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로 흘러들어간 고운 흙 같은 퇴적물이 가여운 타르보사우루스 위에 조금씩 쌓여갔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부드러운 살은 모두 썩었지만 단단한 뼈는 그대로 남았어요. 다만 물살과 퇴적물의 침식 작용, 또 주변 생물들의 움직임 때문에 뼈들이 조금씩 움직이거나 사라지긴 했지만요.
이후 1000만 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어요. 그 사이 퇴적물은 쌓이고 쌓이다 호수를 모두 메워버릴 지경에 이르렀지요. 밑에 쌓인 퇴적물은 위에서 누르는 힘을 끊임없이 받다 못해 물기가 쪽 빠진 채 굳었답니다. 퇴적물끼리 서로 엉겨붙기도 했고요. 어느 새 퇴적물들은 단단한 암석이 되어 있었어요. 그 속에 타르보사우루스의 뼈를 품은 채로 말이에요.
또 한 번 시간이 한참 흘렀어요. 한 6000만 년 정도로요. 그 사이 퇴적층은 땅 속에서 누르는 힘을 견디지 못해 위로 불룩 솟아올랐어요. 바람과 물이 위쪽을 계속 깎아내서, 드넓은 호수에 쌓였던 퇴적물 일부는 아예 사라져 버렸죠. 그러느라 또한 1000만 년이 휘리릭 지나 버린 어느 날, 야트막한 산 속 작은 절벽에 석이와 아빠가 왔어요. 바위를 깎아내던 아빠는 작은 뼈를 발견하지요. 호숫가에서 쓸쓸하게 쓰러졌던 타르보사우루스가 7000만 년의 시간을 넘어 기적처럼 우리 앞에 나타난 순간이에요.
이 이야기는 타르보사우루스가 화석이 되어 만화 속에 등장할 때까지의 과정을 담은 거예요. 화석은 ‘과거에 살던 생물들의 사체나 살았던 흔적이 암석에 남은 것’을 말해요. 지층 속에 숨은 공룡 뼈, 바닷가에 있는 발자국, 부드러운 암석에 찍힌 나뭇잎의 잎맥 등 암석에 남은 생물의 흔적은 모두 화석이지요.
생물이 화석으로 남고, 또 우리가 그걸 찾는 과정은 사실 ‘기적’에 가까워요. 몸이 모두 썩거나 부스러져 없어지기 전에 퇴적물 속에 재빨리 갇혀야 하거든요. 용케 파묻혔다고 해도, 다른 동물이 파헤치거나 큰 물살에 휩쓸려서 말 그대로 ‘뼈도 못 추리는 상황’이 되면 화석으로 남을 수 없죠. 또 퇴적물에 남은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퇴적물이 바로 단단한 암석으로 변해야 해요. 기껏 화석이 되었다고 해도, 땅속의 뜨거운 열 때문에 녹아 버리거나 큰 힘으로 심하게 찌그러지면 끝.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땅 위로 올라온 지층이 화석이 드러날 때까지 잘 깎여야 비로소 화석이 우리 눈앞에 나타난답니다. 우리가 만나는 멋진 화석은 수백만 년에서 수십억 년까지, 기적 같은 과거를 담은 지구의 선물이에요.
그럼 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릴까요? 무슨 힘이 퇴적물 속 생물을 화석으로 만들고, 또 녹이거나 깎는 걸까요? 자그마한 단서들은 이야기 속에 숨겨 두었지만, 지금 다 이야기하면 재미없잖아요~. 앞으로 이 코너를 통해 조금씩 들려 드릴게요. 세계 곳곳의 진귀한 화석이나 상상을 초월한 과거의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무서운 화산과 지진도 빼놓을 수 없겠죠? 자, 그럼 화석탐사대와 지질탐사대의 힘찬 탐사를 기대해 주세요!
잠깐! 이게 궁금해요!
Q 우리나라에서도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이 나오나요?
A 뼈 화석은 모두 몽골에서 발견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빨과 발자국 화석이 나왔어요. 만화 속에서 석이 아빠가 찾은 뼈 화석은 타르보사우루스가 한반도에 살았다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꾸민 이야기예요.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 지질학자들이 분명 찾아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