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무서운 사람도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를 관찰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라. 야생벌도 사람의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집 앞에 벌의 집을 만든 사람들
“와, 여긴 벌들이 많이 다녀갔네요!”
크고 작은 구멍들이 흙과 송진, 지푸라기 등 각기 다른 재료로 빈틈없이 막혀 있었어요. 벌볼일있는사람들 조수정 공동대표가 2023년부터 집 근처에 설치해 4년째 관리 중인 비하우징이었죠. 조 공동대표는 “4월 중 이 구멍에서 야생벌들이 나와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수벌과 짝짓기를 한 어미 벌은 둥지를 고르고 알을 낳은 다음, 어린 벌이 먹을 꽃가루를 뭉쳐 넣어 둔 뒤 입구를 막고 떠나요. 어미는 어디선가 생을 마감하지만, 구멍 안에선 부화한 어린 벌이 먹이를 먹고 성충으로 자라 세상에 나옵니다. 자신이 태어난 비하우징으로 돌아와 다시 알을 낳기도 하지요. 조 대표의 비하우징에도 ‘애야’라고 이름 붙인 애가위벌의 후손이 4대째 살고 있어요.
야생벌은 대부분 한 마리씩 흩어져 살고 활동 기간도 1~2개월 정도로 짧아 관찰이 쉽지 않아요. 서식지가 사라지고 개체 수가 줄어들어도 변화를 파악하기 어렵죠. 그래서 조 공동대표와 같은 시민과학자들은 비하우징을 통해 주변의 야생벌을 관찰합니다. 2년 전 학교 근처에 비하우징을 설치한 벌볼일있는사람들 회원 오시형 학생은 “벌을 가까이서 보면 몸에 난 털과 뾰족한 꼬리 등이 귀엽다”며 “나무 대롱이나 페트병을 이용해 어린이도 쉽게 비하우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어요.
벌이 위험하다고 생각해 주변에 비하우징이 있는 것을 꺼릴 수 있어요. 정원을 가꾸며 벌을 관찰하는 경상대학교 정계준 명예교수는 “단독으로 생활하는 벌은 손으로 쥐지 않는 한 사람을 잘 공격하지 않고, 군집 생활을 하는 벌도 둥지만 건드리지 않으면 일부러 쏘는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어요.
올해 초 국립수목원은 시민과학자들과 함께 경기도 포천시 광릉숲에 사는 109종의 야생벌과 생태를 담은 벌 도감을 펴냈어요. 야생벌을 공부하기에 좋은 자료지요. 조 공동대표는 “야생벌을 도우려면 벌의 생태를 잘 알아야 하고, 알고 나면 그리 무섭지 않을 것”이라며 “주변에서 다양한 야생벌을 찾아 관찰해 보라”고 당부했습니다.
도시 곳곳에 숨은 야생벌 서식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