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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7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만 40세 미만의 유망한 과학자에게 주는 ‘젊은 과학자상’ 시상식에서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의 오성진 박사의 이름이 울려퍼졌다. 이 젊은 수학자의 연구 성과는 전하를 띤 구형 블랙홀의 불안정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는 것. 우주의 비밀에 다가간 수학자는 어떤 사람일까?

2016 ‘젊은 과학자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안녕하세요, 수학동아 독자 여러분! 저는 고등과학원 수학난제연구센터의 오성진 박사입니다. 얼마 전 ‘젋은 과학자상’을 받았어요. 상을 타게 됐다는 소식은 미국에 출장을 가 있었던 12월 초에 들었어요. 새벽 세 시 반쯤 전화가 왔지요(웃음). 제가 이런 상을 벌써 받아도 되나싶어서 부담스러웠지만 앞으로도 할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비선형 쌍곡 편미분★방정식’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어요. ‘편미분방정식’은 편미분이 들어간 방정식이고, ‘비선형’은 그 중에서 선형이 아닌 것, ‘쌍곡’은 간단히 말해 시간에 따라 유한한 속도로 퍼져나가는 것을 기술했다는 뜻이에요. 일반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방정식’이 여기에 해당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의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를 물어보는 강한 우주 검열 가설과 관련된 연구를 했어요. 이 가설을 제창한 영국의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는 블랙홀이 조금만 바뀌어도 내부에서 굉장히 특이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말했답니다. 이런 상황을 수학적으로 ‘불안정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저는 전하를 띤 구형 블랙홀의 내부가 불안정한 이유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거고요.

연구에 블랙홀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어렸을 때부터 블랙홀과 우주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어요. 대학원에서 만난 분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런 주제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편미분방정식은 굉장히 다양해서 좋은 편미분방정식을 골라서 공부하는 게 중요해요. 공부해서 새로운 걸 많이 배울 수 있는 방정식이 좋은 방정식이고, 물리학에서 온 방정식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편미분★ 미분의 한 종류로, 변수가 많은 함수에서 특정 변수를 제외한 나머지 변수를 상수로 보는 미분 방법.

언제부터 수학을 좋아하게 됐나요?
지금은 수학을 무척 좋아하지만 학창 시절에는 학원 가기 싫어서 어머니와 다툰 적이 있어요.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을 아예 받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맘에 들지 않으면 하고 싶지 않았었죠. 제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수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재미도 없고, 어렵고, 저보다 문제를 잘 푸는 친구를 너무 쉽게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학원을 많이 옮겨다닌 것 같아요.

그렇게 고등학생이 됐는데 제가 한국과학영재학교의 두 번째 입학생이었어요. 교육 시스템이 새로웠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았어요. 대학교에서 듣는 미적분학, 선형대수 같은 과목도 들을 수 있었는데, 중학생 때 배운 수학에서는 몰랐던 수학의 엄밀함이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수학을 아주 재미있어하는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수학에 더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외국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나요?
KAIST를 졸업한 뒤에는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대학원으로 유학을 떠났어요. 2008년에 대학원에 가서 2013년에 박사 학위를 받고, UC버클리에서 2016년 6월까지 연구하며 약 8년을 미국에서 보냈어요. 공부가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는 기억이 더 많아요. 학부생 때는 책에 있는 걸 샅샅이 공부하는 게 중요했는데, 대학원에서는 자세를 바꿔서 새로운 것을 찾아나가는 연구를 시작해야 해요. 이런 변화가 처음에는 무척 어려웠지만, 익숙해진 뒤에는 수학이 더욱 즐거워졌어요.


프린스턴에서는 수업 주제가 비밀이라고요?
대학원에서 이루려는 목표는 ‘연구’잖아요. 제가 다녔던 프린스턴은 어느 대학원보다도 그 부분을 강조하는 곳이에요. 제가 다닐 때까지만 해도 대학원 과목에 기본과목이 없었어요. 수업이 열리면 수업 제목과 교수님이 실제로 강의하는 내용은 전혀 달라요. 첫 수업에서 ‘내가 강의실을 잘못 찾아왔나’라고 생각할 만큼이요.

그 이유가 뭐냐 하면, 대학원 수업은 세미나 같은 거라 담당 교수가 생각하기에 요즘 가장 재미있는 주제나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마음껏 펼쳐놓아요. 그런데 과목 이름을 일일이 바꾸기 귀찮아서인지 전부터 쓰던 과목 이름을 계속 쭉 썼던 거예요. 그래서 수강신청을 할 때는 이 과목이 뭘 가르치는지 전혀 알 수가 없고, 학기가 시작되고 학과 휴게실 앞에 붙는 대자보를 봐야 비로소 뭘 하는 수업인지 알 수 있어요. 수업의 목적도 책에 있는 걸 샅샅이 배우는 데 있지 않고, 실제 연구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함께 나누는 데 있어요. 졸업할 때까지도 굉장히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한국 학생은 답이 틀릴까봐 조심스러워 한다던데요….
저는 일단 질러보는 편이에요. 맞으면 맞는 거고 틀리면 틀리는 거지요. 틀리면 오히려 배우는 게 많아요. 공동 연구도 처음에는 밑도 끝도 없이 아이디어를 던지면서 시작하거든요. 처음부터 논리적이지 않아요. 그런데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논리를 점점 더 강화하게 되고 재미있는 것들이 보이죠.

돌이켜보면 제 지도교수님은 제가 만나달라고 할 때 항상 만나주셨지만 만나서는 공부에 대해 특별한 이야기를 해주진 않았어요. 당시에는 ‘왜 아무것도 안 알려주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좀 아쉬웠거든요. 결국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런 방식이 더 좋더라고요. 교수님도 일부러 크게 간섭하지 않으신 게 아닌가 생각해요.

공부하다가 궁금한 게 생기면 가장 구체적이고 간단한 예를 찾아서 이해하려고 해요. 때로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원래 하려고 한 일을 못할 때도 있지만 적절한 예를 찾으려고 노력한답니다.
어떤 수학자가 되고 싶나요?
미래에는 대학원에서 저를 가르쳐주신 지도교수님인 세르규 클라이너만(Sergiu Klainerman)처럼 되고 싶어요. 제가 무척 존경하거든요. 교수님은 1980년대에 벡터장을 이용해 비선형 쌍곡 방정식을 이해하는 연구를 하셨는데, 교수님의 연구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전까지는 너무 어려웠던 문제가 그 연구 성과로 인해 쉬운 문제로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던 문제에 접근 방법을 제시한 것이기도 했고요. 지금까지는 제가 풀고 싶은 재미있는 문제를 푸는 데 집중했지만, 장래에는 지도교수님과 같은 공헌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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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2호 수학동아 정보

  • 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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