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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잡터뷰] 어린이 마음을 읽는 의사, 홍순범 (서울대어린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친구가 갑자기 화를 낼 때 “쟤 왜 저래?”라고 생각한 적 있나요? 내 마음이 왜 이런지 잘 모르겠을 때는요? 홍순범 서울대어린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어린이와 청소년의 마음을 살핀 의사예요. 내 마음과 친구, 가족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홍 교수에게 물어봤어요.

 

 

Q.소아정신과 의사가 된 계기가 뭔가요?

저는 소아정신과 의사지만, 처음부터 어린이의 마음을 치료하겠다고 결심했던 건 아니에요. 어른을 상담하다 보면 “이 사람은 어릴 때 어땠을까?” 하고 상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차라리 어린이를 직접 진료하면 사람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 의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어릴 때부터 ‘고통’ 자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생일 케이크 촛불을 불면서 “모든 생명이 고통을 느끼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소원을 빌 정도였죠. 병원에 몸의 고통을 치료하는 과가 있다면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는 과가 정신과예요. 그래서 정신과를 선택했어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Q.어린이, 청소년 환자들과는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상담의 기본은 어른이든 어린이든 같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예요. 어린이가 궁금해하는 것을 설명하고, 힘든 마음에 공감해요. 때로는 “그 상황을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기도 해요.


어린이만 만나는 것은 아니에요. 보호자와도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눠요.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고민을 함께 나누는 양육 상담도 하지요. 진료실에서 어린이와 보호자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아이의 모든 말과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다만 우리가 아직 그 이유를 모를 뿐이다.” 어린이와 어른이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면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해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Q.내 마음을 이해하려면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요?

가장 기본적인 습관은 나나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보며 “왜 그랬을까?”라고 질문하는 거예요. 우리는 이유를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그냥’이라고 넘길 때가 많아요. 


하지만 사람의 말과 행동에는 저마다 이유가 있어요. 다른 사람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라 내가 아직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죠.


어린이는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이 아직 어려울 수 있어요. 어른도 자기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가 많고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글로 써 보세요. 오늘 느낀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적는 ‘감정 일기’를 써 보는 것도 좋아요.

 

Q.사춘기가 되면 왜 부모님과 대화하기 어려울까요?

최근 <사춘기 아이와 대화하는 법은 따로 있습니다>라는 책을 펴냈어요. 사춘기, 즉 청소년기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중간 단계예요. 어른이 되려면 심리적으로 부모님에게서 독립해야 하죠. “부모님이 정한 길 말고 내 길을 찾아볼래”라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지요.


사춘기에는 부모님보다 친구를 더 의지하거나 좋아하는 아이돌과 유튜버의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해요. 부모님은 서운할 수 있지만 자녀가 독립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예요. 뇌 발달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에요. 우리 뇌에서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은 다른 뇌 영역보다 발달이 느려 청소년기에도 계속 발달해요.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기 어려워 부모님과 부딪히는 일도 많아질 수 있죠.

 

다른 사람의 마음, 뇌는 어떻게 읽을까?
▲홍순범
후측 상측두구
측두엽의 위쪽 뒤편에 있는 부위예요. 측두엽은 귀 주변에 있는 뇌 영역으로 소리와 기억을 처리하고, 다른 사람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할 때도 관여해요.
▲홍순범
측두극
측두엽의 가장 앞쪽에 있는 부위예요.
마음이론에 관여하는 뇌의 영역이에요.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표정, 행동을 살필 때는 후측 상측두구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떠올릴 때는 측두극을 포함한 여러 뇌 영역이 함께 작동해요.

 

▲AI 생성 이미지 (ChatGPT), GIB

 

Q.‘마음이론’은 무엇인가요?

어떤 행동을 설명하거나 예측할 때 그 행동을 한 대상에게 ‘독립적인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마음이론이라고 해요. 의자 다리가 갑자기 부러져도 우리는 의자가 화가 났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상상해요.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대화할 때도 우리 뇌가 비슷하게 작동한다고 해요.


마음이론을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성급한 오해나 편견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어요. 늘 상상할 뿐이지요. “저 사람의 진짜 마음은 내 상상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다른 사람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돼요.

 

Q.어른은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할 때 어떤 실수를 자주 하나요?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짧은 보호자는 그 시간을 ‘문제를 빨리 고쳐야 하는 시간’으로 쓰기 쉬워요. 공부를 못하면 공부를 시키고, 문제 행동이 있으면 바로 고치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아이는 “어른이 나를 부정적으로만 본다”거나 “나를 문제가 많은 아이로 생각한다”고 느낄 수 있어요.


바쁘더라도 아이의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인정해 주는 게 중요해요. 아이가 무언가를 잘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을 때 아이 자신도 그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겉으로는 태연해 보여도 속으로 자책하고 있을 수 있거든요.

 

홍순범 교수의 취미는 기록이에요. 1년간의 인턴 생활을 담은 <인턴일기>와 뇌과학, 심리학을 다룬 <타인이라는 세계> 등을 펴냈어요.<

 

Q.집중하지 못하거나 산만하면 ADHD인가요?

ADHD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줄임말이에요. 온라인에는 ‘이런 증상 3개 이상이면 ADHD 확정’이라는 식의 자극적인 내용도 있지만 정확한 진단 기준은 아니에요. 전 세계 전문가가 오랫동안 함께 정리한 공식 진단 기준이 따로 있어요. 부주의함에 해당하는 특징 9가지 중 6가지 이상이 6개월 넘게 나타나는지 살펴봐요. 과잉행동이나 충동성도 같은 방식으로 판단해요.


뇌과학적으로 ADHD는 주의를 유지하고 충동을 억제하며, 짧은 순간 정보를 기억하는 ‘작업기억’에 관여하는 전두엽의 발달과 관련이 깊어요. 대한민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ADHD 환자 비율이 비슷하게 나타나요. 사람의 뇌가 문화권과 관계없이 비슷하다는 뜻이지요.

 

Q.마음의 건강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추천해 주세요!

거창한 일을 새로 시작할 필요는 없어요. 충분히 자고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돼요. 조금 특이한 방법도 하나 소개할게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된다’고 상상하는 거예요. 요즘은 어디에든 사진과 영상이 남잖아요. 지금 내 행동이 언젠가 세상에 공개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다른 사람을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요?

 

▲G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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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 (20호)  정보

  • 글

    조현영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 디자인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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