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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죽어간다

한반도 소나무 재선충병 긴급 진단

우리나라는 소나무의 나라입니다.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언제나 푸른 빛을 잃지 않는 꿋꿋한 모습은 절개와 의리를 나타낸다 하여 사랑받았지요. 또 소나무는 500년을 넘게 살기 때문에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요. 애국가에 등장하는 소나무가 영영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이 때, 소나무재선충병 전문가인 국립산림과학원 신상철 박사와 함께 소나무재선충병의 모든 것을 알아보기로 해요.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 1980년대 큰 피해를 주었던 솔잎혹파리의 경우는 나무에 주사를 놓아 치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소나무재선충병의 경우는 발견된 순간 이미 감염이 한창 진행되었기 때문에 소나무를 베어 낼 수밖에 없답니다. 여기서 소나무재선충병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과 신상철 박사를 만나 보았어요.
 



Q 소나무재선충은 무엇인가요?
A 기생충이 우리 몸에 살면서 양분을 빼앗아 먹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의 줄기나 가지, 뿌리 속에 살면서 물과 양분의 이동을 방해하여 소나무를 말라 죽게 만듭니다. 소나무재선충은 길이 0.6~0.8㎜의 실처럼 가느다란 몸이지만, 적절한 환경에서는 한 쌍이 20일 뒤에 20만 마리로 늘어날 만큼 번식력이 좋습니다.


Q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리면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요?
A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되면 잎이 갈색으로 변하고 우산살 모양으로 처지면서 죽어갑니다. 또 껍질이 메말라 있으며 송진도 전혀 없어요.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탈출한 구멍도 여기저기 발견됩니다.


Q 매개충인‘솔수염하늘소’가 탈출한다고요?
A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하기 전부터 소나무에 피해를 주던 해충이었어요. 가을이 되면 병든 소나무를 골라 알을 낳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소나무에서 겨울을 보내지요. 이듬해 봄이 되면 다 자란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를 떠나요. 그런데 외국에서 소나무재선충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심각해졌어요. 소나무재선충이 솔수염하늘소의 가슴에 붙어 기생하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 있게 된 거예요.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의 가지를 먹을 때 나무 속으로 침입한 소나무재선충은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소나무를 말라 죽게 합니다. 보통 솔수염하늘소 한마리 당 약 1만 5000마리의 소나무재선충을 몸 속에 지닐 수 있답니다.


Q 그럼 소나무재선충은 어떻게 우리나라까지 온 거죠?
A 일단 걸리면 죽기 때문에‘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부르는 소나무재선충병의 근원지는 미국과 캐나다라고 추정됩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소나무재선충의 피해를 겪어온 그 곳의 소나무들은 자체적으로 병을 이겨 낼 수 있는 내성을 갖게 되었지요. 그러나 물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은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병에 대해 무방비 상태인 아시아와 유럽의 소나무숲은 손 쓸 겨를도 없이 쓰러져 갔어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견된 것은 1988년입니다. 당시 부산 금정동물원에서 일본원숭이를 들여온 것이 문제였어요. 원숭이를 운반하는데 사용된 우리가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로 만들어졌거든요. 그 후 소나무재선충병은 빠르게 전염됐고, 작년 겨울에는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 동해까지 퍼졌습니다.


Q 소나무재선충을 막기 위해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요?
A 소나무재선충병을 완전히 막아 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일단 감염된 소나무는 다시 살아날 가망이 없기 때문이에요. 솔잎혹파리의 경우 솔잎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자라며 잎을 말라 죽게 합니다. 따라서 솔잎혹파리의 애벌레를 직접 죽이거나 천적인‘솔잎혹파리먹좀벌’을 이용할 수 있어요. 그러나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깊숙이 들어가 기생하기 때문에 농약을 마구 뿌릴 수도 없고 감염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중국에서는 솔수염하늘소의 애벌레에 기생하는 벌을 이용하고 있어요. 천적을 이용하기 때문에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지요. 소나무재선충으로 엄청난 산림 피해를 본 일본은 더 적극적이에요. 아예 소나무숲을 없애고 삼나무 등 다른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었습니다. 또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원봉사단을 조직하여 소나무 지키기에 나섰지요.
소나무재선충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나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이에요. 소나무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는 병든 소나무에 알을 낳기 때문에 튼튼한 소나무라면 병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 낮아질 것입니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 어떻게 할까요?

1차 작업. 소각


죽은 나무를 베어 잔가지와 낙엽까지 모두 모아 불에 태운다. 확실한 효과가 있으나 산불의 위험이 있다.

 
2차 작업. 약품 처리 후 밀봉

❶ 말라 죽은 나무를 베어서 1~2㎥ 크기로 쌓는다.

❷ 쌓아둔 나무에 소나무재선충 방제약을 나무 1㎥당 1ℓ씩 뿌린다.
❸ 약제 투입 후 신속하게 비닐로 밀봉한다.
❹ 일주일 이상 지나면 나무에 살던 솔수염하늘소가 모두 죽는다.

 

 

3차 작업. 항공방제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솔수염하늘소를 죽이는 농약을 뿌린다. 짧은 시간에 넓은 산림의 소나무재선충병을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솔수염하늘소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이나 나무에까지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강한 농약을 쓰는 것은 피해야 한다.


 

소나무재선충병이 우려되는 지역의 소나무에 미리 예방 주사를 놓는 방법. 1~3월에 소나무 줄기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약제를 주입해 놓으면 소나무재선충이 들어와도 이겨 낼 수 있다. 일일이 소나무마다 주사를 놓는 번거로움과 비싼 주사약제에 대한 부담이 있었으나, 얼마 전 국립산림과학원은 가격이 저렴한 예방약을 개발하여 소나무 구하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를 통해 퍼져나가지만 이러한 자연적인 전파보다도 사람에 의한 인위적 확산이 더 위험합니다. 따라서 병에 걸린 소나무를 함부로 옮겨와 집을 짓거나 장작으로 쓰는 등의 행동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또 외국에서 목재를 수입할 때도 감염을 막기 위해 열처리를 한 후 들여오는 방법을 쓰고 있어요.
그러나 소나무재선충병을 막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관심입니다. 주변의 소나무가 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늘 살피고, 만약 솔잎이 갈색으로 말라 죽어 있으면 소나무재선충병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또 소나무재선충병이 이웃인 일본에서 전해진 만큼 우리나라에서 생긴 병이 아니라고 구경만 하고 있어서는 안돼요. 현재 세계 곳곳에서는 어떤 병이 유행하고 있는지 정보를 수집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해요. 국경을 허물며 빠르게 번지는 소나무재선충병, 소나무를 살리기 위한 첫걸음은 바로 우리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랍니다.


소나무재선충 신고는 산림청 홈페이지(www.foa.go.kr)나 전화 1588-3249로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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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신방실 기자
  • 도움

    국립산림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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