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_ 페르시아의 한 작은 마을에 베레미즈 사미르라는 목동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매일같이 양의 수를 세느라 셈에 대단히 능숙했습니다. 어느 날 넉 달 동안의 휴가를 받은 그는 호화로운 도시 바그다드를 향해 여행을 떠납니다. 바그다드에서 베레미즈는 자신의 뛰어난 계산 능력을 발휘해 점점 명성을 높여가는데요….
얼마를 내야 할까?
늙은 살림이 보석상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 사람은 시리아에서 바그다드로 보석을 팔러 왔습죠. 자기가 가지고 온 보석을 몽땅 100디나르에 팔면 숙박비로 20디나르를 내고, 200디나르에 팔면 35디나르를 내기로 저와 약속을 했지요. 며칠을 돌아다닌 끝에 그는 가지고 온 보석을 모두 140디나르를 받고 처분했습니다요. 그러면 우리가 약조한 대로 하면 저 사람이 제게 얼마를 지불해야 되는 겁니까?”
베레미즈가 여관에 도착하자 여관 주인인 살림이 질문을 던집니다. 보석 상인과 계약을 했는데, 돈을 얼마나 받아야 옳은 건지 모르겠다는 것이죠. 살림은 보석을 100디나르에 팔면 숙박비로 20디나르를 내기로 했으니까 다음과 같이 계산해야 한다고 합니다.
100 : 20 = 140 : x
그러면 x는 28이므로 28디나르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보석상인의 계산은 또 다릅니다. 200디나르에 팔면 35디나르를 내기로 했으니까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거예요.
200 : 35 = 140 : x
계산하면 x는 24.5이므로 2412디나르를 내면 된다는 겁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요?
베레미즈에 따르면 두 계산은 모두 틀렸습니다. 베레미즈는 보석을 판 돈이 늘어나는 것에 따라 숙박비가 늘어나는 비율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보석 판매금이 100디나르에서 200디나르로 증가하는 동안 숙박비가 20디나르에서 35디나르로 늘었으므로판매금 100디나르에 숙박비 15디나르만큼 늘어납니다. 따라서 판매금이 40디나르 늘었을 때 숙박비는 얼마나 늘어나는지 계산해 보면 되겠지요.
100 : 15 = 40 : x
계산 결과 x는 6. 숙박비 증가분이 6디나르이므로 보석 상인은 여관 주인에게 26디나르를 내면 됩니다. 이래야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공평한 계산이 되지요.
안 되는 걸 되게 하라
카디는 농부의 세 딸을 자기 앞으로 데려오게 했지요. 그리고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여기 너희들이 시장에 가지고 나가서 팔 사과가 90개 있다. 맏딸인 파티마는 50개를 가지고 쿤다는 30개, 막내인시아는 10개를 맡아라. 파티마가 7개에 1디나르를 받고 팔면 나머지 둘도 같은 값에 팔아야 한다. 만약 파티마가 한 개에 3디나르를 받으면 너희들도 똑같이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든지 사과를 팔아서 번 돈의 액수가 모두 같아야 하느니라.”
바그다드에 도착한 뒤 어려운 수학 문제를 연이어 풀어 내자 베레미즈를 찾아오는 사람도 점점 많아졌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이야기꾼이 아무도 해답을 찾지 못했던문제를 들려줍니다. 세 딸에게 사과를 서로 다른 수로 나눠 주고 똑같은 가격을 받고 팔되 번 돈의 액수가 모두 같아야 한다는 겁니다.
말이 안 되는 문제지만 베레미즈는 멋지게 해결을 해 냅니다. 비밀은 바로 사과를 한 번에 다 파는 게 아니라 두 번에 나눠서 파는 것입니다.
베레미즈는 먼저 딸 셋이 각자 사과 7개를 1디나르에 팔도록 합니다. 그러면 수입은 다음과 같죠.
아직은 수입이 제각기 다르고 사과도 남아 있습니다. 베레미즈는 이번에는 남은 사과를 1개에 3디나르씩 받고 팔도록 합니다.
그러자 사과가 하나도 남지 않고 다 팔렸습니다. 그런데 수입이 정말 똑같을까요? 7개를 1디나르에 팔아 번 돈과 1개를 3디나르에 팔아 번 돈을 더해 봅시다.
파티마 7 + 3 = 10 디나르
쿤다 4 + 6 = 10 디나르
시아 1 + 9 = 10 디나르
정말로 사과도 모두 팔았고 수입도 10디나르씩 똑같게 되었네요. 불가능해 보이던 문제가 이렇게 명쾌하게 풀리다니 베레미즈의 계산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무슨 진법이 좋을까?
“가장 오래 된 수 체계는 각 단위를 다섯 개씩 한 그룹으로 나누는 오진법이지요. 다섯 개의 단위로된 각 그룹을 퀴니라고 합니다. 8단위는 1퀴니와 3이며 13이라고 씁니다. 이 체계에서는 왼쪽에 있는 숫자가 오른쪽에 있는 숫자의 5배 값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 체계는 5가 기본이 되고 이런 경우를 오진법이라고 합니다. 고대의 시에서 이런 체계의 흔적을 볼 수 있지요. 칼데아 사람들은 60을 기본으로 60진법을 사용했답니다. 고대 바빌론에서 15라고 하는 것은 65라는 수를 나타낸것이지요.”
명성이 높아진 베레미즈는 텔라심이라고 하는 영리한 소녀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맡습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네요. 우리도 함께 공부해 볼까요? 진법은 수를 숫자로 표기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수는 어떤 대상이 얼마나 있는지 헤아리는 개념이고 숫자는 수를 나타내는 기호죠. 수마다 하나씩 기호를 만들어 나타내면 좋겠지만, 그렇게 많은 기호를 일일이 만들 수도 외울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몇 개의 기호를 이용해 모든 수를 나타내는 방법을 씁니다.
현재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10진법은 10개의 숫자를 이용해 수를 나타냅니다. 컴퓨터에서 쓰는 2진법은 0과 1이라는 두 개의 숫자로 수를 나타내고, 고대 바빌로니아 인이 쓰던 60진법은 60개의 숫자로 수를 나타냅니다. 그러면 큰 수는 어떻게 나타낼까요? 바로 자릿수 개념을 이용하지요. 자릿수는 숫자의 위치에 따라 값이 결정되는 표현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22라는 십진법 수가 있을 때 1의 자리에 있는 2는 2를 나타내고 10의 자리에 있는 2는 20을 나타내지요.
자릿수 개념을 알면 수를 여러 진법으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진법을 서로 바꿔 표현하는 것도 쉽고요. 베레미즈는 60진법으로 나타낸 15가 10진법으로는 65라는 사실을 예로 들어 줍니다.
5는 그대로 5를 나타내고, 1은 한 자리 위의 60을 나타내므로 65가 됩니다. 하나 더 해 볼까요? 5진법으로 쓴 13은 10진법으로 8을 나타냅니다. 앞에 있는 1이 5를 나타내기 때문에 5+3=8이 된 것이지요.
끝없이 쪼개면 어떻게 될까?
“정확한 수학적 해결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나디크를 한 순간 감옥에 두고 다음 순간에 풀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수감 기간, 즉 한 순간이라는 것이 너무 짧아서 나누어지지 않아야 하고 다음에 따라오는 자유의 기간도 똑같은 식이어야 하지요.
현실적으로 그런 해결책은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사람을 나눌 수 없는 순간 가두었다가 다음 순간풀어 줄 수 있을까요?”
죄를 짓고 감옥에 갇힌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남은 평생 동안 감옥에 갇혀야 하는 형벌을 받았는데 자비로운 칼리프가 이 벌을 반으로 줄여 주려고 합니다. 그러면 남은 평생의 절반만 감옥에 갇혀 있으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죄인이 얼마나 더 살지 모른다는 겁니다. 얼마나 더 살지를 모르니 얼마나 감옥에 있으면 되는지 알 도리가 없는 일이지요. 그래서 궁리 끝에 1년은 자유롭게, 1년은 감옥 안에서 살도록 하자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감옥에서 1년을 살고 자유의 몸이 된 지 4달 만에 죽는다면 죄수로서는 억울할 겁니다. 반대로 자유의 몸으로 1년을 살고 감옥에 갇힌지 4달 만에 죽는다면 죄수는 이득을 얻게 되고요. 1년이 아니라 1달씩, 아니면 아예 1일씩 번갈아 산다면 오류는 줄어들겠지요. 하지만 베레미즈는 1일이 아니라 1분, 1초씩 번갈아살아도 오류를 없앨 수는 없다며 수학적으로 정확히 해결하려면 너무 짧아서 나누어지지 도 않는 시간 동안 번갈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극한의 개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극한은 어떤 값에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그 값에 도달하지는 못하는 개념을 말합니다.
0.1, 0.01, 0.001, 0.0001, … 처럼 0에 한없이 가까워지지만 0은 아닌 시간 동안 번갈아 감옥을 들락거려야만 오류를 가장 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베레미즈는 법의 감시하에 조건부 자유를 주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비록 수학이 정확하지만 세상 모든 일을 수학으로 풀 필요는 없다는 말과 함께요.
참에서 나온 거짓?
“지식이란 사실을 관찰하고 그로부터 법칙을 추론해 내야만 하는 것이오. 그런 법칙의 도움으로 우리는 다른 사실들을 처리하거나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는 모두 사실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수학에서 참인 사실에서 거짓 규칙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셈 도사여, 그대의 대답이 듣고 싶소이다. 그것을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해 주기 바라오.”
베레미즈는 마침내 칼리프의 궁전에서 7명의 다른 수학자와 승부를 벌입니다. 그 중 한 명이 베레미즈에게 참인 사실에서 거짓 규칙이 나올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베레미즈는 네 자리 수의 제곱근 이야기를 예로 들어 설명합니다.
2025의 양의 제곱근은 45입니다. 그리고 2025를 두 부분으로 나눈 20과 25를 더하면 45가 됩니다. 3025의 양의 제곱근은 55입니다. 그리고 30과 25를 더하면 55가 됩니다. 또 9801의 제곱근은 99고, 98과 1을 더하면 99가 됩니다. 그러면 네 자리 수의 제곱근은 그 수의 가운데를 잘라 두 부분 으로 나눈 뒤 더하면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건 참이 아닙니다. 1936의 양의 제곱근은 44지만, 19와 36의 합은 55거든요. 모든 네 자리 수가 다그렇게 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베레미즈가 든 세 가지 예는 모두 참이지만 거기서 이끌어 낸 법칙은 거짓이라는 말이 됩니다.
이것은 지난 호에 설명했던 귀납법에서 범하기 쉬운 오류입니다. 귀납법은 개별적인 사실을 모아 일반적인 법칙을 이끌어 내는 방법입니다. 따라서 참인 사실이 몇 개 되지 않을 때는 거짓인 결론을 이끌어 내기 쉽습니다. 베레미즈는 제곱근의 예를 들어 이 사실을 설명한 것입니다.
한편 연역법은 귀납법과 반대로 확실한 법칙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사실을 이끌어 내는 방법입니다. ‘사람은 죽는다’라는 확실한 법칙이 있을 경우 여기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내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