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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마술에 빠지다


언제 봐도 신기한 마술의 세계. 여기 마술만을 이용해 수학·과학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있다. 수업 시간에 단 한 번도 책을 펴지 않지만, 어느새 마술 속에 담긴 수학·과학 원리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혹시 이것도 마술인 걸까?
 

박근영 마술사는 교육마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술은 사기다?! 연기다?!

“마술은 ‘사’ 람을 사귀는 ‘기’ 술이고, ‘연’ 습으로 만들어낸 ‘기’ 술이죠.”

국내 최초 교육마술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박근영 마술사의 말이다.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해 학창시절 꿈은 오직 수학교사였다는 그. 학창시절 내내 늘 자신이 좋아하는 수학 공부만 하게 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가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고, 자연스럽게 수학교사가 되기 위해 과정을 하나씩 밟았다. 대학교 4학년, 드디어 학생들 앞에 설 수 있는 교생 실습 기간이 찾아왔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소통해보니, 교사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생각보다 수학을 많이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에게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치려면 자신만의 특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기에 대해 고민하던 중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우연히 마술학원에 발길이 닿았다. 마술을 한다면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마술, 그런데 그 마술이 단 이틀 만에 그가 평생 꿈꾸던 꿈과 장래희망조차 모두 바꿔놓았다. 결국 그는 수학교사가 아닌 마술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눈길을 끄는 일반 마술사가 되고 싶은 게 아니었다. 교육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 마술사와 달리 마술과 교육을 잇는 연결고리를 찾는 일에 매진했다.

마술의 비밀을 공유하는 수업
 

고난도의 세 줄 마술을 선보이는 박근영 마술사와 비밀을 캐기 위해 유심히 관찰하는 학생들.
 

“일반 마술은 비밀이 공개되면 거기서 끝이죠. 하지만 교육마술은 다릅니다. 비밀이 공개되는 순간부터가 시작이거든요.”

지난 8월 26일 취재진은 서울문창초에서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는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마술의 비밀을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며 더욱 즐거워 보이는 그에게서 기자는 평범한 마술사와는 다른 기운을 느꼈다. 하지만 처음엔 적잖이 당황했다. 마술사의 생명과도 같은‘마술의 비밀’을 공유하는 수업이라니…,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

“사실 제가 선보인 마술은 속임수가 아닌 착시효과입니다. 원리를 공개하면 모두들 ‘에이~’ 라고 하지만 그 원리가 감춰져 있을 때 뿜어내는 효과는 어마어마하거든요. 교육마술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능력을 발휘하니까요.”

그가 맨 처음 학생들에게 선보인 마술은 길이가 서로 다른 세 개의 끈을 순식간에 모두 같은 길이의 끈으로 만드는 마술이었다. 길이가 가장 짧은 끈을 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긴 끈을 그 사이에 걸친다.그 다음 두 끈을 잡아당겨 짧은 순간에 중간 길이의 끈과 같은 길이로 보이게 하는 원리다. 그의 마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마술에 스토리를 담아 학생들에게 ‘마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을 할수 있도록 지도했다.

학생 대표로 이지수(서울구암초 6년) 양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 개의 끈에 담아 발표했다. 주제는 ‘가족 사랑’ 이었고, 발표를 마치자 이내 교실은 훈훈해졌다. 이렇게 일반 마술과 전혀 다른 교육마술은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박근영 마술사는 학생들에게 마술을 잘하게 되면 세 가지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자신감, 둘째는 인기, 그리고 마지막은 용돈! 기자는 크게 웃어 넘겼지만, 마술사는 진지한 표정과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스타가 되고 싶으면 연락해~!”

학생들은 모두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가 되고 싶은지(?) 더욱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업에 임했다. 이날 그는 다양한 종류의 마술을 선보였다.
그중 그의 암기실력에 놀랐는데, 그는 몇 년 치 달력을 통째로 외우고 있었다. 학생들이 무작위로 연도와 날짜를 말하면 요일을 척척 이야기하고, 생일과 나이, 키와 몸무게를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을 뿐인데 모두 알아맞힌다. 그 비법을 수학동아 독자들에게도 공개한다!
 

달력을 외우는 마술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저마다 소감을 발표했다. 서윤호(서울조원초 6년) 군은 “속임수라고 생각했던 마술 속에 숨어 있는 수학 원리를 알게 돼 좋아요” 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기뻐하는 모습에 아빠 미소를 짓고 있던 박근영 마술사가 마지막으로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뜻깊은 메시지를 전했다.

“저는 늘 ‘교육마술사가 되길 정말 잘했다’ 또는 ‘수학공부 열심히 하길 정말 잘했다’ 라고 생각하며 학생들을 만납니다.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도 ‘정말 하기 잘했다’ 는 감탄사가 나오는 꿈을 이루세요!”

그의 꾸준한 활약으로 특별 수업현장이 아니라 평범한 교실에서도 마술을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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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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