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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길이 있다] 금융에 불어온 수학바람


차기현 팀장님은 서울대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했고 POSTECH에서 응용수학 정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화여대 연구교수로 있다가 동양종금증권 금융공학팀을 거쳐 현재는 우리투자증권에 쿼티파생운용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오르락~, 내리락~. 빨갛고 파란 그래프가 뒤엉켜 춤을 추고 있어요. 8대의 모니터에 꽉 찬 그래프와 숫자는 멈출 줄 모르고, 회사 이름과 숫자가 열을 맞춰 빼곡히 차 있는 모습에 잠시 머리가 핑 돌 정도였어요. 눈동자만 굴리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 중에 오늘 만날 수학자가 있다는데…, 도대체 누구일까요? 머뭇거리는 사이 부드러운 인상의 차기현 팀장님이 우리를 맞아 주셨어요.

온화한 모습의 팀장님과 조용한 회사 분위기는 왠지 낯설었어요. 텔레비전에서 봤던 금융가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치며 긴장된 표정을 짓기 때문이에요. 그러자 차 팀장님이 웃으며 설명해 주셨어요.

“경제가 좋지 않을 땐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렇지만 금융 전문가들이 컴퓨터 앞에서 긴장하고 있는 건 경제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똑같아요. 금융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돈이 어떻게 오고 가는지, 돈의 가치가 앞으로는 오를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예측하는 분야인데, 요즘은 수학을 모르면 이해하기 힘들고 예측도 쉽지 않죠.”

차 팀장님이 금융 전문가로 회사에 첫발을 내딛은 것은 2002년이었어요. 그 전에는 수학을 오랫동안 공부했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연구도 하셨어요. 그러다가 지금은 우리투자증권에서 장외 파생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주식파생운용팀을 관리하고 있어요.

파생상품은 ‘콩의 미래 가치’나 ‘3년 후에 콩 한 자루를 5000원에 살 권리’처럼 형태가 없어요. 주식, 외화, 콩, 쌀처럼 형태가 있는 상품에서 비롯된 무형의 금용상품이지요.

파생상품을 다루는 금융 전문가로 일하려면 수학, 물리, 컴퓨터를 잘 해야 해요. 특히나 상품을 만들어 내고 그 가격을 결정하는 일과 만들어 낸 상품을 사고 파는 일은 수학이 바탕이 되요. 모두 어려운 수학으로 만들어진 상품과 관계된 일이니까요.

금융시장이 여러 요소와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면서 수학자는 금융 분야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됐어요. 금융상품의 가격은 여러 가지 요소에 따라 변하는데, 수학자에게는 그런 변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식을 만드는 능력이 있어요. 고등학교까지 수학만 이해하면 경제를 알 수 있었던 옛날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단순히 경영·경제만 알아서는 이 분야에서 일하기가 힘들어졌어요.

파생상품 시장은 1973년에 미국의 수학자와 경제학자가 함께 금융상품의 가격을 결정하는 수학공식을 만들면서 빠르게 발달하기 시작했어요. 미국이 세계 금융 시장의 중심이 된것도,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금융계에서 꼭 필요해진 것도 이 방정식 덕분이에요. 1997년에는 이 수학 모델로 마이런 숄즈와 로버트 머튼이 노벨경제학상을 받기도 했지요.

차 팀장님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처음 금융권으로 관심을 돌렸던 수학자 중 한 명이었지요. 그러니까 금융 전문가로서 1세대 수학자예요.

“수학과 물리처럼 탄탄한 이론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은 금융상품의 문제점을 알아내고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데 이용돼요. 상품의 실제 가치가 시장에서 얼마인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짤 수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은 인재는 없죠. 그렇지만 수학, 물리, 컴퓨터를 모두 다 잘 할 수는 없으니까 각 분야 인재들을 모아 함께 일하고 있어요.”

차 팀장님은 금융 전문가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몇 가지 당부의 말씀을 해 주셨어요. 수학을 공부할 때는 한 문제라도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게 중요하대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답을 찾아보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거죠. 평소에 생활할 때는 용기를 갖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많이 해 보라고 귀띔하셨어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요. 이 곳에서는 매일의 성과를 바로 알 수 있고 그 결과도 하루하루 다르니까 조금 실수했다고 금세 풀이 죽어있으면 안 된대요. 활발한 활동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갖는 것도 중요하죠. 차 팀장님도 평소에는 조용히 공부하는 성격이지만, 축구와 같은 운동도 굉장히 좋아하셨대요.

“자신의 능력에 따라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곳이 금융권이에요. 스트레스라 생각하면 한없이 힘들지만, 또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이는 거죠.”

그러면서 차 팀장님은 생각하는 힘이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셨어요. 생각하는 힘은 금융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에서 일하든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라고 덧붙이셨어요.

“요즘 학생들은 공부 시간이 늘었다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 학력도 옛날 같지 않아요. 그 이유는 비슷한 유형을 반복해서 푸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죠. 사고력, 문제 해결력은 문제를 많이 푼다고 쌓이는 게 아니에요. 한 문제를 놓고 골똘히 생각하며 여러 개의 풀이법을 써 봐야 늘어요. 양보다 질이죠. 심심할 때는 오락보다는 차라리 즐거운 공상을 해 보세요.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는 연습이 중요하니까요.”
 
금융 전문가들은 모니터에서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한다. 금융 상품의 가격이 눈 깜빡 할 새에 바뀌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전망

아직 우리나라 금융 분야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차 팀장님은 우리나라가 진짜 선진국으로 한 계단 오르기 위해선 금융시장이 더 커지고 경제가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경제가 발전한다면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든 금융상품이 나올 거예요. 그만큼 수학, 물리 이론과 컴퓨터 언어를 잘 다루 는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겠지요. 금융은 성장 가능성이 크고 대우가 좋은 만큼 이공계 학생들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분야가 될 거예요.


# 차 팀장님의 금융 정보

펀드로 경제를 배운다!

경제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작은 금액으로 금융상품에 투자해 보는 것도 좋아요. 차 팀장님은 전체 *종합주가지수 오르고 내림에 따라 같은 비율로 변하는 ETF(상장 주식 펀드)를 추천했어요. ETF는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고 성과는 펀드처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상품이래요. ETF펀드는 적금처럼 오랜 시간 뒤에 사용할 목적으로 투자하면 좋아요. 적금처럼 매달 적립하는 방법으로 참여해 보세요. 그러나 어떤 상품이든 단점과 위험이 있어요. 욕심을 부리면서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아요. 건강한 투자로 금융상품도 이해하고,우리나라 경제가 장기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종합주가지수는 주식시장에 있는 모든 회사의 주식 가격을 합친 것으로 한 나라의 경제상황을 알려주는 지표다. 어제의 종합주가지수가 900이었는데 오늘은 950이라면 경제가 어제보다 50점 정도 좋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같은 듯 다른 업무

장외 파생상품 관련 금융전문가는 퀀트, 트레이딩, 지원,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퀀트는 수학 지식을 이용해 파생상품을 만들고 가격을 결정한다. 트레이더는 금융상품을 시장에서 직접 사고 파는 일을 한다. 지원 업무를 맡으면 고객과 직접 만나고 계약을 결정하며 리스크관리 업무에서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얼마나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상품의 위험성을 계산한다.

미국의 경제를 뒤흔든 방정식!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 교수였던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즈는 1973년 파생상품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블랙-숄즈 방정식’을 만들어 발표했다. 블랙-숄즈 방정식은 공기 중에 피어오르는 연기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는 확률미적분 이론을 이용해 만들었다. 이 방정식은 금융공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대학에서 로버트 머튼도 같은 주제를 혼자서 연구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세 학자 모두 자신이 만든 방정식에 따라 투자했다가 크게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1997년에는 금융분야를 발전시킨 기여로 블랙과 숄즈에게 노벨 경제학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그러나 블랙은 안타깝게도 95년에 암으로 사망해 상을 받지 못했다. 대신 그들이 연구할 당시 머튼과 교류한 사실이 인정돼 노벨 경제학상은 숄즈와 머튼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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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수학동아 정보

  • 이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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