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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가 방정식에서 사라진다면?

수학자 : 말 그대로 x라는 기호만 없어졌을 때 어떻게 될 것이냐고 물으면 되게 쉬워요. x 대신 y를 쓰거나 나머지 25개의 알파벳으로 어떻게든 지금과 똑같은 기호화를 했을 거예요. 기호화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지 x라는 기호가 없어지는 것은 사실 그렇게 큰 의미가 없어요.

 

그렇지만 기호 자체가 없어졌을 때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기호를 대신할 다른 언어나 다른 표현이 나왔을 것 같아요. 마치 언어에서 대화를 쉽고 간결하게 만들기 위해 대명사가 나온 것처럼요. 이런 것들도 어떻게 보면 다 추상적인 기호잖아요. 사람들이 쓰다 보면 불편해서라도 점점 설명을 줄이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요? 우리가 자연스럽게 줄임말을 쓰는 것처럼 기호도 그 줄임말의 일종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자 : 역사적으로 보면 x가 없었던 시기가 분명히 있고 우리는 x 이후의 세대를 살고 있는 거니까 x가 없던 시절을 보면 되지요. 먼저 x의 사용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모르는 것에 대한 탐구, 모르는 값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서 우리가 x라는 값을 구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게 된 겁니다. x가 없던 시대의 대표적인 수학 저서가 고대 그리스 수학자 에우클레이데스(4세기 추정)의 <;원론>;(4세기 추정)이에요. 그 책을 보면 미지수를 쓰는 대수적 질문보다 제목 그대로 기하적인 것에 관심이 있지요. 물론 모르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지는 않은데 도형을 움직이고 비교하는 일종의 기하적인 해법을 사용해요. 이를 들여다보면 복잡한 경우가 많지요.

 

이후에 기하학 문제들이 x의 사용으로 대표되는 대수학에 와서 해결되는 형국을 보면 수학에서 미지수 x의 발견은 새로운 도구가 주어지는 상황인 거지요. 그래서 x의 사용은 우리 문명의 발전을 대표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요. 어찌 보면 우리가 자연 세계를 탐구하는 언어가 더 많아진 것이지요.

 

아까 기호를 쓰지 않는 것의 장점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건 아이디어를 처음 접했을 때 그렇고, 실제 수학 내용을 기호 없이 모두 일일이 표현하면 정말 불편할 거예요. 만약에 x가 없어서 방정식을 계속 풀어 써야 한다면 당연히 시간이 훨씬 더 걸리고 효율도 떨어지겠지요.

 

 

 

수학자 : 교수님 말씀을 듣고 보니 더더욱 인류 역사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x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수학을 학문적으로 봤을 때 문제를 풀고 답을 찾는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의미로 수학은 언어란 말이에요.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설명하고 남들에게 이해시키고 공통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도 되게 중요한 과정 중에 하나거든요. 그런 면에서 수학이 기호화 됐다기보다 언어 자체가 기호화 될 수밖에 없어서 수학도 같이 기호화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여러 수학 책이 수많은 지역과 나라를 오가면서 발전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단순히 단어 번역만 한 것이 아니라 수학 개념까지 전달하려면 굉장히 어려웠을 거예요. 그런 면에 있어서 수학의 기호화가 좋은 점 중 하나는 수학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2x = 4라면 x는 2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거예요. 그렇게 된 것 자체도 사실은 수학에서 기호화를 했기 때문에 나온 힘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래서 연구자로서 첨언을 드리자면 기호화 했기 때문에 오는 직관도 있어요. 예를 들면 F = ma라는 식은 물리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수식이잖아요. 질량(m)은 정해져 있다고 가정할 때 힘(F)은 가속도(a)에 비례한다는 거예요. 우리가 말로 ‘힘이 있을 때 질량이 일정한 어떤 물체는 가속도가 증가함에 따라 힘도 커져’라고 이야기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수식으로 기호화하면 힘과 가속도 두 변수가 비례한다고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요. 

 

인문학자 : 되게 좋은 지적이네요. 우리가 기호화했을 때 얻게 되는 장점의 좋은 사례 같아요. 직관적으로 알 수 없었던 내용을 소통할 수 있게 만든 거지요. 일종의 소통을 위한 강력한 도구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수학이 흔히 말하는 세계 공용어로서 어떤 기호나 수식이 존재한다는 게 다른 분야에서는 찾기 어려운 수학자만이 누리는 특권 같아요. 물론 이러한 것들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요. 미지수가 기호화 되고, 우리가 아는 수식이 나온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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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2월 수학동아 정보

  • 진행

    김진화 기자
  • 기타

    대담 이승재(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사이언스펠로우), 이은수(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 일러스트

    임찬미
  • 디자인

    최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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