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왈.”
학교 가는 길에 개 짖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더니 털이 꾀죄죄한 파피용 한 마리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바로 그때, 커다란 쓰레기차가 강아지를 향해 달려왔다.
“안 돼!”
나는 소리를 지르며 찻길로 뛰어들었다. 감았던 눈을 뜨니, 나는 웬 흰색 방에 서 있었다. 그때 하얀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태블릿과 바코드 스캐너처럼 생긴 물건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반갑다. 나는 천사 마요네즈다. 넌 이름이 뭐니?”
“전 은요일이에요. 여긴 어디인가요?”
“은요일? 몽실이, 개가 아니라 사람 영혼이라고?”
“개요? 저는 금빛초등학교 5학년 은요일이에요.”
“뭐? 그럴 리가.”
마요네즈가 바코드 스캐너처럼 생긴 물건을 내 머리에 댔다. 그러자 ‘삐삐’거리는 요란한 경고음이 났다. 마요네즈 말에 따르면 흰색 방은 저승이었다. 조금 전 교통사고로 개의 영혼이 이곳에 와야 하는데 엉뚱하게 내가 왔다는 것이다.
“그럼 저를 다시 돌려보내면 되잖아요?”
“그러려면 타임머신을 작동시켜 너를 사고 전으로 돌려보내야 하는데 비용이 어마하다는 게 문제야.”
마요네즈는 태블릿을 들여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너는 평생 남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 적이 없구나.”
“평, 평생요? 저는 이제 겨우 초등학생인데요.”
“너 같은 불량 영혼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겠다고 하면 하늘나라 국민이 허락하지 않을 거야.”
“개를 구하다 죽었는데, 그건 좋은 일 아닌가요?”
“맞아! 그래서 골치가 아픈 거야. 나쁜 일 하다가 죽었으면 바로 지옥으로 보내면 되는데 좋은 일을 하다가, 그것도 잘못 죽었으니. 정말 골치 아파!”
창문이 깨진 자국을 보고 새총을 쏜 순서를 맞혀라!
“널 다시 이승에 보낼 수 있는 편법이 하나 있어. 우선 내가 두 개의 문제를 낼 테니 맞혀 봐.”
“어떤 문제인데요?”
“요즘 하늘나라 장난꾸러기들 때문에 머리가 너무 아프다. 며칠 전에 퇴근해서 집에 갔더니 창문에 여러 개의 금이 가 있는 거야. 동네 아이들이 고무줄 새총을 쏜 것이었지. 다행히 목격자가 있어서 새총을 쏜 아이들이 누구인지는 알아냈는데.”
“범인을 잡았으면 됐지. 뭐가 문제인데요?”
“서로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라면서, 먼저 쏜 애 때문에 방향을 착각해서 잘못 쐈다는 거야. 그런데 아무도 자기가 먼저 쏘지 않았대. 그래서 새총 쇠구슬을 보여달라고 해서 살펴봤어. 자! 이 사진을 보고 우리 집 창문에 새총을 쏜 순서를 추리해 봐.”
유리창을 깬 범인을 찾아라!
간신히 첫 문제를 풀자마자, 마요네즈가 두 번째 문제를 꺼내 들었다.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새총으로 깨진 유리창을 애써 고쳐놨더니 다음날 또 쨍그랑 소리가 나더군. 가서 보니 창문이 다시 깨져 있지 뭐야. 이번엔 야구공이었어. 집 밖으로 나가봤지만 아무도 없었어. 범인의 야구 글러브만 떨어져 있었지. 며칠 전에 새총을 쏜 아이들 중에 범인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어. 하지만 아이들은 한 명씩 나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다는 증거를 보여줬지. 다들 알리바이가 있는 셈이야.”
마요네즈는 그때 찍은 사진들이 담긴 태블릿을 내게 건넸다.
“자, 유리창을 깬 범인을 맞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