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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잡터뷰] 3대를 잇는 기타 제작자, 엄홍식

     

    한 달에 최대 두 대. 엄홍식 제작자는 끌, 대패, 칼 같은 손 도구들로 기타 한 대 한 대를 정성스레 만들어요. 3대에 걸쳐 기타를 만들어 온 장인, 엄홍식 기타 제작자를 만났습니다.

     

    숭례문의 나무로 만든 기타.

     

    스마트폰 개발자, 기타를 만들다


    지난 3월 4일,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엄홍식 기타 제작자의 작업실을 찾았어요. 기자가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엄홍식 제작자는 기타 하나를 꺼내 들었어요. 줄을 튕기자 묵직한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져 넓은 공연장에 서 있는 것 같았죠.

     
    이 기타는 엄홍식 제작자의 할아버지 엄상옥 장인이 1961년에 만든 특별한 기타예요. 1960년대 숭례문 공사 현장에서 엄상옥 장인이 사 온 550년 된 소나무, 금강송이 기타 앞판에 쓰였죠. 금강송은 궁궐을 짓는 데 쓰일 만큼 단단해요. 엄상옥 장인은 기타 뒤판과 옆판에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조선총독부의 책상과 의자의 나무를 활용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연주해 보니, 소리가 끊이지 않고 오래 이어졌어요. 덕분에 여러 음이 겹쳐 울리며 크고 풍성한 소리가 났죠. 기타가 오래되면 나무가 뒤틀리거나 갈라지기 쉬운데, 이 기타는 아직도 연주할 수 있는 상태였어요.


    엄상옥 장인은 1932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기타를 만들었어요. 엄홍식 제작자는 “일본에도 할아버지와 비슷한 시기에 기타를 제작하기 시작한 가문이 있지만, 그 가문은 기타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며 “우리는 끝까지 남았다”고 자부심을 드러냈어요. 엄상옥 장인의 기술은 아들, 손자까지 3대에 걸쳐 9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엄홍식 제작자가 어릴 때, 집에는 늘 기타가 가득했어요. 술래잡기하다가 머리 위에 걸린 기타가 우르르 떨어진 적이 있을 정도였죠. 기타가 너무 익숙했던 나머지, 엄홍식 제작자는 기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대신 컴퓨터와 게임을 좋아해 스마트폰을 만드는 개발자가 되어 일본과 스웨덴 등 다양한 나라에서 일했습니다. 


    그러던 2007년, 엄홍식 제작자는 앞으로 어떤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리고 어릴 때부터 늘 곁에 있던 기타 작업실로 돌아와 기타 제작자가 되기로 결심했답니다. 기타의 어떤 매력이 그를 작업실로 이끈 걸까요?

     

    기타를 만들 때 쓰이는 손 도구들.

     

    할아버지 엄상옥 장인. 아버지 엄태흥 장인. 3대째 이어져 온 망치.

     

    ▲GIB
    엄홍식 제작자가 만든 사운드홀(기타 중앙의 소리가 나오는 구멍) 위치가 바뀐 특이한 기타.

     

    Q&A 나무로 음악을 만든다

     

    Q.기타는 어떻게 만드나요?

    우선 기타에 사용할 나무를 골라야 해요. 그리고 원하는 모양으로 깎고 붙여서 만들어요. 기계로 0.1mm 단위까지 깎아 내지만, 마무리는 반드시 손으로 조정해요. 마이크로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를 녹음해, 소리의 특성을 분석하죠. 그리고 내가 원하는 소리에 맞게 나무를 깎거나 살을 붙입니다. 공장에서는 한 사람이 한 가지 일만 하지만, 저는 혼자 모든 과정을 맡아요.

     

    나무를 깎아 만든 기타 앞판.

     

    기타 내부에 붙일 나무를 깎는 모습.

     

    Q.기타를 만드는 과정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에요. 같은 나무라도 어떻게 깎고 다듬느냐에 따라 소리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연주자와 원하는 소리를 함께 찾아가다 보면, 기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음악을 함께 만들어 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또 다른 매력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에요. 기타 소리가 마음에 안 들 때면, 나무를 조금 더 깎거나 두께를 미세하게 바꾸는 식으로 원인을 하나씩 찾아냅니다. 개발자 시절 수백 줄의 코드를 한 줄씩 훑으며 오류를 잡아내던 것과 비슷해요.

     

    Q.좋은 기타란 어떤 기타인가요?

    연주자에게 잘 맞아야 해요. 기타의 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소리의 단단한 중심과 그 주변을 풍성하게 감싸는 울림이에요. 저희 집안에서는 이걸 ‘뼈와 살’이라고 표현해요. 뼈와 살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는지는 연주자마다 달라요. 그래서 저는 기타를 만들기 전, 연주자가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지,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 이야기를 나눠요. 옛날엔 악기가 귀해서 사람이 악기에 맞춰야 했지만, 이제는 연주하는 사람에게 맞춰 악기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Q.집안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법이 있나요?

    비법은 없어요. 중요한 건 세 가지예요. 제대로 배우고, 배운 걸 이해하고,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하는 거죠. 기타 만들기도 똑같아요. 물론 아버지로부터 이어받은 것도 있어요. 바로 마음가짐이죠. 아버지는 항상 “내가 여기까지 했으면 너는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하지 않느냐”고 하셨어요. 저는 집안 대대로의 일을 이어받는 데 그치지 않고 발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진짜 비법이라고 생각해요.

     

    Q.어린이 독자들에게 한마디해 주세요.

    지금 좋아하는 게 뭔지 몰라도 괜찮아요. 이것저것 해보는 게 중요해요. 저는 어릴 때 기타를 만드는 아버지 옆에서 자랐지만, 정작 기타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오히려 프로그래밍 책을 이해될 때까지 몇 달씩 반복해서 읽으며 개발자의 꿈을 키웠죠. 그렇게 쌓은 경험과 노력이 지금 기타를 만드는 데도 그대로 쓰이고 있어요. 처음에 어렵다고 포기하면 기회를 잃게 돼요. 뭐든지 가리지 않고 도전해 보세요!

     

    기타의 옆판을 붙이는 과정.

     

    나무의 소리를 분석하는 장면. 엄홍식 제작자가 개발한 악기 소리 분석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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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4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8호) 정보

    • 김도현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엄홍식
    • 디자인

      김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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