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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잡터뷰] 영화에 빠져드는 소리를 만든다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 뽀드득 눈 밟는 소리. 영화 속 실감나는 소리들이 누군가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 알고 있었나요? 
    소리를 만드는 예술가, 정지수 폴리 아티스트를 만났습니다.

     

     

    만물을 이용해 소리를 탄생시키는 곳


    “와, 진짜 눈 밟는 소리가 나요!”


    사운드 파운트 스튜디오 정지수 대표가 통 안에 수북한 소금을 두 손으로 꾹꾹 눌렀어요. 눈을 감으니 머릿속에 ‘뽀드득뽀드득’ 눈길을 걸어가는 풍경이 펼쳐졌죠. 더 굵은 소금을 주무르자 이번엔 더 단단히 얼어붙은 눈을 밟는 소리가 났어요. 

     

    굵은 소금을 주물러 눈 밟는 소리를 표현한다.


    정지수 대표는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영상 속의 소리를 만드는 ‘폴리 아티스트’예요. 193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에 처음 효과음을 덧입힌 사람 ‘잭 폴리’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죠. 영화엔 배우의 대사, 배경음악 등 다양한 소리가 들어가는데, 폴리 아티스트는 이 중 발소리, 옷 스치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처럼 사람이 움직일 때 나는 소리를 주로 만들어요. 정지수 대표는 2008년부터 영화와 드라마 300여 편의 폴리 작업을 해왔어요.   


    2월 20일, 기자가 찾은 정지수 대표의 작업실은 세상에 존재하는 소리만큼 많은 도구로 가득했어요. 각종 그릇이며 연장, 신발, 흙바닥부터 대리석까지 다양한 재질의 바닥 판도 눈에 띄었죠. 소금과 눈 밟는 소리처럼 의외의 물건과 소리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폴리 아티스트는 늘 다양한 물건을 준비해 둬요. 정지수 대표는 “물건을 관찰하고, 만져 보며 어떤 소리를 낼 수 있을지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어요. 

     

    다양한 도구를 갖춘 정지수 대표의 작업실.

     

    [Q&A] 폴리 아티스트, 장면을 살리고 이야기를 완성한다

     

    영화 1편당 폴리 아티스트가 만들어 내는 소리는 1000가지가 넘어요. 때로는 괴물이 움직이는 소리처럼 세상에 없던 소리를 만들기도 하죠. 정지수 폴리 아티스트에게 장면에 꼭 맞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비결을 들어봤어요. 

     

    Q.왜 촬영할 때 녹음된 소리를 쓰지 않나요?

    우선, 촬영할 땐 배우의 대사 위주로 녹음되어 다른 소리는 또렷이 담기지 않아요. 또 영화를 볼 때, 관객이 기대하는 소리가 실제 소리와 달라요. 영화 속 싸움 장면에서 배우들은 실제로 때리고 맞지 않지요. 실제로 싸울 때도 영화처럼 ‘퍽’ 하는 소리는 나지 않아요. 하지만 영화 속 싸움 장면에선 더 과장되고 아픈 느낌의 소리가 나야 관객들이 빠져들 수 있어요. 몸이 부딪히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처음엔 생고기를 두들겨 봤는데, 낡은 야구 글러브를 손으로 치니 더 자연스러웠어요. 여기에 셀러리를 부러뜨려 만든 뼈 부러지는 소리, 바람 소리 등을 섞어서 싸우는 장면을 완성해요.

     

     

    Q.소리를 만들 때 어려운 점이 있나요?

    폴리 아티스트는 소리를 만들 때 재질과 무게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발소리를 만들 때, 바닥 재질은 쉽게 맞출 수 있어도 무게감은 표현하기가 까다로워요. 화면 속 캐릭터는 앞으로 걷지만, 작업실에선 제자리걸음을 해야 해서 실제 걸음에 실리는 무게와 같지 않거든요. 보통 한 사람이 아이부터 어른, 괴물까지 등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하다 보니 차이를 줘야 하고요. 소리로 심리 상태도 나타내야 해요. 강아지도 기뻐서 달려올 때와 달리 긴장하며 걸을 땐 타닥타닥 발톱 소리를 넣어 주는 게 좋아요. 그럴 땐 폴리 아티스트도 캐릭터가 되어 연기를 하죠.

     

    장갑에 클립을 끼우고 바닥에 두드려 개의 발소리를 낸다.

     

     

    나무 도구를 리듬감 있게 굴러서 말발굽 소리를 낸다.

     

     

    원하는 느낌의 걸음을 표현하기 위해 때로는 손에 신발을 끼운다.

     

     

    Q.폴리 작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정해지지 않은 방법으로 소리를 만드는 일이 매력적이에요. 메기가 귀신으로 등장하는 어느 공포 영화를 작업할 때, 징그러운 소리를 내 달라는 요청에 고민했어요. 무작정 마트에 가서 물건들을 둘러보다 곤약을 발견했고, 물에 곤약을 치대서 만족스러운 소리를 얻었죠. 짧은 시간에 많은 소리를 만드는 게 쉽진 않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크레딧에서 제 이름을 볼 때면 보람을 느껴요.

     

     

    Q.폴리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능력은 뭘까요?

    폴리 아티스트는 단순히 영상에 없는 소리를 채우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이야기를 이해하는 능력이 소리를 내는 능력만큼 중요해요. 또 카메라가 얼마나 가까이서 촬영했는지, 어떤 구도와 각도로 찍었는지에 따라 소리도 달라져요. 그래서 영화 기법에 대한 지식도 필수고, 작업 전에 감독님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Q.어린이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폴리 아티스트에 관심이 있다면 먼저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를 보며 대사 외의 흥미로운 소리를 찾아보세요. 그 소리를 어떻게 만들었을지 상상해 보고, 나만의 방법으로 따라해 보세요. 다양한 소리를 만드는 재미에 푹 빠질 거예요.

     

    잘 녹는 얼음 대신, 장기말을 물에 넣고 흔들어 얼음컵 소리를 낸다.

     

    셀러리를 부러뜨려 뼈 부러지는 소리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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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년 3월 15일 어린이과학동아(6호) 정보

    • 박수진
    • 사진

      어린이과학동아, 정지수
    • 디자인

      김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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