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뀌었고, 퍼(Fur·모피)의 역사는 끝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패션 잡지 <;엘르>;가 ‘Fur Free’(퍼 프리)를 선언했습니다. 퍼 프리란 모피 사용에 반대한다는 의미예요. 앞으로 잡지, 웹사이트, SNS 등을 포함해 <;엘르>;가 운영하는 모든 매체에서 모피를 홍보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지요.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대해! ‘퍼 프리’의 선한 영향력
지난해 12월, <;엘르>;의 발레리아 베솔로 요피즈 부사장은 “45개국에서 각 나라 버전으로 발행되는 모든 <;엘르>;가 ‘퍼 프리’에 동참한다”고 발표했어요. 앞으로 <;엘르>;는 기사뿐 아니라 광고, 화보, 런웨이, 길거리 패션을 소개할 때도 동물의 털이 사용된 제품 사진과 홍보 문구를 절대 싣지 않지요.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퍼 프리를 실천해온 <;엘르>;코리아의 채은미 편집장은 “콘텐츠를 선정할 때 모피가 들어간 제품인지 확인하고, 모피 제품이라면 싣지 않는 것이 우리가 지켜가는 약속”이라면서 “평소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어요.
46개의 엘르 웹사이트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은 약 1억 명, 45개국에서 발행하는 잡지를 구독하는 전 세계의 독자는 월 2100만 명이라고 해요. <;엘르>;를 접하는 수많은 이들은 ‘동물 털로 만든 옷이 아니더라도 패션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모피 반대를 널리 알리는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요.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의 패션 정책 책임자 피제이 스미스는 “다른 패션 잡지들도 퍼 프리 선언에 동참하길 기대한다”면서 “이번 발표는 수많은 동물의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으며, 지속 가능하고 모두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어요.
동물 희생 없이도 멋진 패션 완성!
HSI에 따르면 매년 1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모피 제작으로 인해 온갖 학대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나요. 밍크, 여우 같은 야생동물이 비좁은 우리에 갇혀 살다가 오직 인간의 모피를 위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죠.
다행히도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모피를 금지하는 나라가 늘고 있어요. HSI에 따르면 영국, 오스트리아 등 33개국이 모피 반대에 뜻을 모아왔지요. 이탈리아는 남은 모피 농장을 올해 6월 30일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고, 지난해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모피 금지국’을 선언하고 모피 판매를 금지했죠. 우리나라는 모피 농장을 운영하지는 않지만, 모피 거래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나라 중 하나예요.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법을 개정해 모피의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패션 기업들은 합성 섬유로 만든 인조 모피(페이크 퍼)를 사용해 동물의 희생을 줄이고 있어요. 모피를 식물성 소재로 대체하는 비건(채식주의) 패션도 등장했지요. 영국 브랜드인 ‘스텔라 맥카트니’는 옥수수 부산물과 폴리에스터 섬유를 재활용한 인조 모피를, 스웨덴 브랜드 ‘H&M’은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찌꺼기를 재활용한 비건 가죽 제품을 판매했어요.
채은미 편집장은 “요즘엔 멋진 인조 모피와 에코 레더 등으로 된 코트, 모자, 가방 같은 패션 아이템이 많다”면서 “모피가 아니어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으니, 불필요한 잔혹성을 없애고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시대로 한 걸음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