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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이 좋을까, 20%할인이 좋을까?


우리나라 최대 민속명절 중 하나가 추석입니다. 일반인에게 추석은 그저 즐거운 날일지 모르지만, 업체에게 추석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입니다. 물건을 팔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에 신제품 출시를 기획하는 등 판매전략 마련에 고심하기 때문입니다.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업체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전략에는 ‘끼워팔기’와 ‘할인판매’가 있습니다. 업체는 끼워팔기 물건으로 어떤 것을 내놓느냐, 추석맞이 할인행사를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한 해의 매출에 큰 차이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그럼 끼워팔기와 할인판매가 무엇인지 둘은 어떤 점에서 다른지, 이 가운데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보도록 할까요?

얹어주기 vs 깎아주기
 

미국 옷가게나 식료품점에서는 수시로 ‘보고(BOGO)세일’을 연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끼워 주는 식이다. 소비자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고 판매자는 많은 물건을 빠르게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끼워팔기란 소비자가 정상가격으로 물건을 사고자 할 때 기본적인 물건에 덤으로 하나를 더 얹어 주는 판매방식을 말합니다. 즉 하나의 물건 값으로 두 개를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요. 전문적인 용어로는 ‘보고(BOGO : Buy One Get One Free) 마케팅’이라고 부르며 우리말로는 ‘끼워팔기’ 또는 ‘덤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미국 가게에서는 ‘Buy One, Get One’이라는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의류 매장에서 속옷 한 개를 사면 무료로 하나를 더 얹어 주는 경우가 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업체 중심으로 끼워팔기 방식이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경기불황으로 물건 판매량이 감소한 업체들이 자기들의 상품을 끼워팔기 물건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끼워팔기의 위력이 유감 없이 발휘되는 곳은 대형할인점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형태의 끼워팔기 행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5+1’ ‘10+1’같은 끼워팔기가 있는가 하면 ‘1+1’과 같은 끼워팔기도 볼 수 있습니다. 칫솔 5종 세트를 사면 작은 치약 하나를 끼워 준다든가, 10묶음짜리 두루마리 화장지를 사면 덤으로 하나를 더 얹어 주는 식이지요. 구매 빈도가 낮은 음식물처리기에 라면과 같은 생필품을 끼워 팔기도 합니다. 심지어 모 할인점에서 선풍기에 수박을, 에어컨에 쌀과 같은 농산물을 덤으로 주는 끼워팔기 행사를 펼쳐 농가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할인판매는 어떤 물건을 정상가격보다 낮춰 파는 것을 말합니다. 평소보다 가격이 싸다 보니 할인행사 기간 동안에 많은 물건의 판매를 기대할 수 있어 일시적으로 득이 됩니다. 하지만 할인판매 기간이 끝나 다시 정상 가격을 받게 되면 상황이 역전됩니다. 소비자가 할인행사 기간의 싼 가격을 떠올리며 물건을 정상가격으로 사려는 마음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할인판매 행사는 업체에게 일시적인 판매 증진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팔지 못하고 남아 있는 물건을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할인판매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끼워팔기는 좋기만 할까?

끼워팔기를 하는 업체들이 과연 손해를 볼 것인지, 이득을 볼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끼워팔기에 숨겨진 면을 들여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하나를 더 준다는 생각, 즉 공짜에 마음이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또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끼워팔기를 하는 곳에서는 다른 물건도 싸게 팔 것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됩니다. 이와 같이 한 번 각인된 이미지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게 되고, 결국 다른 물건을 사도록 만듭니다.

무엇이 더 이득일까?

소비자 입장에서 끼워팔기와 할인판매 중 어느 것이 더 이득일까요? 아껴쓰기의 대가인 왕절약 씨의 경우를 살펴보기로 해요. 왕절약 씨는 추석을 맞아 싸고 좋은 추석선물세트를 사러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똑같은 선물세트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판매하는 A, B매장을 발견한 거죠. A매장에서는 선물세트 5개를 사면 1개를 더 끼워준다고 하고, B매장에서는 추석맞이 20% 할인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똑부러지는 왕절약 씨의 선택은 과연 어디일까요? 선물세트 1개를 1만 원이라고 하면 A매장에선 6개를 5만 원에 주는 것이고 B매장에서는 5개를 4만 원에 주는 셈입니다. 결국 A매장에선 세트 1개당 약 8300원, B매장은 8000원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20% 할인을 하는 B매장이 이득이란 거죠. 물론 끼워팔기 방법이나 할인율에 따라 계산은 달라질 수 있으니 꼼꼼히 따져 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끼워팔기를 할인율로 바꾸는 공식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더 팔 수 있는 끼워팔기 방식이 이득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끼워팔기는 정상적인 가격으로 일정기간 판매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뿐 아니라 인지도가 낮은 물건을 잘 팔리는 물건과 묶어 새로운 물건으로 내놓아 판매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할인판매보다 나은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끼워팔기는 물건의 구매력을 높여 줘 업체가 가진 재고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운영자금도 쉽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비자 역시 끼워팔기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의 물건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끼워팔기는 그야말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득이 되는 상생(win-win)의 전략이라고 하겠습니다.

요즘처럼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렵고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물건이 좋다’는 것만으로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자극하긴 힘듭니다. 소비자는 끊임없이 새로운 물건과 파격적인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판매업체는 소비자의 성향과 기호 등을 주기적으로 분석해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물건의 가격을 깎아 주면서 일시적으로 판매를 늘릴 수 있는 할인전략보다 제값 받고 많은 물건을 팔 수 있는 끼워팔기 전략이 유리합니다.
 

추석선물세트는 대부분 끼워팔기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햄 세트 5개를 사면 하나 더 끼워 주는 식이다. 이것은 16.7% 할인판매와 같다.


할인판매의 원래 목적

할인판매는 할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판매전략이 아닙니다. 어떤 물건을 싸게 파는 대신 다른 비싼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데 진짜 목적이 있습니다. 많은 의류 업체들이 철 지난 옷을 할인판매하면서 바로 옆에 정상가격의 신상품을 멋지게 전시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할인판매에는 위험 부담도 있습니다. 한 약국에서 고객이 잘 아는 비타민음료를 원가보다 싸게 판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약국은 비타민음료를 앞세워 고객을 모은 뒤, 영양제 같은 비싼 물건을 팔아 수익을 얻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만약 손님이 싼 비타민음료만 사고 비싼 영양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할인판매의 효과는 부정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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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이기송 연구위원
  • 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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