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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지수 속의 편안함

우리 몸에 담긴 수학을 알면 편안함이 살아난다.

한국인의 몸 알기

새해를 맞아 새 옷을 사러 백화점에 갔다. 맘에 드는 코트를 찾았지만 어깨 넓이는 맞는데 소매길이가 짧아서 소매를 내야 했다. 코트에 어울리는 바지도 허리둘레는 맞는데 바지길이가 짧아서 밑단을 더 내야 했다. 한국의류학회는 공장에서 만들어 나온 남성용 정장의 43%, 여성용 정장 상의의 32%가 소비자가 입기 전에 수선이 필요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의류 회사가 한국인의 체형 변화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다는 증거다.

2006년 발표된 세계 20대 남성의 평균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73.3cm로 25년 전보다 6cm 커졌다. 178.1cm인 영국보다 5cm, 176.5cm인 프랑스보다는 3cm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 키와 얼굴 길이를 비교한 비율도 7.4로 ‘8등신’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인의 키는 점점 커지고 팔다리도 길어지는데 과거의 신체치수로 옷을 만들면 수선의 번거로움만 더할 뿐이다.

제품을 만들 때 서양인의 신체치수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운전석은 대부분 서양인의 신체표준에 따라 만들어진다. 문제는 미국인의 무릎높이는 59cm인데 한국인은 53.2cm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차라 하더라도 의자와 브레이크의 거리는 미국인에게 더 맞게 나온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인의 정확한 인체치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79년부터 6년에 한번 꼴로 인체치수를 조사했다. 가장 최근은 2004년으로 전국 2만 명에 가까운 사람의 치수를 측정했다. 키와 허리둘레 같은 인체치수뿐 아니라 3차원 측정기를 이용해 입체형상 정보도 얻었다. 이렇게 얻은 결과는 다양한 제품이나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옷이나 신발의 크기 기준을 바꾸고, 부엌의 싱크대 높이나 버스의 손잡이 위치를 조절하는 데 쓰인다. 특히 입체형상 정보는 한국인의 체형과 같은 마네킹을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내게 맞는 의자와 베개는?

학생이나 직장인은 하루의 많은 시간을 의자에서 보낸다. 몸 치수에 맞는 의자에 앉을 때 하루가 편하다. 이름난 회사의 의자가 수십만 원씩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대부분의 의자는 세가지 정도의 규격으로만 만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등받이 개수와 기울기뿐 아니라 팔걸이 각도와 높이, 의자의 깊이와 넓이까지 조절할 수 있어 사용자에게 편안함을 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의자의 높이는 앉은 자세에서 무릎 뒤쪽, 즉 오금의 높이를 기준으로 설계한다. 전체 한국인을 100명이라고 두고 오금 높이가 짧은 순으로 5번째인 사람과 95번째인 사람의 치수에 옷 두께와 신발높이에 해당하는 3.5cm를 더한 값이 기준이다. 그 결과 한국인을 위한 의자는 높이가 39~48cm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 것을 권하고 있다.

잠자리의 편안함을 좌우하는 베개에도 수학과 과학의 원리가 적용된다. 베개는 머리뿐 아니라 목도 함께 받쳐 줘야 하는데 각 사람의 머리와 목의 생김새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잘 맞는 베개는 없다. 국내에서는 자신의 체형에 꼭 맞는 베개를 찾는 연구가 펼쳐진 적이 있다. 연구팀은 3차원 측정기로 각 사람의 머리와 목의 생김새를 분류하고 정확한 치수를 잰 다음, 머리가 바닥에 닿는 압력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머리 생김새와 높이에 따라 베개 모양을 만들고 압력에 따라 딱딱한 정도를 조절해 맞춤형 베개를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인체치수를 활용한 설계는 생활 곳곳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 대부분의 인체지수를 고려하면 의자 높이는 39~48cm가 적당하다.



편안함을 주는 수학의 원리, 잘 보셨나요? 불편함을 없애고 편안함의 기준을 세우는 일에 수학이 앞장섰답니다. 오늘 배운 원리를 가지고 주변 곳곳을 살펴보세요. 여기저기 숨겨진 수학의 수고를 안다면 수학이 고마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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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1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 도움

    박세진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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