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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발표에 베이글이 등장한 사연




올해 초 과학계는 중력파의 발견으로 떠들썩했다. 많은 사람이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 연구가 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노벨 물리학상은 중력파가 아니라, 1970~1980년대에 이뤄진 오래된 물질 연구에 돌아갔다.

뜬금없는 결과는 아니다. 최근 물리학계에서 초전도체와 반도체는 물리학자들이 활발히 연구하는 분야기 때문이다. 이쪽 아이디어 일부가 이번 노벨 물리학상 수상 논문에서 시작했다 . 미래의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의 오류 처리 문제도 이 연구 결과로 해결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초전도체★초유체★, 아주 얇은 자기 필름과 같은 물질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현상을 수학 모형을 이용해 설명했다”고 상을 수여한 이유를 밝혔다. 연구는 물질의 성질을 수학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물리학에 수학을 어떻게 접목했을까?

물질의 상태는 다양하다. 자성을 띠는 물질이 있고, 자성을 띠지 않는 물질도 있다. 더 쉬운 예로는 기체, 액체, 그리고 고체도 물질의 상태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물질이 실험실에서 발견됐다. 통념적으로 알고 있는 물질의 상태가 아니었다. 이런 물질을 설명하는 데는 수학이 필요했다. 물리 이론을 설명하는 데 수학에서 말하는 위상적인 성질이 중요해진 것이다.

초전도체★ : 어떤 온도 이하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물질.
초유체★ :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점성이 사라지면서 벽을 타고 위로 흐르거나 사방으로 흩어지는 특성을 지닌 물질.


노벨상 선정 방법은?
노벨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노벨상은 물리학과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 그리고 1969년에 추가된 경제학까지 총 6분야에서 수여한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 방법은 후보자 추천, 후보자 선정, 그리고 수상자 결정 순으로 이어지고, 수상자는 매년 10월 첫째 주와 둘째 주에 발표한다. 노벨상 수상자 선정은 그 전해 가을부터 시작된다. 올해 노벨상이 정해지기도 전에 다음 해 노벨상 후보자 추천을 받는 것이다.

노벨상 후보자 추천 요청을 받는 사람은 과거의 노벨상 수상자와 학자, 대학교 및 학술단체 직원이다. 자기 자신을 추천할 수는 없다. 노벨상은 평화상을 제외하고는 개인에게만 준다. 또 죽은 사람은 수상 후보자에서 제외하지만, 생전에 후보자로 지명되면 죽고 나서도 받을 수 있다.

2016 노벨 물리학상 상금은 어떻게 나눠 가질까?
노벨 물리학상 상금은 총 800만 크로나, 한화로 약 10억이다. 그런데 수상자가 세 명이라면 상금은 어떻게 나눠 가질까?

결과부터 말하면 데이비드 사울리스 교수가 상금의 절반인 400만 크로나를, 그리고 코울리츠 교수와 허데인 교수가 남은 상금의 절반씩 200만 크로나씩 가져간다. 3개의 연구 결과 중 데이비드 사울리스 교수가 가장 먼저 연구결과를 냈고,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이다. 두 개의 논문 중 하나는 코스털리츠 교수와 공동 연구 논문이고, 나머지 한 개의 논문이 홀데인 교수의 것이다.

2016년 노벨 물리학상 파헤치기
우리가 사는 세계는 3차원 공간이다. 얇은 종이나, 가느다란 실도 실제로는 부피가 있는 3차원 도형이다. 평범한 3차원 물질은 기체, 액체, 고체 상태를 오가며 상태가 바뀐다. 이것을 ‘상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2차원이나 1차원에서는 그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2차원이라 봐도 무방한 얇은 막에서 어떤 온도를 기준으로 상태가 완전히 달라졌다. 고체가 녹아 액체가 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특정 온도보다 낮을 때는 초전도 현상을 보이다가, 그보다 온도가 높을 때는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초전도란 전기 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현상이다. 전기를 흘려 주면 끝없이 흐른다. 그래서 초전도체로 전선을 만들면 아무 손실 없이 전기를 먼 곳까지 보낼 수 있다.

[첫 번째 연구] - 2차원 물질의 상태 변화를 위상수학으로 풀다
사울리스 교수와 코스털리츠 교수는 위상수학을 이용해 2차원 물질의 상태가 바뀌는 원리를 밝혔다. 둘의 이름에서 알파벳을 따 이 현상을 ‘KT상전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위상수학이 어떻게 쓰였다는 걸까?

2차원 평면에는 전자의 스핀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소용돌이’가 있다. 이 소용돌이에는 ‘와인딩 수’라고 부르는 위상적 성질이 있다. 와인딩 수는 정수값인데, 이 값에 따라 소용돌이가 결정된다. 스핀의 불확실한 값을 함수로 나타낸 파동함수에서 스핀의 각도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360° 만큼 바뀌면 이때 와인딩 수는 1이 되고, 720° 변하면 2가 된다. 반대 방향으로 돌면 -1이라고 표현한다.
사울리스 교수는 이것을 ‘호모토피 류’이라는 수학적 성질을 이용해 설명했다. 어떤 두 점을 잇는 고무줄이 있다고 하자. 양 끝점을 고정시킨 채로 손으로 고무줄을 잡아당겨 변형시킨다. 이런 변형을 ‘호모토피’라고 부른다. 와인딩 수는 이 호모토피 류에 의해 정해진다. 파동함수가 호모토피 류와 같다면, 파동함수를 조금 변형시켜도 원래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위상수학을 직관적으로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머그컵과 도넛이다. 머그컵과 도넛은 겉모습은 완전히 다르지만 구멍이 하나씩만 있다는 특징이 있다. 위상수학에서는 구멍의 개수로만 물체를 구별하기 때문에 머그컵과 도넛은 위상학적으로 동등하다. 즉, 소용돌이 중심으로 똑같이 한 바퀴를 돈다면, 완전한 원으로 회전해도, 찌그러진 원으로 회전해도 모두 와인딩 수는 1이고 성질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차원 얇은 막에 온도 변화를 줬다. 온도가 낮을 때는 왼쪽 그림처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고 있는 소용돌이가 쌍을 이루고 있다. 온도를 높이니 오른쪽 그림처럼 소용돌이가 더이상 짝을 짓지 않고 자유롭게 흩어져 움직였다. 2차원에서는 이것을 상변이가 일어났다고 한다. 소용돌이는 와인딩 수라는 위상적인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위상적인 상변이’가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어떤 온도를 기준으로 상태가 달라 보였던 걸까? 매우 낮은 온도에서는 와인딩 수가 +1인 소용돌이와 -1인 소용돌이가 거의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도가 높아지자 이 결박이 풀려 자유로운 형태가 되면서 위상 상전이 현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연구] - 양자홀 효과와 천 수
어떤 조건에서 전자에 자기장을 걸면 전류가 흐른다. 전압은 전류 방향 또는 전류의 수직 방향으로 모두 잴 수 있다. 전류가 흐르는 방향에 수직으로 잰 전압과 전류를 간단한 수식에 넣어서 계산한 값은 띄엄띄엄 정수로 나타난다. 이 값을 ‘홀 전도도’라고 하며, 이 현상을 ‘양자홀 효과’라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자기장이 바뀔 때마다 이 값은 정확하게 정수 값을 나타낸다. 이 사실은 실험으로 먼저 증명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사울리스 교수는 이것을 설명하는 데 또다시 위상수학을 이용했다. 대수적 위상수학으로 정의한 값인 ‘천 수’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위상수학에서 정의된 천 수는 항상 정수 값을 갖는다. 사울리스 교수는 홀 전도도와 천 수 사이의 관계식을 발견했다. 천수는 정수만 될 수 있기때문에 홀전도도 값이 연속된 실수가 아니고, 계단식으로 정수로만 나오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연구] - 1차원도 마찬가지
사울리스 교수가 2차원에 가까운 평면을 연구했다면, 홀데인 교수는 1차원에 가까운 직선을 연구했다. 2차원에서 알아낸 것과 같은 현상이 1차원에서 도 비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1차원에서 자성을 띤 원자의 스핀은 사슬처럼 선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여기서 나타나는 성질을 위상수학으로 설명했다. 스핀이 정수일 때, 반정수일 때 스핀 사슬의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주장한 것이다. 스핀이 정수이면 상태가 바뀔때 에너지 차이가 있지만, 반정수일 때는 에너지 차이가 없다.

물리와 수학의 만남
위상수학 외에 다른 분야의 수학도 물리학에 필요할까? 이현철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는 “일반상대론에서는 미분기하학이 기본적으로 이용되고, 군 이론은 물리학에 전반적으로 많이 이용된다”며, “군 이론은 대칭성이 물리 현상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표현하는 데 사용한다”고 했다. 또한, “끈이론은 미분기하학, 위상수학뿐 아니라 대수기하학, 심지어 정수론까지 사용한다”고 말했다.

구멍을 뚫거나 찢지만 않으면 같은 물질이라는 위상적인 특징은 물질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현재 일반적인 반도체는 온도만 높아져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위상적인 성질을 연구하면 이런상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아가 양자컴퓨터가 개발됐을 때, 변형해도 바뀌지 않는 성질을 이용하면 정보를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도 있다. 지난 30년간 이뤄온 연구가 바꿀 미래가 앞으로 더 기대된다.

 
홀데인 교수는?

홀데인 교수의 제자인 박예제 KAIST 물리학과 연구원은 홀데인 교수를 굉장히 열정적인 교수로 회상했다. 직접 배워서 물리 모델을 컴퓨터로 코딩할 정도였다. 회의를 시작하면 기본 3시간은 진행하는데, 한번은 7시간이 넘도록 혼자서 설명을 했다고 한다. 긴 회의에 지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회의 도중 홀데인 교수에게 전화가 왔을 때, 홀데인 교수가 프랑스어로 대답을 하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진다고 한다. 바로 홀데인 교수의 부인이 프랑스 사람이라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건 집에 오라고 부르는 것이기 때문! 회의 끝~!

2016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
  • 도움

    이현철 교수
  • 도움

    박예제 연구원
  • 기타

    [참고자료] 노벨위원회
  • 일러스트

    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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