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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대한민국 대표 수학자 박종일 교수, 최고과학기술인상 수상!

연구실에서 수학동아 기자를 맞이한 박 교수
 
◀ 종일 교수가 아내와 함께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는 모습

지난 달 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에서 박종일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가 대한민국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대통령상으로, 2억 70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국내 과학기술분야의 권위 있는 상이다. 박종일 교수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과학기술인 전체를 대상으로 주는 상이에요. 전 역대 30명의 수상자 중 세 번째 수학자예요. 순수학문 중에서도 순수수학을 연구하는 제가 이런 큰 상을 받다니, 우리나라도 기초 학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종일 교수는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4차원 다양체 분야를 개척하고 발전시켜 한국의 연구 역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교수의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2010년 인도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초청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4차원 다양체란 뭘까?

“전 특별한 성질을 갖는 4차원 다양체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다양체’란 도형을 한 개의 공간으로 보고, 수학적으로 정의한 말이에요. 4차원 공간이라고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시간+공간)이 대표적인데, 4차원에는 시공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도형 공간(=다양체)들이 있지요. 제가 연구한 것은 ‘특별한 성질을 갖는 4차원 다양체’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하종수가 0이고, 음(-)의 곡률을 갖는 가장 단순한 4차원 다양체’입니다. 하하~. 어렵죠?
먼저, ‘기하종수’란 공간의 전체 모양을 결정하는 불변량 중 하나예요. 쉽게 말하면, 공간에 구멍이 몇 개 뚫려 있는지 알려 주는 값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기하종수가 0이면 구멍이 없는 것이고, 1이면 구멍이 1개, 2이면 구멍이 2개, … 이런 식이지요. 제가 연구한 공간은 기하종수가 0인 단순한 공간이에요.
그리고 ‘곡률’이란 공간이 휘어진 정도를 말해요. 저와 같은 위상수학자나 기하학자들은 공간이 얼마나 휘어져 있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여러 공간들 중에는 평평한 것도 있고 휘어진 것도 있지요. 평평한 공간의 곡률은 0입니다. 휘어진 공간은 양(+)이나 음(-)의 값을 곡률로 갖지요.
예전에는 곡률이 양(+)인 볼록한 공간에 대해서만 알려져 있었어요. 수학자들은 곡률이 음(-)인 오목한 4차원 공간이 존재하는지, 혹은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지요. 그러다가 제가 곡률이 음인, 단순한 4차원 공간의 존재를 최초로 증명하며 국제적으로 알려진 거랍니다.”


박종일 교수님과 함께 하는 솔직담백 인터뷰!

박 교수님은 위상수학, 기하학 분야에서 수십년 간 최고의 난제로 여겨진 문제를 독창적으로 풀어내셨습니다. 교수님은 혹시…, 천재신가요?


하하. 저는 천재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수학은 천재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수학자라고 하면,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어떤 현상을 보기만 하면 수식과 도형들이 겹쳐서 보이고, 4차원 공간이 눈앞에 펼쳐질 것 같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수학 문제를 풀 때와 똑같이, 저도 오랫동안 연구실에 앉아 종이에 쓰면서 연구를 합니다. 직접 쓰면서 연구하지 않으면 생각이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거든요. 또 직접 쓰면서 정리하면 막혀 있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어 연구에 도움이 됩니다.

수학자에게 중요한 자질은 뭔가요?

대학 시절, 위상수학을 전공하면서 이 분야에 풀리지 않는 수학 난제는 뭐가 있나 알아본 적이 있어요. 이후 딱히 수학 난제를 풀겠다고 덤벼든 건 아니지만, 제 연구를 계속하면서 앞서 소개한 4차원 다양체 난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또 연관된 다양한 공부들도 해 왔지요. 결국 다른 논문을 쓰다가 난제를 해결할 힌트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2003년과 2007년에 중요한 결과들을 논문으로 발표할 수 있었지요. 소위 엉덩이가 무겁다고 하죠? 저는 그런 사람이 좋은 수학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교수님은 자신이 4차원 공간 분류학자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그건 무슨 뜻인가요?

저는 4차원에 어떤 공간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그 공간들이 어떤 기하학적 구조인지, 어떤 특징을 갖는지 연구합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특징별로 공간을 분류하는 ‘4차원 공간 분류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 분류학자들이 전체 식물들의 특징을 파악해 종을 분류하는 것과 마찬가지랍니다.

상금이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2억 7000만 원의 상금, 어떻게 사용하실 건가요?

상금의 일부는 내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에, 그리고 또 일부는 서울대학교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나머지는 우리 집사람이 알아서 쓰겠지요? 허허~. 한국 수학계에서는 상금을 받은 사람이 우리 수학계의 발전을 위해 일부 기부하는게 당연한 일이랍니다. 똘똘한 청소년들이 수학에 뜻을 품고 훌륭한 연구를 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지요.

2013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 사진

    김선희 기자
  • 사진

    대한민국과학기술연차대회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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