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풍과 도형은 코사노스트라 일당의 음모에 휩싸여 연쇄살인 용의자로 지목된다. 네로울프의 도움으로 허풍과 도형은 누명에서 벗어나지만 이미 코사노스트라 일당은 프랑스로 떠난 뒤다. 허풍과 도형, 네로울프는 급히 프랑스로 향하는데….
1 의문의 미술품
프랑스로 가는 배 안, 저녁식사 시간에 연회장으로 들어온 허풍과 네로울프는 수많은 먹을거리 앞에서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난다.
“이 허풍 님을 위한 경성의 연회만큼이나 많은 음식이 있구먼.”
“그 경성이란 곳에도 이렇게 많은 음식이 있단 말이오? 언제 한 번 가보고 싶군요.”
두 사람이 음식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동안 도형은 테이블에 앉아 고민을 하고 있다.
‘나는 좋은 일을 했는데…, 왜 나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야 하는 거지? 어째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거야.’
“저기 네로울프 씨의 일행이신가요? 영국박물관에서 급히 전보가 왔습니다.”
세 사람은 테이블에 앉아 전보를 살펴본다.
“네? 어떤 물건인데요?”
“코사노스트라 일당이 탄 배에 영국박물관에서 루브르박물관으로 보내는 미술품이 있다고 해서 자료를 요청했거든. 그런데 영국박물관에선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는구나.”
“그럼, 그 물건에 단서가 있는 거예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구나. 일단 프랑스에 도착하면 루브르박물관에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이 암호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구나.”
“어, 이건…. 맞다! 일본에서 독립군을 도울 때 풀었던 의열단 암호와 비슷해요.”
“이거라면 전에 풀어 본 경험이 있어. 행과 열에 적힌 수만큼 칸을 연속으로 선택하면 되지. 물론 행과 열을 모두 만족하게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알파벳을 차례로 나열하면 우리가 원하는 답을 얻을 수 있겠는걸!”
허풍이 퍼즐을 풀자 도형이 놀라운 듯 바라본다.
“오오, 선생님! 처음으로 존경스러워요.”
“처음으로?! 어쨌든 어떤 녀석들인지 잡히기만 해봐라. 경성을 떠나면서 봉인해 두었던 필살기로 혼내줄 테다!
2 사건 해결의 열쇠는 La joconde!
“La joconde! 이게 무슨 뜻이죠?”
“글쎄, 프랑스어 같은데 말이지….”
정답을 알아 냈지만 뜻을 알 수 없는 단어가 허풍 일행의 앞을 가로막는다.
“자~,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에 도착했으니 어서 나가자. 이 허풍님의 패션감각을 뽐내러 가야지.”
“아이참, 선생님. 지금 그럴 때예요! 아까 칭찬한거 취소할래요.”
허풍 일행은 뜻을 알 수 없는 단서만 들고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한다.
“아, 저 분이 ‘앙드레 드 사브리’ 씨인가 봐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아요.”
프랑스 경찰에 미리 협조 요청을 해 두었던 터라 도움을 줄 사람이 박물관 앞에 나와 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고고학자인 앙드레 드 사브리라고 합니다. 사건에 관한 내용은 들었습니다. 일단 이번 주 안에 박물관으로 물건이 들어오긴 합니다만 박물관 측에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 뭔가 비밀이 있는 것 같군요. 혹시 La joconde가 어떤 뜻인지 아십니까?”
“La joconde, 모나리자의 또 다른 이름이지요. 이 작품은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답니다. 그럼, La joconde를 보러 가시겠습니까? 허허허.”
허풍은 앙드레에게 미국과 영국에서 있었던 일들로 허풍을 떨고 있다. 앙드레는 이야기를 들으며 허풍의 주머니에 무언가를 몰래 넣는다.
더 이상의 단서를 찾지 못한 허풍 일행은 앙드레와 작별인사를 나눈 뒤 숙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갑자기 허풍이 은밀하게 도형에게 묻는다.
“이게 뭐지? 도형아 이게 뭔지 알아보겠니?”
“원 안에 있는 수만큼 원에서부터 선을 그려 원을 모두 연결하는 퍼즐이에요. 두 번까지는 같은 곳으로 선을 그릴 수 있어요. 선은 가로와 세로로만 그릴수 있고 건너뛰어서 이을 수는 없어요. 또 선이 교차 해도 안 돼요. 근데 이건 어디서 나셨어요?”
“응? 아…, 내 나름대로 조사해서 찾아 낸 단서야. 아마 이번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거야.”
3 괴상한 도둑 아르센 뤼팽
도형이 푼 퍼즐을 본 네로울프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박물관으로 통하는 비밀통로 같군요. 박물관 주변의 건물 층수와 배치가 이 퍼즐과 비슷해 보입니다. 아니, 확실히 맞아요. 어디서 이런 걸….”
“그런데 선생님이 이걸 찾아 내셨다고요? 프랑스에 와서 쭉 같이 있었잖아요.”
“그…, 그게 말이야…. 내가 알아 냈으니 내가 가지고 있지. 누가 알아 냈겠어.”
도형의 추궁에 쩔쩔매는 허풍. 하지만 이미 도형과 네로울프는 비밀통로로 가는 길을 지도에 표시하고 있다.
“일단 지도에 체크한 곳으로 가 보도록 하죠.”
한편, 어두운 파리의 밤을 틈타 루브르 박물관의 비밀통로로 검은 그림자가 숨어드는데….
“음…, 녀석들 벌써 운반을 마친 모양이군.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한발 늦었구먼. 일단 모나리자가 있는 곳으로 가볼까?”
검은 신사복과 검은 모자, 긴 지팡이를 들고 박물관 복도를 날렵하게 통과하는 남자. 바로 아르센 뤼팽이었다.
“흠, 달려오는 도중 바닥에서 나는 소리가 이곳만 달랐어. 여기에 크기가 맞는 무언가를 옮겨 놓으면 바닥이 열릴 것 같은데…. 맞다, 모나리자! 이리로 옮겨 봐야겠군.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해야겠어.”
뤼팽이 모나리자를 옮기자 바닥이 열린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간 뤼팽. 계단 아래에는 코사노스트라 일당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구석에 영국박물관의 상징이 찍힌 상자가 있다.
“저 상자만 가지고 나오면 되겠군. 저들의 눈을 피해 상자를 가지고 나오려면 가로나 세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장애물이나 벽에 부딪칠 때만 방향을 바꿔 움직이면 되겠어. 3번만 방향을 바꾸면 무사히 상자에 닿을 수 있겠는걸. 시작해 볼까.”
뤼팽은 코사노스트라 일당의 눈을 피해 재빠르게 상자를 들고 나온다.
4 뜻밖의 선물
그 시각, 지도를 따라 박물관 비밀통로에 간 허풍 일행은 모나리자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여기가 맞는데…. 모나리자는 어디 간 거죠?”
쿵!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린다. 일행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본다. 허풍이 서 있는 자리 옆에 큰 상자가 하나 놓여 있다.
“상자다! 내가 찾았어, 내가.”
“어, 저기 누가 방금 지나갔어요.”
도형이 급하게 뒤따라간다.
“어? 이건 영국박물관의 상징이야. 혹시 이게 그 물건? 누구지? 누가 이걸 갖다 둔 거지?”
도형은 숨을 헐떡이며 다시 돌아온다.
“어찌나 빠른지 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 카드를 남겼어요. 흘리고 간 것 같지는 않아요.”
도형이 가지고 온 카드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네로울프가 깜짝 놀라는데….
“이 그림은…! 괴도 뤼팽, 그 자가 아직도 살아 있단 말인가?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런데 이 상자 자물쇠로 잠겨 있어요.”
“도형아, 이제 이 선생님의 실력을 알겠니?”
“산 넘어 산이네요. 누가 도와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자물쇠부터 풀어야겠어요.”
“도형아, 이 허풍 님이 상자를 찾아 냈잖니. 너 이런 식으로 계속 무시하면 섭섭~, 섭섭해.”
도형이 계속 무시하자 이제는 마음까지 섭섭해지고 있는 허풍이었다.
“아이참, 선생님도. 일단 급한 것 먼저 해결하구요. 선생님 덕분에 찾았죠. 암요. 어휴~.”
도형은 생색내는 허풍이 귀찮은지 얼굴도 보지 않고 말한다.
“녀석, 부끄러워서 그랬구나? 그래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너의 선생님 대단하지 않니?”
“여기 있는 숫자 중 한 자릿수 숫자의 앞에 숫자를 하나 붙여서 가로, 세로의 합이 100이 되도록 만들면 돼요. 새로 들어갈 숫자를 차례로 넣으면 자물쇠가 열리나 봐요.”
“도형아, 대답해야지? 예전의 착한 도형이는 어디 간 거니?”
★ 앙드레 드 사브리의 정체
“선생님, 아저씨. 악당들이 미술품이 든 것처럼 상자를 운반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여기 아지트의 지도와 뇌물을 받은 박물관 직원의 명단이 있어요.”
“정말 용의주도해. 내가 프랑스 경찰에 연락하마.” 울상이 된 허풍을 달래며 도형과 네로울프는 경찰을 기다린다.
“네로울프 씨, 일당이 어디에 숨어 있습니까?”
프랑스 경찰은 순식간에 루브르박물관을 포위한다. 미처 예상치 못한 코사노스트라 일당은 저항도해 보지 못하고 붙잡히고 만다.
“조직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각오해 두는 것이 좋을 거야.”
코사노스트라 일당은 도형을 째려보며 말한다.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해치다니 나야말로 당신들을 용서할 수 없어요! 당신들이야말로 각오해요.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거라구요.”
“도형아, 내가 하마. 똑똑히 들어라. 사나이 허풍, 나야말로 너희들을 용서할 수 없다! 내 필살기로 한 방에 너희들을 제압하겠어.”
허풍과 도형은 악당들의 악랄함에 분노하며, 그 어떤 도전이라도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한다. 그 날 저녁 프랑스에서 마지막 저녁식사를 하는 허풍 일행에게 편지가 온다.
“어? 네로울프 아저씨 앞으로 온 편지인데요?”
“응? 어디 보자. ‘언젠가 마음 속 벗의 아들을 한 번 만나 보고 싶었네. 앙드레 드 사브리.’ 그렇군, 역시 그였어….”
네로울프는 아버지인 셜록홈즈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아르센 뤼팽이 사건을 도와 준 사실을 알게 된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허풍과 도형의 유럽여행! 스위스에선 어떤 모험이 기다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