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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힘!

"순수 우리 시스템 공학으로 만든 아리랑위성 2호가 보내 온 영상을 마음껏 만져 보고 싶었어요."

항공우주연구원 위성정보연구소 영상검·보정기술팀 최명진 박사는 항우연과의 인연을 이렇게 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위성이 촬영한 일종의 디지털 사진인 위성 영상을 평가하고 흐릿한 영상을 바로 잡는 일과 위성 영상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영상 처리 알고리즘 개발이다.

해외 위성 영상만 보다가 우리 위성으로 찍은 고해상도의 영상을 다루게 된 최 박사는 특히 아리랑위성 2호 영상에 애착이 강하다. 처음 아리랑위성 2호 영상과 만났을 때 최 박사는 기쁨보다는 당혹감이 더 컸다고 한다. 너무 완벽한 영상을 기대했던 탓일까? 최 박사가 너무도 보고 싶었던 영상은 전무가들이 사용하기에는 명확하지 않아 추가적인 보정 작업이 시급했다.

"일반 디지털 카메라가 흔들리면 사진이 흔들리는 것처럼 위성이 흔들리면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은 영상도 온전할 수 없어요. 위성이 흔들리는 이유는 위성이 빠른 속도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태양에서 나오는 입자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또 촬영할 때 위성이 자세를 바꾸는 탓도 있어요."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국내 영상처리 기술이 부족하고 영상을 바로잡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참고할 논문이나 책이 없었다. 보통 영상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술과 막대한 비용, 시간이 들기 때문에 일찌감치 핵심기술을 확보한 나라들이 관련 기술을 극비에 부친 탓이다.

최 박사는 위성 영상 처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한 세월을 '맨땅에 헤딩하기'에 비유했다. 그러나 어려운 수학 문제에 도전하고 풀어 내는 일에 익숙해서였을까. 최 박사는 처음부터 해낼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다.
 "수학자는 특유의 끈질긴 근성이 있어요. 엔지니어로서 이런 성격은 강점이 되죠. 어려운 수식으로 도배한 어지러운 논문도 꿋꿋이 볼 수 있고요. 하하하."

그 결과, 최 박사는 영상 융합과 영상 처리 기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위성이 찍은 영상을 평면인 지도에 바로 투영할 수 없어요. 위성이 보는 물체의 위치와 지상에서 보는 물체의 위치 정보도 다르죠. 그래서 촬영하는 동안 위성의 자세 정보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그 정보를 통해 얼마나 영상이 왜곡됐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 다음에 수학적 알고리즘을 만들어 기하학적 왜곡을 바로 잡습니다."

최 박사는 그동안의 연구로 받은 국내·외 특허가 두 개나 된다. 그 중 하나는 영상처리에서 쓰이는 수학 이론인 웨이블릿*으로 받았다. 최 박사는 영상처리는 수학적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그 과정을 간략히 설명했다.

"보통 물체의 경계면이 흐트러지면 영상이 또렷하지 않아요. 경계면이 물체의 정보를 담고 있는 셈이죠. 뒤틀린 부분의 위성 신호를 보면 파동이 갑자기 변하거나 뾰족한 모양을 띱니다. 그런 부분을 찾아 부드러운 선으로 바꾸면 깨끗한 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어요. 이 때 수학이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특히 위성 영상 융합 분야에서 최 박사는 세계적인 전문가다. 영상 융합은 여러 가지 영상에서 장점만 뽑아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내는 분야다. 최 박사는 이미 KAIST(카이스트) 박사과정 때 혼자서 영상 융합에 관한 논문을 써 특허도 받고 마르퀴스 인명사전*에도 올랐다. 최 박사는 "이 분야에서 제가 좋은 결과를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분명 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죠"라고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

최 박사가 연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꼽는 것 중 하나는 '아리랑위성 2호의 직수신 시스템 개발'이다. 지금은 아리랑위성 2호가 촬영한 영상을 유럽과 중동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수출한 영상만 6000여 장이 넘는다.

앞으로의 전망
 
"우주개발 분야의 지원은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항공우주 분야는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전망이 밝다. 실제로 국내 우주개발 사업에 매달린 업페만 100여 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최 박사는 항공우주 개발에 꿈을 담은 청소년들에게 항우연 과학자에게는 세부 전공의 제한이 없다며 전공에관계없이 창의적인 사고를 기를 것을 주문했다. 
 

최명진^위성영상처리전문가 


"항공우주 분야는 고도의 과학기술과 창조적인 생각이 필요해요. 창의적 사고는 기계적으로 익힐 수 없으니 어릴 때부터 다양한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 과학이나 수학 잡지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끝으로 최 박사는 "우리나라는 2020년에, 달에 로봇을 보낼 겁니다. 달에서 스스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로봇비전에 관심이 많아요. 이 로봇을 개발하는 데도 수학은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마르퀴스 인명사전은 미국에서 해마다 발행하는 사전으로 과학, 공학,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 낸 저명인사와 지도자를 선정해 그 업적과 이력을 소개한다.

*웨이블릿의 기본 함수는 한정된 구간에서 음과 양의 영역을 주기적으로 넘나들며 그 평균값을 0으로 갖는 작은 파동이다.
 

아리랑 위성 2호


아리랑위성 2호는 예상 수명 3년을 넘기고 2011년까지 우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아리랑위성 2호는 지구에서 685km 떨어진 우주공간에서 초속 7km의 속도로 지구 주위를 남북으로 돈다. 이 위성은 하루에 우리나라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촬영 영상은 항공우주연구원 지상국과 노르웨이의 최북단 섬인 스발바르 위성 수신소로 보낸다.

최박사 1분 강의 위성 수신소를 북극권에 따로 둔 이유는?

유클리드 기하학에는 증명 없이 일반적인 사실로 받아들이는 다섯 가지 공준이 있습니다. 그 중 다섯번째 공준을 쉽게 설명하면, 한 직선과 직선 밖의 한 점이 있을 때, 점에서 그을 수 있는 직선 중 원래의 직선과 평행한 직선은 한 개라는 내용이지요. 

그러나 비유클리드 공간에서는 이 상식이 깨졌습니다. 즉, 광활하고 휘어진 공간에서는 그런 직선이 없을 수도 있고, 무수히 많을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본 위의 한 지점에서 직선을 긋고, 그 직선 밖의 한 점을 잡아 봅시다. 직선 밖 점에서 그은 직선은 기존의 직선과 병행하면서 다시 만납니다. 남극점과 북극점에서 만나는 수많은 경도선을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의 지구관측 위성은 경도선처럼 지구를 남북으로 공전합니다. 그래서 위성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북극점과 남극점을 통과할 수 있지요. 이런 비유클리드 기하학 성질을 이용해 우리는 노르웨이의 최북단 섬인 스발바르에 위성 수신소를 세웠습니다. 북극권에서는 한반도보다 위성 사진을 더 자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아리랑 위성 2호가 찍은 백두산 천지. 검 ·보정 처리를 거쳐 완성했다. 천지 주변의 흰 부분은 화산재가 햇빛을 반사한 것. 이 위성은 자연재해 감시, 이용 가능한 자원 조사, 지리정보 모음, 지도 제작 등의 임무를 띠고 있다.


해상도

흑백 화면의 경우 지상에 있는 1m 크기의 물체를 알아볼 수 있고 컬러 화면의 경우 4m 크기의 물체나 지형을 분석해 낼 수 있다. 즉 흑백 영상의 해상도는 컬러 영상에 비해 4배 높다. 해상도는 화소 1개가 표현하는 지상의 면적이다. 보통 1m급, 5m급, 30m급 등으로 표현하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더 작은 지상물체를 판독할 수 있다. 1m급은 화소 1개가 1m²를 나타낸다. 이론상, 지상 물체의 크기가 가로 세로 1m 이상이면 어떤 물체인지 알아낼 수 있다.

인공위성 종류

우리나라 인공위성은 목적에 따라 그 종류를 나눌 수 있다. 방송통신의 중계 목적으로 운용되는 무궁화위성, 기상관측 및 해양관측을 위한 통신 해양기상위성, 핵심 위성기술 확보를 위한 과학기술위성, 지구 관측을 위한 다목적실용위성 등이 있다.

 

2009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이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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