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 뉴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와 함께 방송 중임을 알리는 빨간불이 들어왔어요. 전국으로 뉴스를 보내는 부조실의 프로듀서도,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도, 아나운서를 비추는 카메라 감독도 모두 긴장하고 있지요. 이 순간을 넋을 놓고 지켜보다가 그만, 오늘 만날 주인공을 찾는 걸 잊을 뻔 했어요. 방송국과 수학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이 넓은 방송국 어디쯤에서 수학도를 찾을 수 있을까요? 혹시 저기 보이는 카메라 감독님일까요? 아니면 설마 뉴스를 전달하던 반듯한 모습의 아나운서?!
방송국을 헤매던 기자 앞에 환하게 웃으며 나타난 사람은 바로 MBC 주말 저녁 뉴스의 한준호 아나운서였어요. 오늘 만날 수학도가 아나운서라니, 예상하지 못했던 직업이라 조금은 놀랐지만 한 아나운서는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어요.
“싱가포르 초대 수상인 리콴유도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어요. 의외로 유명한 정치가들 중에서 수학을 좋아한 사람이 많아요. ‘수학과 진로는 교육이나 경제 혹은 IT분야’라는 생각의 틀을 깨면 좋겠어요. 원래 제 꿈은 경제도 IT 분야도 아닌 비행기 조종사였죠. 수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도 제 꿈 때문이었는데, 친구들은 그게 신기했었나 봐요. 그 당시 조종사 시험은 수학, 물리 등 이공계 전공자에게 유리했지만, 친구들은 그 사실을 몰랐거든요. 정보가 부족한 탓이었죠.”
생각해 보니,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한 아나운서 스스로가 이를 증명하고 있었지요. 한 아나운서는 오랜 꿈인 조종사는 되지 못했지만 MBC에 입사하기 전, IT회사인 데이콤에서 인공위성 관련 연구원으로, 증권거래소에서는 *애널리스트로도 활약했어요.
“시험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수학을 공부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네요. 꿈 때문에 대학에서 전공으로 수학을 선택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 선택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득이 됐어요. 수학을 공부하면서 나도 모르게 수학의 엄밀한 증명처럼 논리적으로 생각하게 됐죠. 물론 사람에 따라서 훈련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요.사회에서는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사람을 원한 것 같아요.”
한 아나운서의 이런 성향 때문이었을까요? 정돈된 말로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매우 잘 어울렸어요.
“뉴스나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사실만을 간추리는 일에 능숙해야 해요. 또 그런 사실을 모두가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도록 깔끔하게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요. MBC에 입사하기 전에도 이런 능력을 자연스럽게 발휘할 기회가 많았어요.”
사실 한 아나운서는 수학만큼이나 글쓰기를 매우 좋아한다고 전했어요. 수학을 잘 해서 받은 상보다 글을 잘 써서 받은 상이 더 많았대요. 또 아나운서국의 사업 중 우리말 연구를 맡으면서 인정도 받았지요.
“글 쓰는 걸 정말 좋아해요. 정부 산하의 증권거래소에 있을 때 경제 신문에 ‘증권알기’란 주제로 1년 동안 기사를 연재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의 학회지에 글을 쓰고 있어요.”
수학이면 수학, 글이면 글, 깔끔한 진행까지. 한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로서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한 아나운서도 실수를 해 본 적이 있을까요?
“아나운서의 생활은 뉴스 시간에 따라 달라져요. 생활 리듬이 바뀌다 보니 아나운서들에게 가장 큰 적은 ‘잠’이죠. 잠을 자다가 아침 뉴스를 놓친 경험이 있었어요. 그러면 안 되지만 아나운서들이 흔히 하는 실수예요. 또 중요한 사람을 인터뷰할 때는 굉장히 긴장해서 실수할까 봐 늘 걱정해요.”
덧붙여, 이 직업의 매력은 방송을 하면서 정치가에서 연예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는 거라고 전했어요.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친구들이 많을 텐데, 한 아나운서가 말하는 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바른 심성과 정의로움’이래요.
“아나운서가 되고자 하는 친구들은 마음이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해요. 거짓말을 하거나 과장하는 버릇은 아나운서에게 치명적인 결점이죠. 방송에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기록으로 남기 때문이에요. 방송은 철저히 솔직하고 겸손하게 임해야 하죠. 또 한없이 착하기보다는 옳다고 생각한 것은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하고요.”
한 아나운서는 작년까지 형편이 어려운 커플의 결혼식 사회를 도맡았고, 암환자 돕기 행사의 사회자로 매년 봉사를 해 왔다고 해요. 직업이 아나운서니까 가장 잘 할 수 있는 ‘말’로 봉사를 하게 된 것뿐이라는 한 아나운서를 보며, 아나운서로서 진정한 모습과 보람을 스스로 찾아가는 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아나운서의 전망
“요즘 ‘아나테이너’로 활약하는 아나운서를 보고, 아나운서가 되는 데 춤이나 노래와 같은 끼가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약 200명의 서울지역 공중파 아나운서 중 연예인만큼 끼가 있는 ‘아나테이너’는 10명 정도죠. 고작 10명의 아나테이너가 200명의 아나운서를 대표할 수는 없어요. 내부에서는 오히려 아나운서의 영역이 더 늘었다고 보고 있어요.”
한 아나운서는 뉴스나 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앵커는 아나운서의 단편적인 모습에 불과하다고 했어요. 아나운서는 뉴스, 시사를 보도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에서 국가가 주도하는 행사의 진행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큰 활약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나운서의 장점은 방송 외에도 자신의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는 거에요. 입사 후에 방송을 하다가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 공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어요. 오랜 방송생활로 토론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분이 되신 손석희 전 아나운서처럼요. 그 외에도 많은 분들이 다양한 분야를 새롭게 공부해 전문가가 됐죠. 물론 본인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요."
한 아나운서는 자신도 싱가포르 경제와 정치에 관심을 갖고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면서, 이는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했어요. 여러분도 방송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나며 자신만의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는 아나운서를 꿈꿔 보는 건 어떨까요?
아나운서와 앵커, 올바로 쓰자!
아나운서는 기자, 간호사, 의사처럼 직업의 종류고. 앵커는 아나운서의 업무 중 하나다. 즉 아나운서가 되면 앵커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앵커는 취재한 원고를 마지막으로 정리해 전달하는 뉴스 진행자다. 이와 더불어 뉴스 진행자는 뉴스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두근 두근! 지금은 뉴스 시작 1시간 전!
1시간 전 그날그날 뉴스를 확인하는 건 기본이죠. 그리고 분장을 하고 옷을 갖춰 입습니다.
40분 전 아나운서는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기죠. 오늘 전할 뉴스를 확인하고, 소식에 맞춰 앵커 멘트를 고칩니다.
20분 전 뉴스 내용과 생방송 중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보도국 전체와 상의합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중계차 및 기자와 연결이 잘 되는지 확인하는 거죠. 뉴스는 방송 시작 5분 전까지도 내용이나 전달방법이 바뀔 수 있습니다.
10분 전 아나운서는 앵커석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마이크와 이어폰을 착용하고 부조실과 연락을 주고 받으며 상태를 점검합니다. 마지막으로 뉴스 멘트를 확인하고 암기할 부분은 이 때 암기합니다. 보통 뉴스 준비 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리지만 뉴스데스크처럼 긴 방송은 하루 종일 보도국에서 기사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등 준비 시간이 길고 과정이 복잡합니다.
*애널리스트는 금융 및 투자자문을 하기 위해 금융시장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직업이다. 크게 기업을 분석하는 일과 경제를 분석하는 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