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왜 그렇게 어렵게 푸세요? 이렇게 하면 금방 답이 나오는데요?”라고 묻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풀이를 외우기라도 한 듯 문제를 보자마자 계산합니다. 너무 신기해서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놀랍게도 대부분 개념도 모른 채 기계적으로 푸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마도 문제를 많이 풀어서 풀이법을 숙달하는 방법으로 수학을 공부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 편집자 주
수학을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학생, 수학 점수를 좀 더올리고 싶은 학생 모두에게 필요한 수학 학습의 ‘꿀 팁’을 연재합니다. 여러분 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요!
중학교까지는 이 방법이 그럭저럭 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는 순간 이런 식의 학습법으로 수학 실력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른 풀이를 따라서 푸는 것은 흉내내기일 뿐!
보통 시중에 나와 있는 수학 참고서나 문제집은 대부분 예시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보여주고 바로 다음에 숫자만 바꾼 같은 유형의 문제를 풀어보게 합니다. 학교 수업이나 인터넷 강의 또한 이런 패턴입니다. 수학 학습에서 이런 방식은 즉각적인 효과가 있기에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그 문제를 풀었기 때문에 개념까지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과연 선생님의 풀이를 보고 숫자만 바꾼 문제를 맞힌 것이 진짜 내 실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흉내내기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요? 컴퓨터가 인간의 행동을 따라한다고 해서 동기나 의도까지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겠죠. 어쩌면 우리는 컴퓨터처럼 기계적으로 문제 푸는 흉내를 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스스로 풀이를 고안해 뇌에 길 만들기
한 문제를 풀더라도 오로지 내 힘으로 풀어봐야 합니다. 개념을 공부했다면 다른 사람이 문제를 푸는 방식을 관찰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푸는 시도를 해봐야 합니다. 저는 이것이 뇌에 길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의 풀이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되고 금방 따라할 수도 있지만, 우리 뇌에 길을 남기지는 못합니다. 흔적을 남기지 못한 문제는 금세 잊히기 마련이지요.
개념을 습득한 뒤 문제를 처음 맞닥뜨리면 아무리 쉬운 문제도 사실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혼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경험한 뒤 풀이를 본다면 내가 어떤 부분에서 막혔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에 풀 수 있는 문제가 몇 개 되지 않을 겁니다. 겉으로는 학습량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직접 해보면 정말 많은 에너지가 쓰입니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은 곧 우리의 뇌가 활발히 활동했다는 증거입니다. 뇌가 활동을 많이 할수록 장기간 기억할 가능성 또한 높겠지요.
앞으론 수학 문제를 생각없이 반복하는 단순 노동처럼 풀지 말고 뇌에 길을 만드는 도구로 현명하게 이용해보길 권합니다. 오늘부터 그 작업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수학 실력이 느는 길로 한 발짝 가까이 갈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