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꽃게 종으로 유명한 게는 전 세계 바다에 살고 있어요. 숨어 살다 밤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게의 이중생활을 알아봐요.
꽃게를 만나다
게는 십각목 꽃게과에 속하는 갑각류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꽃게와 대게, 홍게가 수산 자원으로 많이 활용돼 친숙하지요. 그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꽃게는 수심이 얕은 서해와 남해에 주로 살아요.
꽃게는 야행성 동물이에요. 낮에 땅바닥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 되면 밖으로 나와 활발하게 먹이를 잡아먹지요. 바닥을 파고 들어가 눈과 더듬이만 드러낸 채로 숨어 있다가 가까이 다가오는 먹이를 사냥해요. 해양생물의 사체를 먹기도 하고 껍질을 벗은 동족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얕은 바다에서 겨울잠을 자다가 3월에 서해와 남해 연안으로 이동해 알을 낳는 산란을 준비하고 6~8월에 산란해요.
저는 그동안 남해 통영과 서해 나치도와 격렬비열도에서 꽃게를 만났습니다. 당시 바다에 부유물이 많아 뿌옜는데 꽃게들도 서로를 발견하지 못하다 다급히 뛰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꽃게는 빠르게 헤엄치다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수중 호흡을 한다
게는 물과 땅 위에서 모두 호흡하는 동물이에요. 2019년 인도네시아 미크로네시아에서 ‘맹그로브크랩’이라고 불리는 게를 보고 게의 호흡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맹그로브크랩은 우리나라에서 갈색땅게와 큰톱날꽃게로 알려진 게입니다.
맹그로브크랩은 아가미덮개폐를 가지고 있어요. 아가미 안에는 적절한 수분을 유지하는 공간이 따로 있습니다. 이 공간을 이용해 산소를 들이마시는 공기 호흡을 해요. 공기 호흡을 잘 하기 위해 맹그로브크랩의 아가미는 건조하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되고 표면은 폐처럼 주름 잡혀 있어요. 최대한 넓은 면적으로 산소를 흡수하기 위한 구조이지요. 과학자들은 이런 형태의 아가미가 진화해서 지상 동물들이 폐를 갖게 되었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맹그로브크랩은 아가미를 촉촉하게 유지할 수 없는 건조한 환경에서는 살 수 없어요. 연구자들이 맹그로브크랩을 적은 양의 물이 담긴 수조에 두자, 게들은 물에 가라앉아 지상 호흡이 아닌 수중 호흡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물의 양이 적어 물에 있는 산소의 양이 부족해지자 결국 질식해 버렸어요.
맹그로브크랩 외에도 전 세계에는 다양한 종의 게가 살고 있어요. 이 게들이 살던 곳을 벗어나면서 생태계를 어지럽히기도 해요. 집게 끝이 푸른색인 청색꽃게는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 인도양, 남태평양 등지에 삽니다. 그런데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로 이동하면서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어요.
미국 메릴랜드주, 멕시코 등에 사는 미국꽃게도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이탈리아 바다로 건너가 살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로 간 미국꽃게는 이탈리아에 있는 각종 어패류를 잡아먹었습니다. 결국 2023년 이탈리아 정부는 미국꽃게 퇴치를 위해 우리나라 돈으로 약 42억 원을 예산으로 배정했어요. 미국꽃게를 포획하는 사람에게 지급하기 위한 포상금이었지요.



저자 설명
우석대학교 대학원에서 산호충강을 전공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해양 환경 및 생태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주로 산호와 해조류의 서식 환경과 말미잘의 분류에 대해 연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