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과 학생은 달라
신애가 키를 낮추고 혀짧은 소리를 한 덕분에 둘은 35000원에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인기리에 마친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장면이다. 뷔페식당이 어른과 아동의 가격을 다르게 정한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어른 50명, 학생 50명이 사는 섬에 이발소가 처음 생겼다고 가정하자. 어른은 8000원이면 가 볼 생각이고, 학생은 4000원이면 가 보려고 한다. 이보다 비싸면 가지 않을 것이다. 이발사의 수고비는 어른, 학생 관계 없이 한 사람당 2000원이다. 이발비를 얼마로 하는 게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어른과 학생의 가격을 다르게 한 C의 경우에 최고의 수익이 난다. 이처럼 어른과 학생의 요금을 다르게 받는 것을 ‘가격차별’이라고 한다. 가격에 차이를 둬서 수익을 늘리는 전략이다. 가격차별은 수입이 없거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역할도 한다. 서울의 시내버스 요금은 교통카드를 기준으로 성인 900원, 중고등학생 720원, 초등학생 450원이다. 중고등학생은 성인의 80%, 초등학생은 성인의 50%만 받는 셈이다.
양이 다르면 가격도 천차만별
빨갛게 익은 토마토가 제철을 맞았다. 가게에서는 토마토를 4개에 1000원에 팔고 있었다. 당장 먹고 싶어서 하나만 달랬더니 300원이란다. 4개 1000원이면 1개에 250원인 셈인데 더 비싸게 받는다. 이처럼 같은 상품인데도 양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경우가 흔하다. 가격차별에는 이발비처럼 소비자에 따라 가격을 달리 하는 방법 말고도 구입하는 수량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정하는 방법이 있다. 낱개로 사면 1개 300원인 토마토를 4개 한 묶음에 1000원에사면 얼마나 싸게 사는 걸까? 아래와 같이 계산하니 16.7% 할인에 해당한다.
이러한 가격차별은 휴대전화 요금제에서 흔히 나타난다. 한 통신회사의 무료통화 요금제는 다음과 같다. 무료통화 200분의 기본요금이 31000원인데, 1800분의 기본요금은 90000원에 불과하다. 통화량이 9배나 많지만 요금은 3배가 채 되지 않는다. 통화량이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요금체계다. 비싼 요금을 내는 고객을 늘리기 위한 통신회사의 전략이다.
휴대전화 요금과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가정집에서 쓰는 전기요금이 대표적이다. 많이 쓰면 쓸수록 요금을 비싸게 만들어 전기를 아끼도록 한 정책이다. 한 달에 300kWh을 쓴 가정과 301kWh을 쓴 가정의 전기요금을 계산해 보자.
300kWh 가정 : 1430 + (168.30×300)=51920원
301kWh 가정 : 3420 + (248.60×301)=78249원
단 1kWh의 전기를 더 쓰는 바람에 26329원을 더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