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은 연구 부서입니다. 좋은 달력을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는 연구개발이 필수죠.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이 아주 유용하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만능 달력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곳에서는 시지 않고 다양한 달력을 연구하는 한편, 더욱 쓸모있는 달력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연구 부서는 역사 속의 다양한 달력을 소장하고 있는 달력 박물관과 각종 달력 연구소로 나뉘어 있습니다.
달력도 맞춤시대!
특수 달력 연구소에는 특별한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달력을 연구합니다. 보통 달력에는 공휴일이나 각종 기념일 정도가 표시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이 있거든요. 매일 천문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기록한 천문달력,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획을 하는지 등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담은 농사 달력, 밀물과 썰물의 높낮이와 시간을 기록한 조석달력 등 다양한 달력이 있습니다. 이런 달력은 흔히 눈에 띄지는 않지만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어 매우 유용하답니다. 자기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담은 맞춤 달력인 셈이죠.
달력의 발자취가 담긴 박물관
제가 미처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옛날에는 지역에 따라 다양한 달력이 있었습니다. 박물관에서는 이런 다양한 과거의 달력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물론 옛날 사람들이 쓰던 달력을 연구하며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죠.
고대 수메르는 60진법에 바탕을 두고, 1년이 360일인 달력을 만들어 썼습니다.바빌로니아에서는 달의 모양과 운동을 이용한 음력을 만들었으며, 지금과 같은 7일 단위의 일주일을 사용했습니다. 19년마다 7번의 윤달을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슬람 교도들은 선지자 마호메트가 메카를 향해 떠난 622년을 시작으로 순수한 음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윤달이 없어서 시간이 갈수록 계절과 맞지 않는 일이 벌어졌죠.
남미의 대표적인 고대 문명인 마야와 아즈텍 문명에서는 다른 곳보다 훨씬 복잡한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마야 문명에는 일 년이 260일인 종교달력과 농사에 365일짜리 달력, 그리고 세상의 탄생과 종말을 나타내는 달력이 따로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마야의 달력에 따라 2012년에 세상이 끝난다는 내용을 담은 영화가 개봉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달력을 위해
마지막으로 우리 공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연구가 이뤄지는 곳을 들러 보겠습니다. 바로 완벽한 달력을 만들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죠. 사실 완벽한 달력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오차를 수정해 가면서 써야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언제나 한 번 만들면 다시는 바꿀 필요가 없는 만능 달력을 꿈꿔 왔죠.
그레고리력은 자연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을 매우 정확하게 너타내고 있는 우수한 달력이지만 완벽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우선 지금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의 단점을 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고리력, 이건 안좋다! ❶ 제멋대로인 요일
일 년의 길이인 365일은 7일로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똑같은 날짜라고 해도 해가 바뀔 때마다 요일이 바뀐다.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일 년에 쉬는 날의 수도 일정하지 않다. 게다가 매년 새로운 달력을 찍어 내야 하기 때문에 지원의 낭비가 심하다.
그레고리력, 이건 안좋다! ❷ 들쭉날쭉한 달
어떤 달은 30일이고, 어떤 달은 31일로 되어 있다. 심지어 2월은 28일에 불과하다. 이렇게 들쭉날쭉한 달의 날 수는 시간을 똑같이 나누지 않기 때문에 기록과 통계의 기준으로 삼기에 안 좋은 면이 있다. 가끔씩 덧붙이는 윤일이 연말이 아닌 2월에 붙는다는 사실도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그레고리력, 이건 안 좋다! ❸ 여전히 존재하는 오차
그레고리력은 율리우스력에 비해 오차를 크게 줄였지만, 오차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레고리력은 매년 약26초씩 실제 시간보다 빨라진다. 약 3300년 후면 차이는 하루로 커지며, 윤일을 넣어야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제안한 만능 달력은 그레고리력의 이런 단점을 어느 정도 해결한 방법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국제 고정 달력’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달력은 일 년이 13달로 이뤄져 있습니다. 6월과 7월 사이에‘솔’이라는 새로운 달이 들어간 것이지요. 각 달은 28일, 즉 4주일 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매달 1일은 알요일, 28일은 토요일이었습니다. 그러면 364일이 되므로 남는 하루는 아무 달에도 속하지 않도록 연말에 붙었습니다. 하지만 이 달력에 따르면 매달 13일이 서양인들이 꺼리는 13일의 금요일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싫어한 것도 당연했습니다. 결국 국제 고정 달력은 카메라 장비 회사인 코닥에서 수십 년동안 쓰인 것을 빼고는 어느 나라에서도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그 뒤에는 ‘세계 달력’도 등장했습니다. 세계 달력은 12달로 이뤄져 있었으며, 1, 4, 7, 10월은 31일 나머지 달은 30일이었습니다. 남는 하루와 윤일은 각각 12월과 6월의 맨 뒤에 요일이 없는 날로 붙였습니다.
이 외에도 그레고리력의 대안으로 등장한 달력은 무수히 많습니다. 제각기 장단점이 있지만, 아직 그 어떤 달력도 현재 사용하는 그레고리력을 대체하지 못했습니다. 그레고리력이 어느 누구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친 역사의 흔적이 녹아들어 있는 달력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제 곧 등장할 2010년도 달력을 보면서 단순히 공휴일을 먼저 찾던 지금까지 와는 다른 생각을 해 보세요. 더 나은 달력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자연을 관찰하고 계산해 오차를 수정해 온 사람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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