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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랜드 이야기


Prologue_ 플랫(Flat)은 ‘평평한’이라는 뜻입니다. 플랫랜드는 평평한 2차원의 세계로 그 곳에는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등 다각형 사람들이 삽니다. 정다각형일수록, 변의 수가 많을수록 신분이 높은 사람입니다. 이 플랫랜드에 사는 정사각형 주인공은 어느 날부터 이상한 일을 겪습니다. 그 결과 새로운 차원의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데요….

작품 소개

에드윈 애보트(1838~1926)가 쓴 ‘플랫랜드 이야기’는 모든 것이 납작한 2차원 세계에 대한 소설입니다. 애보트는 2차원 세계를 이용해 당시 영국의 답답한 사회를 묘사하고, 3차원이라는 고차원의 세상이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책은 10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걸리버 여행기’에 필적하는 고전으로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모두가 납작한 세계

나는 우리의 세계를 플랫랜드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우리가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만 3차원 공간 속에서 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여러분, 나의 행복한 독자들에게 우리나라의 본질을 좀 더 명확하게 알려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기 큰 종이가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 위에 있는 직선,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그리고 다 른 모양이 표면 위에서나 혹은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견고하면서도 빛나는 가장자리를 가진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표면 위로 솟거나 아래로 가라앉을 수 없어요.
(중략)
 우리는 한 도형으로부터 다른 도형을 구별하는 것조차도 할 수 없습니다. 직선을 제외하고는 우리에 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이야기의 주인공이 플랫랜드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큰 종이 위에 삼각형, 사각형 등 다각형으로 된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살고 있다고 상상하면 될 것 같네요. 물론 플랫랜드는 2차원의 세계로 높이가 없기 때문에 다각형 사람들은 종이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여기까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플랫랜드의 사람들이 도형을 서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건 무슨 소리일까요? 주인공의 말에 따르면 플랫랜드의 사람들에게는 오로지 직선만 보인다는군요. 왜 그런지 아래 그림을 보세요.
 

갈수록 도형을 구별하기 어려워지더니 결국 직선처럼 보이게 된다.


큰 종이에 삼각형과 사각형, 오각형이 있습니다. 종이 위에서 내려다보면 각 도형의 모습이 뚜렷하게 잘 보이지요. 그러면 이제 종이를 들고 시선과 수평이 되도록 천천히 기울여 봅시다.

갈수록 도형을 구별하기 어려워지더니 결국 직선처럼 보이죠? 2차원에 사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3차원에 사는 우리가 보는 세상과 많이 다르답니다. 위가 그들보다 더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주인공은 3차원에 사는 것을 특권이라고 부른 거랍니다.

그러면 플랫랜드 사람들은 서로를 어떻게 구별할까요? 간단합니다. 소리와 느김을 이용해 구별한다고 하네요.

동그라미의 비밀

비록 모든 사람들이 흔히 동그라미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진정한 동그라미는 없다고 고등교육을 받은 계급들은 알고 있습니다. 단지 변이 많은 다각형일 뿐인 것이지요. 다각형 변의 수가 늘어날수록, 변의 길이가 작아지면서 다각형은 동그라미에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변의 숫자가 이를 테면 300개나 400개 정도로 엄청나게 많아지면, 아무리 예민한 감각을 가졌다 해도, 다각형의 각을 만지고 느낀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습니다.

플랫랜드 사람들은 진정한 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원이란 그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인 것이지요.

그런데 아까 플랫랜드에서는 변의 수가 많을수록 신분이 높다고 했지요? 변의 수가 많을수록 신과 같은 존재인 원에 가깝기 때문에 그런 모양입니다. 플랫랜드 역사상 가장 존경 받았던 사람은 변의 수가 10000개 정도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정다각형은 변의 개수가 무수히 많아지면 점점 원과 비슷해집니다. 이 사실을 이용해 원의 넓이를 구하기도 합니다. 다음 그림을 보세요.
 

실제로 정다각형은 변의 개수가 무수히 많아지면 점점 원과 비슷해집니다.


정육각형을 여섯 개의 삼각형으로 나눈 뒤 삼각형의 넓이를 구해 더하면 정육각형의 넓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도형의 넓이를 구할 때 여러 개의 작은 도형으로 나눈 뒤 각각의 넓이를 더해서 구하는 방법을 구분구적법이라고 합니다. 정육각형과 바깥쪽 원의 넓이에는 좀 차이가 있지만 변의 개수를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다각형의 변이 늘어날수록 원과 비슷해지면서 넓이 차이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각형의 변이 늘어날수록 원과 비슷해지면서 넓이 차이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변의 개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넓이도 원과 비슷해지는 것이지요. 변의 개수가 무한하다고 가정하면 다각형의 넓이로 원의 넓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등학교에서 배울 적분의 기초랍니다.

또 다른 세상, 라인랜드

왕 : 괜찮다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동작을 내게 보여 주시오.
나 : 안 됩니다. 폐하께서 그 선에서 아주 자리를 떠나셔서 벗어나시기 전에는 불가능합니다.
왕 : 짐의 선을 잠시 떠나라고? 세상을 뜨라는 말이요?
나 : 음. 그렇죠. 폐하의 세상을 떠나십시오. 폐하의 공간을. 왜냐하면 폐하의 공간은 진정한 공간이 아닙니다. 진정한 공간은 평면입니다. 하지만 폐하의 공간은 단지 하나의 선일 뿐입니다. 
왕 : 만약 그대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이 동작을 그 안에서 나타내 보일 수 없다면 짐에게 말로 설명해 보구려.

 어느 날 주인공은 밤 늦게까지 기하학 문제를 풀며 놀다가 잠이 듭니다. 꿈 속에서 주인공은 희한한 세상을 목격합니다. 바로 선으로만 이뤄진 세계, 라인랜드였습니다. 길게 뻗은 직선 위에 사는 사람들은 점이나 선분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긴 선분이 라인랜드의 왕이었지요.

라인랜드의 사람들은 직선 위에서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직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지나쳐 갈 수도 없습니다. 한 번 이웃은 죽을 때까지 이웃으로 함께 살아야 합니다. 라인랜드 사람들의 눈에는 모든 이웃이 점으로만 보입니다. 주인공의 눈에는 이런 라인랜드가 정말 답답해 보입니다.

그건 라인랜드가 1차원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얀 실을 들어 곧게 펴 보세요. 실을 군데군데 검은 펜으로 칠해 보세요. 그러면 검게 칠한 부분 하나하나가 라인랜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 여러분이 라인랜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세요.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점으로 보이는 이웃뿐이고, 그 이웃을 건너갈 방법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2차원에 살기 때문에 직선 밖에서 라인랜드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게 점으로 보이는 라인랜드 사람들은 선분이라는 존재를 머릿속에서만 상상할 수 있지만 주인공은 눈으로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라인랜드의 왕은 주인공이 묘사하는 2차원 세상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답답했지만 끝내 왕을 설득하지 못한 채 잠에서 깨고 맙니다.
 

인공은 2차원에 살기 때문에 직선 밖에서 라인랜드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구가 들려주는 진실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어요. 어젯밤 라인랜드에 관한 당신의 환상들을 나는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당신이 언제 어떻게 라인랜드의 영역으로 들어갔는가 기억나지 않나요? 라인랜드의 왕에게 당신은 정사각형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직선으로밖에 스스로를 드러내 보일 수 없었죠? 당신의 전체를 보여 줄 수 있는 차원이 없어서 당신의 일부분만을 보여 줬기 때문에 말이지요. 2차원의 당신 나라에서는 3차원의 존재인 나를 충분히 드러낼 수 없습니다. 단지 당신이 동그라미라고 부르는 한 조각이나 부분만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당신의 눈빛을 보니 별로 믿지를 않는 것 같군요. 하지만 이제 내 주장을 증명해 보일 테니 준비하세요.

주인공의 눈앞에 3차원 세상에서 왔다는 구가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러자 주인공의 입장이 대번에 바뀌어 버립니다. 라인랜드의 왕에게 답답함을 느꼈던 주인공이 이번에는 구가 묘사하는 3차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지가 된 것이죠.

구는 주인공에게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평면에 높이까지 더해진 공간이 있으며, 주인공에게는 직선으로만 보이는 플랫랜드 사람들이 구에게는 실제 모습인 다각형으로 보인다고 하는군요. 심지어 구는 평면을 통과할 때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보여 줍니다.

이 부분에서 상상을 좀 해 볼까요? 만약 실제 사람이 2차원 세계를 통과한다면 어떻게 보일까요? 발부터 통과한다면 처음에는 두 개의 타원 비슷한 곡선으로 보일 겁니다. 발목이 통과할 때는 두 곡선이 좀 더 동그래지고 점점 크고 가까워지겠지요. 그리고 허리 부근에서는 하나로 합쳐지면서 양쪽에 팔에 해당하는 원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시 하나로 합쳐져 머리에서 끝나겠지요.

2차원 세상의 사람들에게 이건 정말 기괴한 현상입니다. 대상의 수가 마술처럼 두 개, 세 개, 하나로 변하거든요. 주인공이 이해하지 못하자 답답한 구는 주인공을 평면 바깥으로 들어 버립니다. 그러자 마침내 주인공에게 직선으로만 보이던 평면 위의 다각형의 실제 모습이 그대로 펼쳐집니다. 주인공의 눈이 뜨이는 순간이지요.

고차원을 상상하라

그렇다면 4차원에서는 움직이는 육면체가 - 아아! 비유를 위해, 그리고 아아! 만약 그렇지는 않더라도 진리의 전개를 위해 - 이를 테면 신성한 육면체가 움직여서 16개의 끝점을 갖는, 더욱 신성한 조직체를 만들 수 있지 않나요? 한 점 오류가 있는 연속적인 2, 4, 6, 8, 16의 형태를 보세요. 이것은 기하급수적 수열 아닙니까?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선생님 자신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추에 엄격히 따르는 것 아닙니까?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 3차원 세상을 인정하게 된 주인공은 이제 구와 함께 더 높은 차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각 차원에서 만들 수 있는 도형에 대해 토론하고 있군요.

먼저 1차원에 있는 선분은 끝점이 2개입니다. 2차원에 있는 사각형은 끝점, 즉 꼭지점이 4개입니다. 3차원에 있는 육면체는 면이 6개고, 끝점이 8개입니다. 주인공은 각 차원에서 생기는 끝점을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2, 4, 8이므로 기하급수적 수열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기하급수적 수열은 각 항에 일정한 수를 곱해 다음 항을 이루는 수열을 말합니다. 등비수열이라고도 하지요. 2, 4, 8은 2를 곱한 만큼 커지므로 등비수열이 맞습니다. 이때 곱한 수인 2를 등비라고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등차수열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등차수열은 각 항과 이웃한 항의 차가 똑같은 수열입니다. 예를 들어 1, 3, 5, 7, 9는 2씩 일정하게 커지기 때문에 등차수열입니다. 2는 등차라고 하지요.

등비수열과 등차수열은 첫 번째 항과 등비 또는 등차를 알면 끝없이 이어지는 항의 값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등비수열이라고 주장한 2, 4, 8의 다음 항은 16이 되겠죠. 주인공은 구에게 4차원에 있는 도형의 끝점은 16개가 될 거라고 주장합니다. 주인공의 주장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구는 4차원의 도형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합니다. 주인공이 계속해서 4차원, 5차원, 6차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우기자, 결국 구는 주인공을 원래 살던 플랫랜드로 돌려보냅니다.

Epilogue_돌아온 주인공은 플랫랜드 사람들에게 2차원보다 더 높은 차원의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애를 씁니다. 사람들은 주인공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지만, 주인공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제한된 차원에 속박되지 않고 저항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오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답니다.

2010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진행

    허경미
  • 고호관 기자
  • 도움

    이광연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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