.”
“가로, 세로줄에 1부터 5까지의 숫자를 중복되지 않게 쓰는 퍼즐이에요. 상단에 써진 수식에 맞게 숫자를 채워야 하고요. 예를 들어 ‘4×’라고 적혀 있는 상자 안에는 곱했을 때 4가 되는 서로 다른 숫자를 넣어야 해요.”
망설임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도형의 모습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2. 경시대회를 앞두고 설렌 도형
“오호, 어린 친구가 대단하구먼. 내일 열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해 보지 않겠니? 외국인도 참가할 수 있단다.”
“네! 저 할래요. 선생님 괜찮죠?”
도형에게 참가 제안을 한 사람은 이번 대회의 심사위원 중 한 사람인 뉴만이다.
“두 사람 다 출전해도 좋아. 그런데 대회는 개인전이란다. 대회 일정을 적은 종이가…. 그래, 여기 있다. 이건 대회장 약도란다.”
“음…. 이 선생님이 네 상을 뺏을 순 없잖니. 열심히 응원하마. 꼭 1등 해서 상품 타 오거라. 어험.”
두 사람은 숙소에 돌아와 잠자리에 눕는다.
“두근두근~ 너무 떨려요. 선생님 처음 만날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 그때도 대회라면 대회였지. 갑자기 경성이 그리워지는구나….”
“네~, 벌써 1년 전 일이에요. 경성을 떠난 지도 10개월이나 됐고요. 시간 정말 빠르죠?”
“그러게. 도형이 너 시골에서 갓 올라와 참 촌스러웠는데…. 이 허풍 님 만나 용 됐다, 용 됐어. 하하.”
두 사람은 지난 8월, 경성에서 처음 만났던 일을 생각하며 감상에 젖는다.
“그나저나 도형아, 아까 식당에서 말했던 문제는 뭐니?”
“온천에서 봤던 문제요? 선생님도 같이 계셨잖아요? 온천 벽에 별 모양의 타일 못 보셨어요? 하긴 영감님처럼 눈 감고 계셨으니 못 보셨겠네요.”
“별 무늬 타일…. 나도 봤어. 그런데 그게 퍼즐이었다고?”
허풍은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타일에 물음표가 찍혀 있어 살펴보니 별의 위치에 규칙이 있더라고요. 서로 별의 위치가 다른타일에 번호를 매겨 보니 쉽던데요. 하하.”
“드르렁, 드르렁.”
어느 새 잠들어 버린 허풍이다.
3. 대회장으로 가는 지름길
마음이 설레 잠을 설치는 바람에 늦잠을 잔 도형과 그냥 늦잠을 잔 허풍. 까치집을 얹은 머리를 모자로 가리고 허둥지둥 대회장으로 달려간다.
“아이고 숨차, 나 죽네. 도형아, 너 먼저 갈래? 난 천천히 가도….”
“선생님, 빨리요. 늦는다고요.”
“그나저나 대회장은 어디냐? 지도는 잘 보고 가는 거니?”
“아, 참! 지도가 있었죠? 잠시만요.”
도형은 허겁지겁 뉴만이 준 종이를 펴 본다.
“대회장까지 가는 길이 나와 있긴 한데 지름길을 알려면 퍼즐을 풀어야 해요. 뉴만 아저씨는 정말 재미있는 사람 같아요. 하하.”
“잠깐, 지도 좀 보자. 이거, 지름길이 아니고선 제 시간에 대회장까지 못 가겠는데…. 어쩔 수 없구나.빨리 풀어 보렴.”
“음…, 1부터 12까지 모두 한 번씩만 거치도록 선을 그으면 돼요. 가로나 세로로만 그어야 하고, 즉 대각선으로 그어선 안 돼요. 선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해요. 숫자의 순서는 상관 없어요. 금세 풀 수 있겠는데요.”
“그래, 헉헉. 나는 숨 좀 돌려야겠다. 먼저 풀고 있으렴.”
눈에 보이는 허풍의 핑계였지만 도형은 신나게 퍼즐을 푼다.
“어? 선생님, 문제는 풀었는데…. 지름길이 어딘지 모르겠어요. 어쩌죠?”
길을 몰라 당황한 도형은 허풍에게 지도와 퍼즐을 넘겨 주다가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린다. 그 광경을 본 허풍은 뭔가 알아 낸 듯 크게 소리친다.
“그래, 바로 이거야!”
허풍은 우쭐하며 도형에게 지름길을 설명한다.
“지도와 퍼즐을 이렇게 겹쳐서 보면 지름길을 알 수 있단다.”
“선생님, 대단하세요. 최근 들어 부쩍 똑똑해지신 것 같아요. 하하.”
“이 놈이! 원래 똑똑하거든?”
“선생님, 서둘러 가요. 이러다 늦겠어요.”
4. 수학 실력을 겨뤄라
아슬아슬하게 대회장에 들어간 두 사람. 허풍은 응원석에 자리를 잡는다.
참가자를 확인하고 대회가 시작하기 전, 숨을 돌리고 있던 도형에게 뉴만이 다가온다.
“오, 도형이 왔구나. 허풍 씨는 응원석에서 만났단다. 내가 적어 준 지름길 덕분에 늦지 않고 왔다면서? 허허허.”
“아, 뉴만 아저씨. 아저씨가 주신 퍼즐이 없었더라면 늦을 뻔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허허. 이번 대회 문제의 난이도는 최고란다.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네, 물론이죠. 상품을 애타게 기다리는 분이 계셔서 꼭 상을 타야 해요.”
도형은 응원석에 있는 허풍에게 손을 흔든다.
“도형아~, 1등 해서 꼭 상품 받아 와라.”
“아시겠죠? 하하. 그런데 시험 치는 사람들 말고도 대회장에 사람이 많네요? 특히 대회장 바로 옆에 응원석이 있어 깜짝 놀랐어요.”
“이 대회를 라디오로 생중계하거든. 헝가리에선 하나의 축제나 다름없단다.”
“라디오요? 우와~, 대단하다!”
“안녕하십니까? 제37회 외르뵈시 경시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문제를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들어 주세요.”
포도알에 조건에 맞는 수를 채우세요.
조건 1. 바로 위에 있는 포도알에 써진 두 수의 합이 포도알에 들어갈 수다.
조건 2. 포도알에 들어갈 수 중 같은 수는 같은 색알에 들어간다.
시작하자마자 여러 명이 정답에 도전하지만 실패한다. 포기하고 시험장을 벗어나는 사람도 있다.
“천천히 생각해 보면…. 그래, 정답은….”
외르뵈시 상의 영광
“조선에서 온 나도형 군이 문제를 다 풀었군요. 과연 정답일까요? 정답이라면 제37회 외르뵈시 상의 주인공이 되는데요.”
채점단이 도형이 푼 문제를 검토한다.
“결과가 나왔나 봅니다. 그렇군요.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이 외르뵈시 상을 받게 됐습니다. 나도형 군 대단합니다!”
도형의 수상에 도형보다 더 기뻐하는 허풍.
“선생님~, 이것 보세요. 온천 이용권이에요. 부다페스트 시내의 어느 온천이든 이용할 수 있대요. 그리고 제 목소리를 헝가리 곳곳에서 들을 수 있대요. 라디오로 말이죠. 신기하죠?”
온천 이용권이라는 말에 웃음기가 사라진 허풍.
“어제 간 온천을 또 가라고? 살이 불겠다. 불어.”
풀이 죽은 허풍. 도형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은 허풍은 어느 새 기운을 차렸는지 사람들 앞에서 도형과 자세를 취하며 여러 질문에 대답한다.
“에헴, 다 제가 가르쳤답니다. 제 조수거든요. 지금은 세계여행을 하고 있지요. 하하하.”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도형과 이를 부러워하는 허풍. 앞으로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1894년부터 시작된 외르뵈시 경시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학경시대회로 현재는 ‘퀘르샥 경시대회’라고 불린다. 헝가리의 수학경시대회는 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듯 TV로 생중계한다. 그래서 종종 대회에 출전한 선수가 스타가 되기도 한다. 수학에 많은 관심이 있어서인지 헝가리에서는 에르되시, 폰 노이만, 리츠 형제, 뉴만 등 훌륭한 수학자가 많이 나왔다.
허풍의 퍼즐쇼!
‘허풍의 퍼즐쇼!’ 진행자 허풍입니다. 우선 죄송하단 말부터 전합니다. 제 조수인 도형이가 저도 모르게 퍼즐쇼 진행을 했더군요. 절 애타게 기다렸던 수학동아 친구들 미안해요~.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앞에서 풀었던 퍼즐은 1부터 5까지의 수를 넣었지만, 이 퍼즐은 1부터 6까지의 수를 넣어야 합니다. 퍼즐을 푼 친구들은 정답을 수학동아 엽서에 적어 보내 주세요. 정답자 중 5명에게 푸짐한 상품을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