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나리아는 몸이 잘려도 다시 자라는 재생의 달인이야. 그런데 나이가 들면 눈이 엉뚱한 데 생기고, 몸의 움직임도 느려지지. 하지만 머리를 자르면? 새 머리가 자라나면서 눈도, 몸도, 심지어 꼬리까지 다시 젊어져!
박동현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길쭉하고 납작한 몸을 갖고 있는 플라나리아야. 몸의 왼쪽과 오른쪽이 좌우 대칭인 편형동물 중 하나로, 세모 모양의 머리와 까만 색소가 있는 두 눈이 특징이지. 나는 몸이 잘려도 다시 재생되는 특징이 있어. 덕분에 나는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오래 살 수 있어. 그런데 최근, 내가 나이가 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밝혀졌어. 4월 3일,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이 플라나리아의 노화와 재생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거든.
연구 결과가 어땠어?
연구팀은 갓 태어난 플라나리아부터 40개월 된 플라나리아까지 총 761마리의 플라나리아의 눈을 조사했어. 태어난 지 1개월이 넘지 않은 플라나리아는 모두 정상적인 눈을 갖고 있었어. 반면 3개월에서 40개월 사이의 플라나리아는 변형된 눈을 가진 비율이 4%에서 64%로 점점 높아졌지. 나이가 들수록 눈이 원래 자리를 벗어나거나, 한쪽 눈이 두세 개로 늘어난 플라나리아가 많아진 거야. 노화가 진행됐다는 증거지.
그러면 어떻게 다시 어려질 수 있는 거야?
연구팀은 변형된 눈이 있는 32개월 된 플라나리아 머리를 잘라 봤어. 그랬더니 새로 자란 머리는 정상적인 눈을 갖고 있었어. 몸을 잘라 조각 내도 다시 자라나서 움직임과 생식능력, 세포 상태까지 젊은 플라나리아 수준으로 회복된 거야. 심지어 잘라낸 부위와 멀리 떨어진 꼬리 조직도 젊은 플라나리아의 유전자 상태로 바뀌었어. 손상되지 않은 부분까지 조직이 어려진 거야.
이번 연구는 어떤 의미가 있어?
이번 연구는 플라나리아의 재생이 몸의 모양만 되돌리는 게 아니라, 몸을 젊게 만드는 과정인 걸 처음으로 보여줬어. 대부분의 포유류는 나이가 들면 다양한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의 수가 줄어들어. 포유류와 다르게 플라나리아는 줄기세포의 수나 기능이 유지된 상태에서 어려진다는 게 확인됐지. 또 편형동물의 노화에 관여하는 유전자 특징이 인간의 노화 유전자 특징과도 닮아 있었어. 연구팀은 “사람을 비롯한 포유류의 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