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이 답답했던 섭섭박사님은 베란다에서 소풍을 즐기기로 했어요. 소풍을 위해 맛있는 빵과 과자를 준비했는데 뭔가 허전하네요? 그렇다면 곁들여 먹는 치즈와 라씨, 마요네즈를 준비할까요?
왜 이런 일이?
→ 결과 : 우유가 굳어 치즈가 된다.
치즈는 소, 염소, 물소, 양 등 동물의 젖, 즉 우유의 단백질을 응고*시켜서 만든 식품이에요. 약 8000년 전 가축을 사육하던 중앙아시아 유목민이 최초로 치즈를 만들었다고 전해져요. 우유 안에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있어요. 이 중 산성으로 응고되는 단백질을 ‘카제인’, 응고되지 않는 단백질을 ‘유청단백질’이라고 부르죠. 특히, 카제인은 우유 속 단백질의 80%를 차지해요.
위 실험은 카제인이 산성에 응고되는 원리를 이용했어요. 단백질은 수소이온의 양(pH)에 따라 성질이 변해요. 우유에 산성인 용액을 넣고 가열하면 카제인이 서로 달라붙으며 치즈가 되지요. 그러기 위해 pH2 정도의 산성인 레몬즙을 우유에 넣었답니다.
| 보너스 | 남은 유청 버리지 마세요!
치즈가 되지 못한 맑은 액체에는 유청단백질이 들어 있답니다. 남은 유청에 우유나 요거트를 1:1 비율로 섞고, 꿀을 조금 넣으면 인도 전통 음료인 라씨 완성!
우유 속 카제인은 식초나 레몬즙과 만나면 치즈가 되지만, 플라스틱으로도 변신할 수 있어요. 2017년 프랑스 기술 스타트업인 ‘락팁스’는 상해서 버려지는 우유에서 카제인을 추출해 플라스틱을 만들었어요. 이 플라스틱은 필름이나 포장재 등에 쓰이죠. 락팁스 최고경영자(CEO)인 마리헬렌 그라마티는 “유통기한이 너무 짧아 많이 버려지는 우유와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답니다.
원래 플라스틱은 석유나 천연가스에서 얻은 에틸렌, 프로필렌 분자 등이 거대하고 단단한 분자 사슬을 이루며 만들어져요. 우유 플라스틱에서는 카제인이 이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카제인보다 석유나 천연가스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게 값이 더 저렴해서 일반 플라스틱은 우유로 만들지 않아요. 문제는 일반 플라스틱은 버려진 뒤 잘 썩지 않아 지구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반면에 우유로 만든 플라스틱은 땅과 물속에서 잘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지요.
우유뿐 아니라 사탕수수로도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어요. 작년 12월 30일, 완구 기업 레고는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 등 식물을 주제로 한 레고 블록에 모두 사탕수수로 만든 플라스틱을 사용했다고 발표했어요. 레고의 환경책임 부사장인 팀 브룩스는 “2030년까지 레고의 모든 제품을 지속가능한 재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왜 이런 일이?
→ 결과 : 레몬즙과 기름이 잘 섞여 마요네즈가 된다.
물 분자와 기름 분자는 서로 섞이지 않아요. 이는 기름의 소수성 때문이죠. ‘친수성’은 물 분자와 쉽게 결합하는 성질이고, ‘소수성’은 반대로 물 분자와 결합하지 않고 기름과 잘 섞이는 성질이에요.
그런데 물 분자와 기름 분자에 모두 결합할 수 있는 물질이 있어요. 바로 ‘계면활성제’지요. 달걀노른자 속 ‘레시틴’이라는 성분은 계면활성제 역할을 해요. 마요네즈를 만들 때 레시틴이 친수성인 레몬즙 분자와 식용유가 섞이도록 돕지요. 물과 기름에 레시틴을 넣으면 레시틴의 지용성 꼬리가 기름을 안쪽으로 감싸고, 수용성 머리가 물 분자와 붙어요(그림). 마요네즈의 분자 구조를 보면 기름이 레시틴에 싸여 물속을 둥둥 떠다니는 상태지요. 레시틴은 우리 몸속 세포에도 들어 있어요. 레시틴 없이는 영양분의 운반과 흡수, 노폐물 배출을 할 수 없지요.
용어정리
*응고 :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