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지구를 위한 과학’정기강좌 5강이 열렸어요. 이번 주제는 약 6500만 년 전 멸종해 우리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공룡’이에요. 과학자들은 현재 화석만 남아 있는 공룡의 모습을 어떻게 알아내는 걸까요? 강연장에서 직접 그 답을 찾아보세요.
과거에 복원한 공룡은 꼬리를 끌고 다녔다?
‘지구를 위한 과학’ 정기강좌는 작년 6월에 시작한 지구사랑탐사대의 특별 강연이에요. 지난 2월에 열린 5강은 공룡을 주제로 진행됐지요. 강연은 공룡이 살았던 쥐라기의 환경과 공룡의 모습을 재현한 실감 나는 영상으로 시작됐답니다.
영상이 끝나고 서대문자연사박물관 박진영 연구원이 등장했어요. 국내 유일의 도마뱀화석 전공 고생물학자인 박진영 연구원은 2015년 전남 보성에서 몸길이 2m 이상의 중생대 도마뱀 화석을 발견해 화제가 됐지요.
“공룡 화석은 몸 전체가 온전히 발견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턱뼈, 이빨, 엉덩뼈 등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지요. 그래서 같은 공룡의 뼛조각을 찾아 조립하는 데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걸린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서 복원한 공룡 모습이 나중에 다시 수정 되기도 해요. 점점 더 많은 공룡 화석이 발견되면서 과거에 복원한 공룡의 모습이 틀렸다고 밝혀지는 거지요.
“19세기 과학자들이 복원한 공룡은 지금의 모습과 달리 꼬리를 땅에 질질 끌고 다녀요. 이 시기의 과학자들은 공룡이 파충류와 비슷하게 생겼을 거라고 추측했거든요. 그런데 1970년대 미국 예일대학교 존 오스트롬 교수는 작은 육식공룡의 꼬리뼈 화석에 남아 있던 단단한 힘줄의 흔적을 통해 공룡의 꼬리는 뻣뻣해서 아래로 축 늘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그 결과, 몸을 세운 채 꼬리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닌다고 상상하던 공룡의 모습은 꼬리를 들고 등을 수평으로 눕힌 채 걸어다니는 모습으로 수정됐지요.”
상상은 공룡 연구의 시작!
공룡 복원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자, 귀여운 펭귄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어요.
“친구들에게 펭귄의 비밀을 알려 줄게요. 흔히 겉모습을 보고 펭귄을 목과 다리가 아주 짧은 동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제 펭귄의 뼈를 들여다보면 목과 다리가 긴 ‘롱다리 동물’이랍니다.”
박진영 연구원은 이처럼 뼈만 봐서는 동물의 외형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어요. 그래서 최근 과학자들은 공룡을 복원할 때 자유로운 상상을 추가한다고 해요.
“수백 년 동안 공룡의 모습은 계속 변해왔어요. 아마 앞으로도 공룡의 모습은 달라질 거예요. 머리에 동그란 아이스크림 모양의 혹이 나 있는 공룡이나 공작처럼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공룡이 등장할 수도 있지요. 이처럼 공룡의 모습을 다양하게 상상해 보는 것이 바로 공룡 연구의 시작이랍니다.
또 공룡에 대한 상상은 외형에만 그치지 않아요. 보통 영화나 그림에서 공룡은 사냥하거나 서로 으르렁거리는 모습으로 표현되곤 해요. 하지만 공룡도 코끼리처럼 진흙 목욕을 즐기거나 염소처럼 비탈길에서 풀을 뜯었을 수도 있지요.”
고생물 그림 작가로도 활동하는 박진영 연구원은 참가자들과 함께 공룡을 그려 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참가자들의 상상이 더해져 색다른 공룡이 탄생했답니다.
박진영 연구원은 “공룡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공룡은 과학자들의 상상 속에서 그 모습이 계속 변화 하면서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있다”며 강연을 마쳤어요.
공룡이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번째 순서는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님과 박진영 연구원이 함께하는 토크쇼였어요. 강연에 참가한 친구들은 미리 공룡에 관해 궁금한 점들을 보내왔지요.
첫 질문은 ‘공룡이 멸종한 이유’에 관한 것이었어요. 어린이의 질문을 듣고 이정모 관장님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답을 하셨지요.
“소행성 충돌과 같은 공룡 멸종에 관한 가설은 친구들도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그래서 좀 더 새로운 질문으로 바꿔 볼게요. 공룡은 왜 하필 이 시기에 출현하고 번성한 걸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친구들은 섣불리 답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자 박진영 연구원이 대신 그 답을 알려 줬지요.
“공룡이 이 시기에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래로 쭉 뻗은 다리’ 덕분이에요. 악어처럼 다리가 옆으로 뻗은 다른 동물보다 민첩하게 움직여 먹이 사냥에 유리했거든요. 또 당시는 지금보다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었어요. 아래로 뻗은 다리를 가진 공룡은 달릴 때 다리가 옆으로 뻗은 동물보다 에너지를 적게 쓸 수 있어요. 그 결과 더 오래 달릴 수 있었지요.”
마지막으로 이정모 관장님은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공룡이 부활하길 바라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새도 공룡의 일종”이라며, “무엇보다 현재 살아 있는 동물이 공룡처럼 멸종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강연에 참가한 김예림(서울 원명초 6)친구는 “강연을 듣고, 앞으로 공룡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졌다”고 소감을 밝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