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웜에게 음식 배달을 하러 간 택배원 푸푸. 스티로폼으로 포장된 음식을 무사히 주고 나가려는데, 슈퍼웜이 스티로폼을 먹기 시작하잖아? 음식이 아니라 스티로폼을 먹으려고 주문한 거였어?
안녕? 자기소개 좀 해줄래?
저는 딱정벌레의 한 종류인 아메리카왕거저리의 유충입니다. 몸 길이가 약 5cm인 애벌레로 다른 애벌레에 비해 크기가 커서 ‘슈퍼웜’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쌀겨나 밀겨, 나뭇잎 등을 먹고 살지요. 저는 물건을 포장하는 데에 쓰이는 스티로폼도 먹을 수 있어요. 6월 9일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크리스티안 린케 교수팀이 이를 발견해 발표했습니다. 스티로폼은 폴리스티렌이라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연적으로 분해가 잘 되지 않아요.
스티로폼을 먹는다는 걸 어떻게 알아냈지?
연구팀은 2015년에 다른 종류의 딱정벌레인 갈색거저리 애벌레가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온 것을 보고 슈퍼웜도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어요. 우선 135마리의 슈퍼웜을 45마리씩 세 팀으로 나눴어요. 3주 동안 한 팀에는 밀겨만 주고, 다른 한 팀에는 스티로폼을 줬고, 나머지 한 팀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요. 세 팀의 슈퍼웜 상태를 비교해 슈퍼웜이 스티로폼을 먹을 수 있는지 확인했죠.
슈퍼웜이 스티로폼을 먹었어?
24시간이 지난 뒤 스티로폼을 먹은 슈퍼웜이 스티로폼을 뚫고 들어가 구멍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48시간이 지난 뒤 스티로폼을 먹은 슈퍼웜의 대변이 갈색에서 알갱이가 섞인 하얀색으로 바뀌었어요. 스티로폼이 소화되어서 대변으로 나온 거지요. 3주가 지난 뒤 스티로폼을 먹은 슈퍼웜의 66.7%가 성충으로 자라는 데 성공했어요. 밀겨를 먹은 슈퍼웜은 92.9%가 성공하고 굶주린 슈퍼웜은 10%만 성공했습니다. 밀겨를 먹은 슈퍼웜만큼은 아니지만, 스티로폼만을 먹고도 잘 자랄 수 있는 거죠.
어떻게 스티로폼을 먹을 수 있는 걸까?
연구팀이 슈퍼웜의 장에서 유전 정보가 담긴 물질을 추출한 결과, 폴리스티렌을 분해하는 효소를 가진 세균이 장에 있는 것을 확인했어요. 이 세균 덕분에 스티로폼이 분해된 거죠. 린케 교수는 “이 세균을 활용하여 플라스틱 분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균의 효소로 폴리스티렌을 분해해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