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다 보니 온라인 세상에서 살 수는 없는지 궁금해졌어.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를 온라인 보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박동현
셔터스톡
인간과 디지털기기를 연결한다?
“파란 약을 먹으면 여기서 끝난다. 침대에서 깨어나 네가 믿고 싶은 걸 믿게 돼. 빨간 약을 먹으면 이상한 나라에 남아 끝까지 간다.”
1999년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사람의 뇌 세포에 가상 현실 프로그램을 입력하는 내용이에요. 영화 속 현실에서 인간의 몸은 잠들어 있지만, 정신은 가상 현실에 있지요. 인간과 디지털 기기가 연결된 ‘트랜스휴먼(transhuman)’이 된 거예요. 빨간 약을 먹으면 가상 현실에서 깨어나 어두운 현실을 보고, 파란 약을 먹으면 거짓된 삶을 진실처럼 누릴 수 있죠.
여러분은 빨간 약과 파란 약 중 무엇을 선택하고 싶나요? 파란 약을 선택해 기기와 연결된 채로 살아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우리는 이미 디지털 기기와 긴밀히 연결된 채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스마트폰은 이전에 우리 뇌가 하던 일 중 많은 것을 대신 맡고 있어요. 스마트폰을 이용해 길을 찾고 외국어를 번역할 수 있지요. X(옛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에 접속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도 있고,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이용해 움직이고 다른 사람과 소통이 가능해요.
그런데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니지 않고 아예 몸에 이식한다면 어떨까요? 그동안 많은 사람이 인간이 기계와 결합해 죽음과 노화, 부상 등의 신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안경과 보청기처럼 시력과 청력을 도와주는 간단한 장치부터 전자기기를 이용한 인공 장기들은 이러한 생각을 통해 개발된 것이지요. 트랜스휴먼은 이보다 더 나아가 ‘매트릭스’처럼 인간의 뇌를 디지털 미디어와 연결하는 거예요. 만약 우리가 몸을 뛰어넘어 의식을 정보화하고 인터넷에 전송할 수 있다면, 몸이 없어도 영원히 살 수 있을까요?
GIB
컴퓨터에 내 생각을 업로드한다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을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라고 불러요. 뇌에 전극을 삽입해 생각만으로 글을 작성하는 기술이 있고,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여 물체를 잡을 수 있는 기술도 있지요. 2022년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교 연구팀은 다리가 마비된 환자의 척추에 전극을 이식해 걷게 만드는 데 성공하기도 했어요.
몸에 전극을 심는 것을 넘어서 생각을 컴퓨터에 업로드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요. 2024년 미국의 BCI 기업 뉴럴링크는 사지마비 환자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해 뇌 신호를 컴퓨터에 전송하고 환자의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이는 데 성공했어요. 뉴럴링크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20년 “언젠가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인간이 기억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다시 다운로드해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뉴럴링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뇌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지능을 만들려는 목표도 계획하고 있지요.
생각을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생각은 문서나 링크처럼 다른 사람에게 전송되거나 공유될 수 있을 거예요.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인터넷 공간에 참여해 소통하고 활동할 수도 있겠죠. 1995년에 방영된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를 보면 뇌가 컴퓨터와 연결된 사람들이 죽음을 극복하고 말을 하지 않고도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기억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그러나 기억이 인터넷 정보가 된다면 다른 사람에게 해킹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어요. ‘공각기동대’에서도 해커가 등장해 사람들의 기억을 해킹해 정보를 빼내거나 가짜 기억을 주입합니다. 주인공은 이러한 사건을 보면서, 자신의 기억은 사실이 맞는지, 누군가 심은 정보는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해요. 만일 나의 기억이 누군가가 만든 정보라면, 그 정보로 이루어진 나도 ‘나’라고 볼 수 있을까요?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에 업로드된 우리의 뇌는 AI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디지털 미디어 안에서 이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질문은 그렇게 막연하고 먼 이야기가 아니에요. AI 역시 나날이 발달해 인간의 뇌로만 하던 기능을 대체하고 있어 뇌의 기능과 구별이 어려워질 수 있지요. 디지털 미디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곧 우리가 살아갈 미래와 그 속의 우리의 모습을 잘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