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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통조림] 경우의 수를 따져라~

경우의 수를 따져라~


초등학교 과정에서 딱 한 번만 나오는 아주 귀한 통조림이 나왔어요. 바로 ‘경우의 수’예요. 도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하죠? 어떤 학생들은 맛이 이상하다고 생각해 아예 뚜껑도 안 따고 치워 버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딱 한 번만 맛보세요! “아하! 바로 이 맛이었구나~”라고 감탄할 거예요. 지금부터 경우의 수 통조림 맛에 푹 빠져 봅시다.


경우의 수 개념 트리

‘경우의 수’ 단원은 ‘확률과 통계’ 영역 중 ‘확률’에 속한다.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6학년 2학기에 나온다. 그 전까지는 정리한 자료를 표나 그래프로 나타내는 ‘통계’에 속하는 내용들을 배운다. 통계의 단원명은 2학년 때는 ‘표와 그래프’, 3학년 때는 ‘자료 정리하기’, 4학년 때는 ‘꺾은선 그래프’, 5학년 때는 ‘자료의 표현’이다.

중학교 1학년 ‘통계’ 단원에서는 초등학교 통계 내용을 모두 종합해 배우고 ‘상대도수’를 새로 배운다. 중학교 2학년 ‘확률’단원에서 배우는 확률 개념은 6학년에서 다뤘던 경우의 수 개념과 상대도수 개념을 서로 연결해 확장된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경우의 수에 관한 다양한 공식이 나오고, ‘확률과 통계’를 심화과목으로 선택해 더욱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사건이 필요해!

‘경우의 수’는 어떤 사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가지수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와 관련해서 생길 수 있는 모든 경우는 과연 몇 가지나 되는지 차근차근 세면 쉽다. 그렇다면 경우의 수는 왜 구할까? 어떤 특별한 경우가 일어날 가능성을 수로 나타내기 위해서다.

조건❶ 사건은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우리가 뭔가를 결정할 때, 우선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선택한 방법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본 다음 그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을 선택한다. 마음속으로 망설이는 일이 있을 때는 동전을 던져 ‘숫자면’이 나오면 일을 하고 ‘그림면’이 나오면 그 일을 하지 않기도 한다. 모두가 하고 싶지 않은 청소 당번을 정할 때 제비뽑기를 하기도 한다.

어떤 것을 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하는 모든 일을 ‘사건’이라고 한다. 사건은 뭔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벌어지고, 그 사건에서 생길 수 있는 모든 가능성도 따져 봐야 한다. 따라서 경우의 수를 구하려면 먼저 사건을 벌여야 한다. 뭔가를 결정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면 굳이 사건을 만들 필요가 없다.

조건❷ 사건은 기록돼야 한다.

‘동전 던지기’라는 사건이 벌어졌다. 동전을 던져 나올 수 있는 면이 몇 가지인지를 헤아려 보고, 동전을 몇 번이나 던질 것인가도 정해야 한다. 동전을 던질 때 ‘그림면’이 나올 때도 있고 ‘숫자면’이 나올 때도 있다. 동전을 한 번만 던지기로 했다면 일어날 수 있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같은 동전을 두 번 던지기로 했다면 어떨까? 기록을 할 때 “처음 던졌을 때 나온 것을 먼저, 두 번째 나온 것을 나중에”라고 적는 순서를 정하면 경우의 수를 세기 쉽다.
 

같은 동전을 두 번 던질 경우
서로 다른 두 개의 동전을 던질 경우의 수



조건❸ 겹치는 경우는 빼자!

사건이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 이상인 경우, 각각의 사건이 겹치는 경우도 있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주사위를 동시에 던져 나온 두 눈의 합이 3의 배수 또는 5의 배수인 경우를 찾아보려고 한다. 이 때 두 눈의 합이 3의 배수인 경우를 사건 A, 5의 배수가 되는 경우를 사건 B라고 하자.
 

사건A : 두 주사위의 눈의 합이 3의 배수인 경우
사건B : 두 주사위의 눈의 합이 5의 배수인 경우


두 주사위의 눈의 합이 3의 배수인 경우는 모두 12가지고, 5의 배수인 경우는 모두 7가지다. 이 두 사건에는 서로 겹치는 경우가 없다. 따라서 ‘두 눈의 합이 3의 배수 또는 5의 배수’가 되는 모든 경우의 수는 12+7=19, 즉 19가지다. 서로 겹치는 경우가 없을 때는 각 경우의 수를 더해 전체 경우의 수를 구하고 ‘합의 법칙이 성립한다’고 말한다. 만약 서로 겹치는 경우가 있다면, 합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다.

사건을 헤아리는 이유!

우리 주위에서 사건은 늘 일어난다. 우리 반을 위해 봉사할 회장, 부회장을 뽑는 일은 매년 돌아온다. 축구 경기에서 비겼을 때는 승부차기를 당연히 해야 한다. 내가 마음에 드는 학생을 뽑으면 그 학생이 회장으로 당선될 것인지, 승부차기에 실패할 경우는 어떻게 될지 각자 마음 속으로 헤아려 본다. 우리는 왜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경우의 수를 따지는 걸까?

민주적인 사회를 위해!

새 학년 첫날, 호진이네 반 학생 몇 명이 지각을 했고, 선생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생이 학교에 지각을 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늦잠 때문이다! 늦잠을 자는 것은 바람직한 학생의 태도가 아니므로 앞으로 1년 동안 우리 반 지각생에게는 반드시 엄한 벌을 주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호진이가 지각을 한 이유는 엄마 대신 동생의 아침을 챙겨 줬기 때문이었고, 민성이가 지각한 이유는 학교에 오다가 자전거와 부딪혀 병원에 다녀왔기 때문이었다. 그날 늦잠을 자서 지각한 사람은 민주뿐이었다.

수학에서 경우의 수를 배우는 이유 중 하나는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헤아리기 위해서다. 이런 마음가짐은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좀 더 공정하고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가나 사회에서 법을 만들 때는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세세히 헤아려서 만드는 것도 이때문이다.

합리적인 판단을 위해!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설 때 오늘의 옷차림에 어울리는 가방을 골라 매 보기도 하고 신발을 이것저것 신어 보기도 한다. 딱 한 가지밖에 없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두 개 이상이라면 둘 중에서 좀더 어울리는 것을 찾을 수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은 어떤 선수가 대표선수로 적절한지 판단을 해야 한다. 감독은 각 선수의 경기를 관전하고 선수와 이야기를 나눠 보고 훈련을 시키며, 선수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이 선수를 뽑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를 미리 생각해 본다. 관중도 마찬가지다. 우리 대표팀이 속한 B조에 어떤 팀이 있는지 살펴보며 각 팀의 전력을 따진다. 각 나라와의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최종 우승국은 어디가 될지를 예상하는 것도 관중의 즐거움이다.

살다 보면 “어떤 경우가 가장 좋을까?”라는 판단을 해야 할 때가 많다. 판단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떤 경우가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떠오르는대로 판단하면 중요한 경우를 놓쳐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통계적 추측을 위해


초록색과 노란색이 들어 있는 통에서 한 가지 공을 꺼낸다고 생각해 보자. 두 가지 색의 공 중에서 개수가 더 많은 공을 꺼낼 확률이 높다. 만약 두 가지 색의 공의 개수가 똑같다면 확률은  반이다. 일 년 중 비가 올 확률이 많은 계절은 여름이고 눈이 올 확률이 높은 계절은 겨울이다. 일년 중에서는 비도 안 오고 눈도 안 오는 날이 가장 많으므로, 날씨는 ‘맑을’ 확률이 가장 높다.

경우의 수를 이용해서 확률을 구하면, 그 이후에는 통계로 확장된다.시험을 치고 나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받은 점수는 몇 점이고, 평균은 몇 점이며 나는 몇 등 정도할 것인가 예측하는 것도 확률과 통계적 방법을 써서 구한다. 통계를 배우면 판단을 하거나 예측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금 경우의 수를 잘 배워 두자. 앞으로 통계를 배울 때 기본이 된다.


생활 속 경우의 수

우리 생활 속에서 ‘경우의 수’를 직접 구하는 일은 별로 없을지 몰라도,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중국집에 가면 자장면, 우동, 짬뽕, 볶음밥, 두부 덮밥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메뉴는 모두 5가지이므로, 경우의 수는 5가지다. 만약 동생과 둘이서 나는 면 중에서 한 가지, 동생은 밥 중에서 한 가지씩 고른다고 하면, “나는 자장면, 동생은 볶음밥을 할까, 아니면 나는 짬뽕 먹고 동생은 덮밥을 먹으라고 할까?”하고 고민을 한다. 이럴 때 경우의 수는 6가지다. 면은 3가지, 밥은 2가지이므로 각각 짝을 지으면 6가지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급식 메뉴를 짜는 영양사 선생님은 어떤 밥, 어떤 국, 어떤 반찬을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이 많다. 병원에서는 성분은 같지만 모양이나 상태가 다른 약이 많아서 이 중에서 골라야 한다.

이 외에도 영역을 나눈 다음, 짝을 지어 여러가지 경우를 만드는 일은 많다. MBTI성격검사에서는 4가지 선호 경향(외향적, 내향적/감각적, 직관적/사고적, 감정적/판단적, 인식적)에서 각각 한 가지씩 뽑아 짝을 지어 성격 유형을 모두 16가지로 나누고 있다. 외향적(E)이고 감각적(S)이며 사고적(T)이고 판단적(J)인 성향은 'ESTJ'형으로 행정가 타입이다. 여기서 순서를 바꾼 경우, 즉 ESTJ나 SJTE는 서로 같다.

하지만 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여행을 갈 때, 강릉에 갔다가 부산에 갔다가 목포를 가는 경우와 부산에 갔다가 목포에 갔다가 강릉에 가는 경우는 서로 다르다. 어쨌든 세 도시를 다녀오는 것이지만 거리도 다르고 걸리는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운동을 할까, 운동을 먼저 하고 밥을 먹을까 하는 것도 서로 다른 경우다. 사거리에 있는 4개의 횡단보도 신호등이 어떤 순서로 켜지고 꺼지느냐에 따라 도로가 막히기도 하고 잘 뚫리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경우의 수와 관련된 일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만큼 일상생활에서 순간순간 늘 일어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시간이 바로 수학시간이다


교과서 제대로 읽기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의 ‘확률’과 이어지는 단원은 초등학교 6학년에서 주로 배운다.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각 사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 세어 보자.
 

초등학교 6-나 교과서 94p


동전을 던져 앞면, 앞면, 뒷면이 나왔다면 동전 던지기는 3번 했지만 여기서 나오는 면은 2가지, ‘그림면’과 ‘숫자면’ 이다. 그런데 동전 던지기를 10번 한다면 각각의 경우를 모두 세어 “동전이 나오는 면은 10가지”라고 답하는 학생도 있다. 

교과서에서 ‘면은 몇 가지입니까”라고 묻는 것은 서로 다른 종류의 면이 몇 가지냐고 물은 것이다. 동전을 100번, 1000번 던지더라도 동전에서 나올 수 있는 면은 딱 두 가지, ‘그림면’과 ‘숫자면’이다.
 

초등학교 6-나 교과서 95p


“가위바위보에서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얼마입니까?”라는 물음에 “한 가지!”라고 답하면 안 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낼 수 있는’이라는 말의 뜻이다. 교과서에서 묻고자 하는 것은 마음속에서 무엇을 낼까 고민하면서 생각해 봤던 모든 경우의 가짓수를 말한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가위, 바위, 보 세 가지다.
 

초등학교 6-나 교과서 97p


“동전과 주사위를 동시에 던졌을 때 나오는 경우의 수는 얼마입니까?”라는 마지막 물음에 앞서, 동전의 ‘그림면’이 나왔을 때와 동전의 ‘숫자면’이 나왔을 때 각각 주사위의 눈이 나오는 경우의 수를 먼저 물었다. 동전과 주사위를 동시에 던졌는데 왜 동전의 면을 고정해 놓고 주사위의 눈이 나오는 경우를 따지는 것일까? 실제로 던질 때는 ‘동시에’ 던지지만 나올 수 있는 모든 경우를 헤아릴 때는 둘 중 한 가지를 고정시켜야 모든 경우를 빼놓지 않고 셀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0-나 교과서100p


“경기는 모두 몇 번 해야 합니까?”라는 물음에 “4번”이라고 답하는 학생이 있다. 나를 포함한 5명 중에서 나와 팔씨름을 하는 사람은 모두 4사람 이고 서로 한 번씩 경기를 하니까 자기 입장에서는 총 4번의 경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서에서는 게임에서 5명의 학생 각자가 한 경기의 가짓수를 모두 물어 본 것이다. 각자 4번씩 경기를 하므로 중복되는 경우를 빼면 모두 10번의 경기를 해야 한다.
 

고등학교 금성출판사 305p


고등학교 교과서는 지금까지 배운 것을 공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두 사건이 ‘동시에’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는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전을 한 번 던지는 경우와 주사위를 한 번 던지는 경우는 서로 겹치지 않는다. 따라서 동전과 주사위를 각각 던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경우는 동전을 던져서 나오는 경우의 수 2가지, 주사위를 던져서 나온 경우의 수 6가지를 더한 8, 즉 8가지다.
 

고등학교 금성출판사 307p


고등학교 내용이라 어려워 보이지만 근본 개념은 초등학교 때 배운 것과 같다. 두 사건이‘잇달아’ 일어나는 경우란 순서쌍으로 나타낼 수 있는 상황이다. 사건 A를 동전 던지기, 사건 B를 주사위 던지기라고 했을 때, 동전의 ‘그림면’이 나오거나 ‘숫자면’이 나왔을 때 각각 주사위는 6가지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두 사건을 잇달아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순서쌍을 만들면 12가지고, 그 경우의 수는 1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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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강미선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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