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이훠이, 내 앞길을 막는 너, 얼른 비키는 게 좋을 거야!
나는 인간의 장 속으로 침입하는 무적의 병원성 대장균 ‘장균이’야. 내 삼지창에 찔리면 꽤나 아플걸? 내가 장을 어떻게 들쑤시고 다니는지 궁금하면 따라와~!
나, 대장균이 장에 많으면 건강한 장이 될 수 없어. 배가 계속 아프거나 설사를 하게 되지.
장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변 은행이 새로운 해결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어.
국내 최초 대변 은행에 방문하다
“이게 다 똥이라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변 은행에 들어서자마자 기자의 입이 떡 벌어졌어요. 냉동고 안에 갈색 액체가 담긴 통 수천 개가 늘어서 있었거든요. 대변 은행은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보관하는 곳이에요. 대변 속의 장내 미생물을 추출해 대변 이식액을 만들지요. 이식액은 영하 80℃ 냉동고에 보관됩니다. 급속으로 냉동시켜야 미생물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식액은 상온에 놔두거나 20~30℃의 물에 중탕해 사용해요.
대변 이식액은 대변 미생물총 이식(FMT) 시술에 쓰여요. FMT는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장내 미생물을 건강하지 않은 장에 넣는 치료법이에요. 우리나라에선 2012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이 환자 두 명에게 처음으로 FMT 시술을 했어요. 두 환자 모두 장 질환을 앓았지만 시술 이틀 차, 일주일 차에 각각 설사가 멈추는 등 증상이 나아졌지요.
FMT 시술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대변을 기증할 기증자가 있어야 해요. 대변 기증자는 3단계의 철저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첫 번째로 키, 몸무게, 앓고 있는 질환, 평소 먹는 약이 있는지 등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확인해요. 다음으로는 혈액과 소변, 대변 검사를 한 뒤 마지막으로 대변 내 미생물 분석을 통해 기증을 해도 될 대변인지 판단합니다. 이 검사는 100명 중 4명만 통과할 정도로 까다로워요. 대변 은행이 설립된 2016년부터 지금까지 기증자가 20~30명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적은 수치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기증자가 정해지면 장 질환을 앓는 환자가 대변을 기증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대변을 기증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앓고 있는 질병 등이 고려돼야 하지요. 남성과 여성의 장내 미생물이 다르기 때문에 성별도 중요한 요소랍니다. 장내 미생물 신약 개발 회사 바이오뱅크힐링 이원석 이사는 “FMT 시술의 이식 성공률은 70~90% 정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FMT 시술을 하는 모습.
University of Minnesota Microbiota Therapeutics Program
대변 이식액 알약.
대변 이식술 과정
1 대변 기증자를 선정한다.
2 3단계에 거쳐 기증자의 대변을 분석한다.
3 대변을 정제해 미생물 이식액으로 가공한다.
4 만들어진 대변 이식액을 환자에게 투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