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깍! AI로 하루 만에 책 한 권 뚝딱
종이책 한 권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작가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십 년 동안 책에 담을 내용을 공부하고 취재해요. 원고를 몇 번이고 고쳐 쓰며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최근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 믿기 힘들 정도로 빨리 만든 책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글을 쓰는 데 단 몇 시간, 알록달록한 그림을 그리는 데는 단 몇 분! 바로 챗GPT 같은 생성형 AI로 만든 책들이에요. AI로 책 한 권을 손쉽게 만들어 내는 이른바 ‘딸깍 출판’ 때문에 출판계가 들썩이고 있어요. 생성형 AI에 “우주를 탐험하는 아기 토끼 이야기가 담긴 동화를 한 편 써 줘”라고 입력하면 AI는 순식간에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요. 명령어 몇 줄을 입력하고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면 누구나 책 한 권을 집필할 수 있게 된 거예요. 한국의 인터넷 서점에서도 AI가 저자로 등록된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어요. 딸깍 출판은 ‘딸깍 번역’으로도 번지고 있어요. 최근 한 출판사가 펴낸 고전 <오뒷세이아> 번역본에는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 ‘머선129(무슨 일이야)’ 등 인터넷 용어가 등장했어요. AI가 번역한 글을 사람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었지요. 2025년에는 ‘1만 9800원으로 730여 권의 고전문학 전자책을 볼 수 있다’고 홍보한 전자책 구독 서비스가 나왔어요. 많은 고전을 단시간에 번역한 것으로 보여 AI 번역이 의심됐지요. 운영사는 2026년에야 이 사실을 인정하고 서비스를 중단했지요. AI는 글을 쓰고 번역하는 데 드는 시간과 돈을 줄여주는 유용한 도구예요. 하지만 기계가 순식간에 만든 책이 이야기의 즐거움까지 전해줄 수 있을까요?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일은 단순히 다른 언어로 옮기는 데 끝나지 않아요. 원래 작품의 말투와 분위기, 작가의 의도까지 살려야 하지요. AI는 이 일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까요?

AI 시대, 사람은 무엇을 써야 할까?
생성형 AI는 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골칫거리와 마법 같은 기회를 함께 가져다줬어요. AI는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그럴듯하게 꾸며낼 수 있어요. AI가 책, 기사, 논문 등 자료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지요. 특히 AI로 쓴 문학 작품에는 작가만 떠올릴 수 있는 독특한 발상이 담겨 있지 않아서 독자들이 실망하기도 해요. 2026년 9월 프랑스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 주최 측은 장편소설 <그것이 아니면 죽음뿐>을 1차 후보 명단에서 뺐어요. 소설을 AI로 썼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에요. 미국의 공상과학(SF) 잡지 ‘클락스월드’에는 작가 지망생들이 AI로 몇 분 만에 쓴 SF 소설 원고가 수백 편씩 몰려들었어요. 결국 잡지사는 신인 작가의 원고 접수 창구를 닫아 버렸지요. 하지만 AI 출판에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작가에게 AI는 지치지 않는 든든한 보조 도구가 될 수 있어요. 첫 문장이 떠오르지 않을 때 실마리를 주고 줄거리를 어떻게 이어 갈지 막막할 때 아이디어를 보태 주지요. 번역이나 편집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낯선 외국어 단어의 뜻을 빠르게 찾거나 틀린 맞춤법을 고칠 때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생겨요. 맞춤법과 문법이 정확하고 문장까지 매끄러운 AI의 글이 사람이 쓴 글처럼 독자를 감동시킬 수 있을까요? 2025년 체코 카를로바대 연구팀은 126명에게 사람이 쓴 시와 AI가 쓴 시를 보여줬어요. 처음에는 누가 썼는지 알려 주지 않았지요. 참가자는 어떤 시를 AI가 썼는지 잘 가려내지 못했어요. 누가 썼는지 밝히자 평가가 달라졌어요. 참가자는 AI가 쓴 시가 “차갑고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어요. 서툴러도 사람이 쓴 시에서 더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답했지요. 똑같은 언어로 쓴 글인데 왜 사람이 쓴 글에 더 감동했을까요? 글을 읽는 건 단순히 눈으로 단어의 뜻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에요. 독자는 작가의 삶을 떠올리며 책을 읽어요. 작가가 직접 겪은 감정과 아픔이 스며든 글을 읽으며 작가와 마음이 이어진다고 느끼지요. 문장을 빨리 쓰는 건 AI가 더 잘할지 몰라요. 하지만 벅찬 기쁨과 깊은 슬픔을 온몸으로 겪고 글로 풀어내는 건 사람만 할 수 있어요. 누구나 손쉽게 글을 쓰는 시대일수록 글에 담긴 진솔한 고민과 경험은 더욱 귀해질 거예요. AI를 똑똑한 도구로 활용하되 글의 마지막 온기는 내 마음으로 채우는 것. 이것이 AI 시대에 글을 쓰는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 아닐까요?
[Level Up! 디지털 바른 생활 영상 읽어줌]
AI가 발전하면서 궁금한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됐어요. 그럼 이제 책은 읽지 않아도 될까요? 전문가들은 오히려 ‘읽기’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해요. AI 시대에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만드는 읽기의 의미를 영상으로 살펴봐요!

유튜브 채널 <EBSDocumentary (EBS 다큐)> 영상 캡처
필자 소개
김지훈(부산 신금초 교사) 안전하고 신나는 디지털 세상을 꿈꾸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디지털 리터러시와 미디어 리터러시는 무엇인지 고민하며 학습자료를 만들고 수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