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3 똑똑한 곤충의 움직임


곤충은 그들의 움직임으로 언어를 대신하기도 한다. 꽃 주변을 뱅글뱅글 도는 꿀벌과 우아한 자태를 뽐내듯 날아가는 나비의 움직임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또 부지런한 곤충의 상징 개미는 그들만의 길찾기 능력으로 먹이와 집을 찾는다. 곤충의 움직임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대표적인 사회성 곤충인 벌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꽃 주위를 뱅글뱅글 도는 꿀벌 한 마리가 있다. 잠시 후 꽃 주위에 벌떼가 가득 모여 윙윙~ 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어떻게 된 일일까? 수많은 벌이 제각기 동시에 꽃을 발견하고 왔을까?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처음 꽃을 발견한 꿀벌이 동료들에게 꽃의 위치를 알려 준 것이다.

꿀벌의 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꽃의 위치가 100m 이하일 때 추는 원형 춤과 100m 이상일 때 추는 8자형 춤이다. 가까운 거리에 꽃이 있을 때 벌은 원형으로 빠르게 움직인다. 이때 회전하는 속도가 빠를수록 좋은 꽃을 발견했음을 뜻한다.

두 번째로 100m 이상일 때 추는 8자형 춤은 원형 춤보다 좀 더 복잡하다. 형태를 띤다. 원형 모양에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8자형 춤을 추는데, 중앙선 부분에서는 꼬리 를 흔드는 꼬리 춤을 춘다.
 

8자형 춤의 원리^8자의 중앙선 방향과 중력의 반대 방향이 이루는 각도가 벌집과 태양을 연결하는 선과 벌집과 꽃을 연결하는 선 사이의 각도와 같다.



그림과 같이 8자형 춤으로 꿀벌은 꽃의 위치를 알려 준다. 중심선과 중력의 반대 방향 사이의 각도가 꽃의 위치를 알려 주는 각도가 된다. 또 거리가 가까울수록 꼬리를 흔드는 횟수가 많아진다. 예를 들면, 15초 동안 9~10회를 흔들면 거리는 100m, 7회 흔들면 200m, 4~5회 흔들면 1000m 거리를 나타낸다.

그러나 꼬리를 흔드는 횟수만으로 동료에게 꽃까지의 거리를 나타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멀리 있는 동료 꿀벌이 꼬리를 몇 번 흔들었는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꿀벌은 날갯짓으로 ‘소리’를 내서 동료 꿀벌에게 위치를 알려 준다.

꼬리 춤을 출 때 200~300헤르츠 높이의 소리를 길게, 혹은 짧게 내느냐로 동료 꿀벌은 거리를 짐작한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꼬리를 흔드는 횟수가 많아지듯, 거리가 가까울수록 소리는 짧고 거리가 멀수록 소리는 길어진다. 춤의 속도도 거리와 관계가 있다. 거리가 멀수록 꿀벌은 빠른 속도로 춤을 춘다.

이와 같은 꿀벌의 춤을 연구한 사람은 독일의 칼 폰 프리쉬 교수다. 칼 폰 프리쉬 교수는 꿀벌의 언어를 해석한 공을 인정받아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꿀벌의 춤을 관찰한 뒤 속도와 거리와의 관계, 그리고 소리와 거리와의 관계를 알아 낸 것이다. 수학에서 이와 같이 서로 영향을 받아 변하는 관계를 상관관계라고 한다. 두 변량 중 하나의 변량이 증가함에 따라 다른 변량도 증가하면 양의 상관관계라고 한다. 반대로 하나의 변량이 증가할 때 오히려 다른 변량이 감소하면 음의 상관관계다. 그러므로 꿀벌의 춤의 속도와 거리, 그리고 꿀벌의 소리 길이와 거리는 모두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나비의 날갯짓

꽃 주변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나비의 날갯짓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천적인 새 때문이다. 새는 빠른 직선 운동을 한다. 이런 새에게 잡히지 않으려면 직선운동보다는 예상하기 어려운 곡선 모양으로 나는 것이 유리하다.
 

나비의 날갯짓


사막개미의 길찾기

‘헨젤과 그레텔’이란 동화가 있다. 숲 속에서 마녀를 따라가는 헨젤과 그레텔이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과자를 떨어뜨린다.

길을 찾기 위해서는 헨젤과 그레텔이 떨어뜨린 과자와 같은 표시가 필요하다.

곤충은 어떤 방법으로 길을 찾아갈까? 부지런한 곤충의 상징 개미는 페로몬이라는 냄새 분자를 떨어뜨려 길을 찾는다. 그런데 개미 중에 독특한 개미가 있으니 바로사막에 사는 사막개미다. 사막은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앞뒤 좌우를 둘러봐도 모래밖에 없어 방향을 감지할 지표를 찾을 수 없는 열악한 곳이다. 냄새분자를 떨어뜨려도 바람 때문에 냄새가 날아간다. 하지만 사막개미의 움직임은 망설임 없는 직선이다. 사막개미 속에는 첨단 내비게이션이 있는 걸까?

사막개미는 집과의 거리가 200m가 될 때도 주저하지 않고 직선으로 이동한다고 하니 매우 놀랍다. 사람으로 생각하면 무려 50km를 직선으로 찾아가는 셈이다.

사막개미를 연구한 스위스 생물학자 뤼디거 베너는 그 원리를 밝혀 냈다. 개미는 움직이는 순간마다 감각기관을 총 동원해서 전체 거리와 방향을 감지한다. 즉, 복잡한 방향과 거리를 계산하며 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방향과 거리의 정보를 함께 나타내는 것을 벡터라고 한다. 반면 방향은 없고 크기만 나타내는 것을 스칼라라고 한다. 속도는 크기와 방향이 모두 있는 벡터고, 속력은 방향은 없고 크기만 있는 스칼라다. 속력은 단위 시간당 이동거리고, 속도의 정의는 단위 시간당 변위다.

예를 들어, A에서 B까지 직선으로 5km 떨어진 곳을 왕복하는 데 2시간이 걸렸다고 하자. 속력은 5km/h다. 반면 속도는 왕복해서 다시 제자리로 왔기 때문에 변위가 0이므로 속도는 0이다. 이렇듯 벡터에서는 방향이 중요하다. 따라서 사막 개미는 광활한 사막에서 태양의 방향, 자기장의 방향을 각 위치마다 감지해서 벡터의 합을 계산한다.

실제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기류의 영향을 받으며 비행한다.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많은 벡터 계산이 필요하며, 유속을 고려해서 항해하는 배를 운항할 때도 벡터의 계산이 필요하다.

또 GPS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벡터는 크기와 방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할 때 많이 쓰인다.

이처럼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곤충세계에도 그들만의 정교한 법칙과 원리가 있다. 점점 도시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잠자리와 나비를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된 요즘. 여름마다 찾아오는 곤충을 만나 자연의 신비, 곤충의 지혜를 생각해 보면 알찬 여름방학이 될 것이다.
 

벡터의 합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나비는 왜 팔랑거리며 날까?
집합으로 이해하는 곤충
PART 1 모양의 비밀을 밝혀 줘~!
PART 2 독특한 곤충의 생애, 주기

PART 3 똑똑한 곤충의 움직임

2010년 07월 수학동아 정보

  • 장경아 기자
  • 엄지현 기자
  • 도움

    김진일 명예교수
  • 도움

    정헌천 소장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지구과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