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는 대부분 알을 낳지만, 태평양딱정벌레바퀴는 몸속에서 새끼를 키워 낳아. 새끼에게는 우유처럼 영양분이 풍부한 액체도 먹여. 바퀴벌레가 새끼에게 먹이는 ‘우유’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바퀴벌레 우유 단백질, 결정으로 영양분 저장
바퀴벌레가 우유를 만든다고 하면 믿기 힘들 거예요! 태평양딱정벌레바퀴는 몸속에서 새끼를 키워요. 몸속 새끼는 어미로부터 단백질이 풍부한 액체를 받아먹어요. 새끼가 액체를 먹으면 장 속에서 우유 단백질이 작은 결정으로 만들어져요. 서브라마니안 라마스와미 미국 퍼듀대 교수가 이끈 국제 연구팀은 2016년 태평양딱정벌레바퀴의 우유 단백질 결정 구조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새끼의 장에서 얻은 단백질 결정에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물질을 통과할 수 있는 X선을 쏘았어요. X선이 퍼지는 모습을 분석해 단백질 결정 속 원자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죠. 이런 방법을 ‘X선 결정학’이라고 해요.
연구팀은 결정 구조를 1.2Å(옹스트롬, 1Å=100억분의 1m) 해상도로 확인했어요. 분석 결과 단백질에는 탄수화물(당)이 붙어 있었고, 지방을 이루는 성분인 지방산도 결합해 있었어요. 성분이 조금씩 다른 단백질과 영양분이 촘촘하게 모여 하나의 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었지요. 새끼가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이 농축돼 있는 거예요.
연구팀은 결정에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저장돼 있는지도 계산했어요. 그 결과 우유 단백질 결정은 같은 질량의 소젖보다 3배 넘는 에너지가 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했어요. 단백질과 지방, 당이 작은 결정 안에 촘촘하게 모여 있어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죠.
바퀴벌레 우유를 사람이 먹는 건강식품으로 활용하자는 건 아니에요. 라마스와미 교수는 “자연 상태 그대로인 데다 성분이 균일하지 않은 단백질 결정 구조를 원자 수준으로 밝힌 첫 사례”라고 설명했어요. 살아 있는 동물의 몸속에서 만들어진 복잡한 단백질 결정을 원자 수준으로 분석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에요.
태평양딱정벌레바퀴는 미국 하와이, 동남아시아, 호주 등 따뜻하고 습한 지역에 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