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일 밤, 보름달이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어두워지더니, 잠시 후 달 전체가 짙은 붉은빛으로 물들었어요.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월식이었죠.
개기월식은 왜, 언제 일어나는 걸까요?
➌ LED 쥐불놀이를 만들고 있는 어린이. ➍ 개기월식을 관찰하는 김이현 어린이.
망원경으로 관찰한 개기월식
“달이 사라지고 있어요!”
공원 여기저기에 망원경이 줄지어 서 있고, 사람들은 하나둘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어요. 달은 점점 사라지다가, 붉게 물들었어요.
3월 3일, 서울 노원천문우주과학관 앞 중계문화공원에서 개기월식 관측 행사가 열렸습니다. 약 500명의 사람이 모였죠. 개기월식은 태양에 비친 지구의 그림자가 달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에요. 기자가 망원경으로 달을 들여다봤더니, 달 표면의 어두운 바다와 운석이 충돌해서 생긴 흔적인 크레이터가 생생하게 보였어요.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릴 때는 달이 사라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죠.
이날 개기월식은 오후 6시 50분부터 달이 가려지며 시작했어요. 오후 8시 4분에는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졌어요. 오후 9시 3분에는 달이 다시 그림자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날은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으로 보름달이 뜨고 한 해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는 명절이기도 했어요. 정월대보름과 개기월식이 겹친 것은 1990년 2월 10일 이후 36년 만이었어요.
이날 행사에는 LED 쥐불놀이, 별자리 배지 만들기, 목성 관측 등의 체험들도 마련됐습니다. 어린이들은 망원경으로 개기월식을 보는 것뿐 아니라 우주와 관련된 체험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가족과 함께 관측 행사에 참여한 최유안 어린이는 “개기월식을 망원경으로 본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달이 점점 작아지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이 신기했다”고 전했습니다.
일식과 월식의 차이

보름달이 사라진다
질량을 가지는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이 힘을 중력이라고 해요. 지구는 달보다 훨씬 크고 무거우므로, 달을 강하게 끌어당겨요. 달은 지구에 끌려오지만, 동시에 옆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그래서 달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고, 지구 주변을 둥글게 돌게 돼요.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내요. 반면 지구와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 빛을 반사해 빛나요. 빛은 직진하기 때문에 태양 빛을 받는 면은 밝게 빛나지만, 반대쪽 면에는 그림자가 생깁니다. 그림자 가운데 완전히 어두운 부분을 ‘본영’, 바깥쪽의 살짝 어두운 부분은 ‘반영’이라고 해요.
달이 지구를 돌다 보면 태양-지구-달 순서로 늘어설 때가 있어요. 지구에서 달을 보면, 태양 빛을 받은 달의 면이 지구 쪽을 향하고 있어서 달이 보름달 모양으로 둥글고 환하게 보이죠.
이때 태양 빛을 받지 못해 생긴 지구의 반영에 달이 들어오면 달빛이 살짝 어두워져요. 달이 본영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달 가장자리부터 반달, 초승달 모양으로 어두워지는 부분식이 시작돼요. 이후 달 전체가 본영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는 현상이 개기월식입니다. 그래서 개기월식은 보름달이 뜰 때만 일어날 수 있어요.
다만 보름달이 뜰 때마다 무조건 개기월식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달이 지구를 도는 궤도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궤도는 약 5.1° 기울어져 있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보름달은 지구 그림자 위나 아래를 지나쳐 버립니다. 개기월식은 평균 2~3년에 한 번 정도 볼 수 있어요.
개기월식 동안 달은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붉게 물들어요. 지구를 둘러싼 공기층은 태양 빛의 일부를 휘어서 달 방향으로 보내요. 이때 파란빛은 공기층을 통과하는 동안 주변으로 흩어져 버리고, 멀리까지 잘 전달되는 붉은빛만 달에 닿아요. 그 붉은빛이 달에 반사되어 지구에서 달이 붉게 보이는 거예요. 이렇게 붉게 빛나는 달을 ‘블러드문’이라고 합니다.
월식과 반대로, 일식은 태양-달-지구 순서로 일직선이 되어 달이 태양을 가리는 현상이에요. 일식은 달의 그림자가 작아서 때에 따라서 일식을 볼 수 있는 지역이 달라져요.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도 7분 30초 정도로, 최대 2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개기월식보다 훨씬 짧아요. 또 일식을 관찰할 때는 태양을 맨눈으로 오래 보면 눈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태양 관측 안경 같은 안전 기구가 필요해요.
다음 개기월식과 정월대보름이 겹치는 시기는 46년 뒤인 2072년이에요. 송규호 어린이는 개기월식을 보고 나서 “46년 뒤에는 어른이 되었을 텐데, 그때도 개기월식을 직접 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➌ 기자가 직접 촬영한 블러드문 사진. ➍ 일식을 관찰할 때 사용하는 태양 관측 안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