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건 현장의 머리카락 한 올, 침 한 방울에도 DNA가 들어 있어요. DNA 감정관은 이런 작은 단서를 분석해 사건 해결을 도와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DNA 감정관으로 근무하는 엄태희 보건 연구사를 만났습니다.


엄태희
지문, 땀, 머리카락 등이 DNA를 찾아 범인을 지목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범죄학 마니아, DNA 탐정 되다
“프랑스의 범죄학자 에드몽 로카르가 말했죠.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저는 모든 접촉은 DNA를 남긴다고 말하고 싶어요.”
흰 가운을 입은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엄태희 보건 연구사가 DNA 모형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어요. DNA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물질이에요. 침, 콧물, 눈물, 모근이 달린 머리카락, 피부에서 떨어지는 각질 등에 들어 있죠. 물건을 손으로 잡기만 해도 우리 몸의 세포 일부가 그 자리에 남아 DNA를 찾아낼 수 있게 돼요.
5월 19일, 기자는 대검찰청 과학수사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의 DNA 감정실을 찾았어요. 이중 유리문으로 꼭 닫힌 감정실 안에서는 밥솥처럼 생긴 DNA 증폭 장비가 한창 돌아가고 있었죠. DNA 증폭 장비는 아주 미세한 한 개의 DNA도 수십억 개로 복제해, DNA를 눈으로 보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줘요.
엄태희 연구사는 형사 사건의 증거물인 감정물에서 DNA를 모으고 DNA 증폭 장비 등으로 분석해, 사건에 관련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요. 2018년부터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DNA를 감정하며 사건 해결을 돕는 일을 해왔어요. 어릴 때부터 범죄 수사 드라마와 범죄학 책을 읽으며 꿈을 키운 덕분이었죠. 엄태희 연구사는 “어머니께 늘 책장이 너무 시커멓고 시뻘겋다는 핀잔을 들었다”며 웃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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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폭된 DNA를 분석하는 장비.
침 한 방울도 놓치지 않는다
DNA의 분석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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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감정물을 면봉 등으로 긁어내 침, 각질 등 표본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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➋ DNA가 포함된 표본에서 DNA 가닥을 추출한다.

➌ DNA 가닥을 여러 개로 증폭하고, 고유한 패턴을 분석한다.

엄태희
➍ 검출된 DNA 패턴을 확인한다.
Q DNA는 어떻게 감정하나요?
옷, 휴대폰, 지폐 등의 감정물이 들어오면 먼저 목록과 맞는지 확인해요. 그다음 어디에서 DNA를 모을지 연구사들과 상의하고, 전용 면봉이나 테이프로 표본을 채취해요. 예를 들어 휴대폰이라면 통화할 때 입이 가까이 닿는 마이크 쪽을 면봉으로 긁어내 침 표본을 얻죠. 핏자국은 약품을 뿌렸을 때 빛이 나는 반응으로 확인할 수 있어 암실에서 채취해요. 표본에서 추출된 DNA는 DNA 증폭 장비로 복제돼요. 복제된 DNA를 분석해 사건 용의자의 DNA와 비교하면, 용의자가 감정물을 만지거나 사용했는지 알 수 있죠.
Q 감정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보나요?
어디에서 어떻게 DNA를 모을지 결정하는 일이 중요해요. 피해자가 입었던 옷이 감정물로 들어왔다면, 가해자가 어느 부분을 어떻게 잡았을지 먼저 고민해 보죠. 옷 전체에서 표본을 한꺼번에 채취해 분석하면 DNA를 많이 얻을 수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서 나온 DNA인지 알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사건 당시 감정물이 어떻게 사용됐을지 상상하며 가장 알맞은 방법을 고민해요.
Q 해결하기 어려웠던 사건이 있나요?
고양이의 친자 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사건이 있었어요. 분양받은 새끼 고양이가 분양해 준 집 수컷의 새끼가 아닌 것 같다는 거였죠. 고양이 DNA 감정은 처음이라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 입안을 면봉으로 닦고 털도 뽑아 보면서 분석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했어요. 결국 새끼 고양이가 아빠 고양이의 친자가 맞다는 걸 밝혀냈죠.


엄태희
엄태희 연구사가 고양이 미엘의 입안을 닦아 세포를 채취하고 있다.
Q 감정관이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까요?
DNA 감정관이 되려면 유전학을 잘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학교에서 배우는 멘델의 완두콩 실험도 꼭 알아두면 좋아요. 지금의 DNA 분석 기술은 모두 이런 기초적인 연구에서 출발했거든요. 유전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 새로운 기술도 훨씬 쉽게 배울 수 있을 거예요.
Q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DNA 감정관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꼼꼼해야 해요. 작은 실수 하나로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늘 여러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상상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해요. 가해자가 감정물을 어떻게 만져서 DNA가 어디에 남았을지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볼 때, 책 속 장면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비교해 보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감정관이 되어보세요!
양파에서 DNA 추출하기

증류수 100ml에 소금 3g과 주방세제를 넣고 천천히 섞는다.

양파를 잘게 갈아 용액에 넣고 10~15분간 상온에 둔다.

양파 찌꺼기를 걸러내고 DNA가 녹아 있는 양파 추출액만 모은다.

차가운 에탄올을 천천히 붓고 떠오르는 DNA를 관찰한다.
에탄올은 벽면을 따라 천천히 흘러내리도록 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