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잉~. 꿀벌인 줄 알았니? 나는 왕가위벌이라고 해.
사람이 키우지 않고 자연에 스스로 집을 짓는 야생벌이지. 도시엔 살 곳이 없어 한참 헤매다가 다행히 머물 호텔을 발견했어! 일단 짐부터 풀고, 우리 이야기를 들려 줄게.

드디어 도시에 내 방이 생겼어! 아담하지만 깨끗해서 마음에 들어. 이렇게 좋은데 왜 다른 방은 텅텅 비었을까? 아직 다른 야생벌들은 여길 모르나 봐.
1000개의 구멍이 난 집
지난 3월,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줄포만노을빛정원 산책로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구조물을 발견했어요. 가까이 가 보니 빨대처럼 속 빈 나무 대롱과 구멍 뚫린 나무판으로 이뤄져 있었어요. 지름 0.5~1cm 안팎의 크고 작은 구멍이 가득한 이 구조물은 ‘벌 호텔’이에요.
벌 호텔은 야생벌을 위해 만든 인공 서식지예요. 야생벌은 사람이 기르지 않고 자연에서 살아가는 벌을 뜻해요.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양봉으로 기르는 꿀벌을 제외한 벌들이 야생벌에 해당해요. 벌 호텔의 구멍이 막혀 있다면, 어미 야생벌이 안에 알을 낳은 뒤 입구를 막아 두고 떠났다는 뜻이에요. 지난해 10월 설치한 이 벌 호텔의 구멍은 아직 대부분 비어 있었죠.
기자는 앞서 2024년 부안군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 정원에 설치된 또 다른 벌 호텔에도 가 봤어요. 적은 수지만 몇몇 구멍이 흙이나 식물 조각으로 막혀 벌이 이용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부안군의 두 벌 호텔엔 각각 700~1000개의 구멍이 있어요. 어미 벌이 한 구멍에 여러 개의 알을 낳으니, 벌 호텔 한 곳에서 약 1만 마리까지 벌이 자랄 수 있죠.
자연 속에서 스스로 집을 짓는 야생벌은 도시화가 진행되고 자연이 파괴될수록 살 곳을 찾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야생벌이 집을 짓는 재료와 환경을 본떠 벌 호텔을 지어 주는 거예요. 벌들이 꾸준히 찾도록 벌 호텔은 제대로 관리해 줘야 해요. 그래서 벌이 잠깐 들렀다가 가는 듯한 느낌의 ‘벌 호텔’ 대신, 벌의 집을 짓고 관리까지 한다는 의미의 ‘비하우징(bee housing)’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부안의 벌 호텔도 처음엔 시민들이 잘 모르고 나무 대롱을 건드리거나 빼 가기도 했어요. 부안군청 자치행정담당관 박중현 주무관은 “시민들에게 야생벌의 생태를 알리고, 꽃도 심으며 야생벌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으니 많은 벌이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말했죠.
2024년 미국 뉴욕시도 도심 광장과 거리에 비하우징을 시작했어요. 뉴욕시청은 “대부분의 야생벌은 꿀벌처럼 벌통에서 살지 않기 때문에,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와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죠. 야생벌은 어떤 벌이기에 이렇게 보호하려는 걸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