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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의 매스일레븐 12] 버는 만큼 써라! FFP 규칙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칙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몸값 1~2위인 네이마르 선수와 킬리앙 음바페 선수의 이적 당시 FFP 규칙 때문에 절대 한 팀이 될 수 없다고 전망했지만 파리 생제르맹 FC가 FFP 규칙의 허점을 노려 이적을 성사시키며 논란이 됐었습니다. 현재 축구계의 가장 큰 이슈이자 어쩌면 2019년에는 더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FFP 규칙이 과연 무엇인지, 축구계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FFP 규칙과 관련된 여러 폭로와 루머가 떠돌면서 유럽축구연맹(UEFA)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습니다. 소위 잘나가는 팀들이 이 규칙을 어기자 유럽 축구의 흥행을 위해 가벼운 징계만 받도록 눈감아 줬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죠. 파리 생제르맹 FC는 3000억 원이라는 큰돈을 써서 네이마르를 영입하고도, ‘1년 임대 후 이적’이라는 편법으로 다시 2320억 원을 들여 킬리앙 음바페를 팀으로 데리고 와 FFP 규칙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1년 임대라는 조항이 없었다면 음바페를 데리고 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죠.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붉어지면서 돈 많은 팀을 위한 규칙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 FFP 규칙이 뭐기에 이렇게 시끄러운 걸까요?

 

 

취지는 간단! 건전한 재정상태 만들자

 

여러분 ‘리즈 시절’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혹시 이 말의 어원을 아나요? ‘리즈’는 영국의 축구팀 리즈 유나이티드 AFC에서 온 것입니다. 지금은 이 팀이 영국 2부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리즈 시절’ 때의 리즈 유나이티드 AFC는 2000~2001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에도 올랐던 돌풍의 팀이었습니다. 이 리즈 유나이티드 AFC가 이런 모습이 돼버린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재정 파탄’ 때문이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내에서의 돌풍과 챔피언스리그에서의 성과에 도취한 경영진은 구단 수입을 훨씬 뛰어넘는 대출을 바탕으로 몸값이 높은 선수를 무리하게 영입하는 등 재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계속 팀이 좋은 성적을 유지할 거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과감하게 투자했지만, 이듬해 리버풀 FC에 밀려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해 중계권 수입이 축소되는 등 수입이 크게 줄어듭니다. 빚을 갚기 위해 선수를 헐값에 시장에 내놓아야 했고, 여러 악순환 끝에 2부리그로 강등당하죠. 한때는 3부리그까지 내려가는 최악의 수모를 당하고 맙니다.

 

사실 리즈 유나이티드 AFC처럼 재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은 수없이 많았습니다. 정작 구단이 망한다고 구단주나 경영진이 딱히 손해를 보는 건 또 아니라 이런 방만한 운영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과도한 씀씀이를 방지하고자 만든 방침이 유럽축구연맹(UEFA)이 2011년 6월 도입한 FFP 규칙입니다. 쉽게 말해 구단의 수입을 웃도는 빚을 지는 무리한 투자 대신 구단의 수입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적정수준의 예산만을 사용하게끔 만든 규칙이지요. 즉 선수의 이적료와 연봉으로 나가는 금액이 수익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이 규칙이 적용되기 전을 살펴보면 절반 이상의 구단들이 적자상태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1부리그 팀 중에서도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하고 연체되는 팀들이 있었을 만큼 재정관리가 엉망이었습니다.

 

FFP 규칙 관련 폭로로 시끄러운 맨체스터 시티 FC | 2018년 11월 3일 축구 전문 고발 매체인 풋볼리크스는 맨체스터 시티 FC(맨시티)가 2014년 FFP 규칙을 위반했지만 UEFA의 도움으로 가벼운 징계만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맨시티는 2011~2013년 1억 8800만 유로(약 2394억 원)에 달하는 손실액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UEFA가 4500만 달러(약 509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축소해 벌금과 선수 등록 제한이라는 가벼운 징계만 받았다는 것이죠. 원래대로라면 챔피언스리그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아야 했지만요.

 

한편 맨시티는 성명서를 통해 풋볼리크스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UEFA와의 검은 유착을 부인했습니다. 참고로 맨시티의 구단주는 세계적인 거부로 알려진 아랍 에미리트 연방의 부총리이기도 한 세이크 만수르입니다

 

 

재정관리 중요해지자 수학에 주목

 

FFP 규칙은 어떻게 구단들의 부실한 재정관리를 막을 수 있는 걸까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무리한 투자를 하는 구단에게 각종 불이익을 주는 거죠. 경고 조치부터 이적 금지, 유럽 클럽대항전 참가 금지 등의 중징계까지 다양한 징계를 내릴 수 있습니다. 구단들의 성적 유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이적 시장과 수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유럽 클럽대항전을 못 나가게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면 FFP 규칙이 실제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퀸즈 파크 레인저스 FC와 맨체스터 시티 FC, 파리 생제르맹 FC등의 빅클럽들도 FFP규칙 위반으로 인해 벌금과 선수 등록 제한 등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구단들은 FFP 규칙의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재정관리에 훨씬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됐습니다. 이런 재무관리에 수학이 빠질 수 없는 만큼 금융, 통계,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의 구단 내에서의 중요성이 대폭 늘어나게 됐죠. 입장권의 가격을 매기는 일과 마케팅의 지출과 수입을 예측하는 일은 물론, 스폰서십을 따내는 일, 팀의 성적을 예측하는 일 모두 예전보다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축구 입장권 가격은 팀마다 다르게 정할 수 있어 구단의 사정에 따라 비용을 산출해 적정 입장권 가격을 매깁니다.

 

문제는 봐주기!

 

얼핏 들어보면 정말 좋은 취지의 훌륭한 규칙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규칙이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끊임없이 잡음과 불만이 흘러나오는 중인 것도 사실입니다. ‘버는 만큼만 써라’라는 지극히 당연한 규칙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첫 번째로 FFP 규칙은 각 구단의 재정을 악화시키지는 않지만, 구단들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돈을 많이 버는 팀은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있고, 그를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내면 더 큰 수입을 이뤄낼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입이 부족한 팀은 이적 시장에서부터 부자 구단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스타 선수를 영입하거나 성적 향상을 바탕으로 한 수입 증가를 노리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즉 수입이 적은 팀은 돈을 벌 방법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겁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저 부자 구단주가 나타나서 구단을 인수해주는 것밖에 없게 돼버린 것이죠.

 

두 번째는 유럽축구연맹의 처벌이 공평하지 않다는 것인데요. 대부분의 징계가 벌금을 내는 것들이어서 구단들이 ‘까짓것 벌금 내고 말지’라는 식으로 나와 버리면 마땅히 대처 수단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유럽 클럽대항전 출전 금지’ 혹은 ‘리그 승점 삭감’ 등의 중징계를 내려야 하는데 보통 FFP 규칙을 어기는 팀들이 빅클럽이다 보니 대회의 흥행을 신경 써야 하는 유럽축구연맹에서 제대로 된 중징계를 내리기 꺼리게 돼버린 거죠.

 

 

문제 많은 FFP 규칙, 없어질까?

 

적어도 현재까지의 전망은 일단 FFP 규칙 자체가 없어질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합니다. 실제로 도입 이후 많은 구단의 적자가 없어지거나 줄어든 것은 사실이니까요. 다만 적자가 줄어든 구단들이 대부분 수입이 늘어서라기보다는 그저 울며 겨자 먹기로 지출을 줄이는 방법으로 해결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구단들 사이의 수입 불균형 자체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부자 구단들과 그렇지 못한 구단들의 차이가 점점 벌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돈이 얽혀있는 문제인 만큼 이미 부패한 이미지가 있는 국제축구연맹과 유럽축구연맹이 과연 공정하고 깨끗하게 이 규칙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돈을 버는 만큼만 써라’라는 규칙 하나에도 이렇게 수많은 난관이 있는 걸 보면 축구팀을 운영한다는 건 역시 정말 어렵고 복잡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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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호 수학동아 정보

  • 이승재(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수학과 박사과정생)
  • 진행

    조가현 편집장
  • 기타

    [디자인] 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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