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지고 놀지 않거나 고장 난 장난감이 생기면 어떻게 처리하나요? 장난감은 대부분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으로 이뤄져 있어요. 그래서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과정에서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가 발생하지요. 버려진 장난감을 새로운 장난감으로 만드는 공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알록달록 장난감 병원
11월 12일 방문한 코끼리공장은 일반 공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어요. 기계들이 공간을 빼곡히 메우는 대신 실내 놀이터처럼 알록달록한 장난감이 진열돼 있었지요. 자동차 장난감과 로봇 장난감 등이 가득했어요.
코끼리공장은 버려진 장난감을 수리하거나 장난감을 분해해 새로운 장난감과 물건으로 만드는 기업이에요. 고치거나 새롭게 만든 장난감은 장난감이 필요한 어린이들에게 기증됩니다.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장난감을, 장난감이 부족한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장난감을 새롭게 재탄생시키려면 먼저 장난감의 상태를 확인해야 해요. 사람이 장난감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한 뒤, 36만 개의 장난감 상태를 학습한 인공지능(AI)이 다시 점검해요. AI에 달린 카메라로 장난감을 촬영하면, AI는 장난감이 많이 파손되어서 수리해도 사용하기 어려울지 판단합니다.
사용할 수 있는 장난감으로 분류된 것은 사람이 바로 소독하거나 수리해요. 사용 불가능한 장난감은 분해를 해야 하지요. 분해하는 일은 자원봉사자들이 맡기도 해요. 이날도 코끼리공장에 봉사자들이 방문해 자동차 장난감의 나사를 풀고 있었어요. 봉사자들은 플라스틱 소재만 뽑아 해당 소재를 코끼리공장이 운영하는 폐기물 공장으로 가져갑니다.
폐기물 공장에서는 광학 선별기로 플라스틱에 레이저를 쏘아요. 반사되는 레이저의 진동수 차이를 분석해 플라스틱의 종류를 ABS●와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폴리에틸렌 등으로 분리합니다. 그리고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끼리 모아 녹여 새로운 형태의 장난감을 만들어요.
코끼리공장은 장난감을 새로운 장난감뿐 아니라 화분이나 가구 등으로도 만들기도 해요.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책상도 버려진 장난감으로 만들었어요. 코끼리공장을 운영하는 이채진 대표는 “재활용과 나눔이 활발해질 수 있도록 다 쓴 장난감은 코끼리공장으로 많이 보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환경을 생각한 장난감이 많아지기를”
Q.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생 때 아동학과를 전공한 뒤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어 보니 장난감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러던 와중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장난감을 가정에 대여해주는 사업을 진행했어요. 이 사업에 참여해 보니 장난감은 쉽게 고장 나고 많이 버려진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장난감을 구매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이 많다는 사실도요. 그래서 장난감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가정과, 장난감이 부족한 가정 사이를 연결해 불필요하게 버려지는 장난감의 수를 줄이고 싶어 코끼리공장을 만들었어요.
Q.장난감 재활용은 왜 어려울까요?
우리나라에서 파는 장난감은 대부분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소재가 섞여 있어요. 플라스틱은 종류마다 녹는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섞여 있으면 새로운 장난감이나 물품으로 재활용하는 게 쉽지 않아요. 하나의 플라스틱을 녹이는 과정에서 다른 종류의 플라스틱이 먼저 타 버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스티커 등이 많이 붙어 있어 재활용이 어렵기도 해요. 스티커를 붙이면 화학 물질이 플라스틱에 남으면서 분리가 안 돼요. 디자인이 예쁜 장난감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사를 잘 안 보이게 심어 놓으면 폐기한 뒤 분해하기도 어려워요.
Q.코끼리공장은 어떤 소재의 장난감을 수거하나요?
코끼리공장은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만 수거합니다. 옷 소재로 만든 봉제 장난감은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밖에 없어요. 나무를 가공해 만든 원목 장난감은 대부분 표면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한 화학 물질이 코팅돼 있어 이를 벗겨내 다른 장난감으로 가공하기 어려워요. 봉제 장난감과 원목 장난감은 플라스틱 장난감보다 더 쉽게 손상되거나 금방 상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Q.코끼리공장으로 들어오는 장난감의 상태는 주로 어떤가요?
하루에 평균 2t(톤)의 장난감이 코끼리공장으로 들어오는데, 이중 재사용 가능한 장난감이 70% 이상이에요. 재사용이 어려워 분해해 녹여야 하는 장난감은 30%밖에 안 돼요. 대부분 멀쩡한 상태이거나 조금만 수리하면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인 거예요. 제가 어렸을 때는 장난감을 주로 동생에게 물려주거나 이웃집 친구에게 나눠 줬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Q.다 쓴 장난감은 어떻게 기부하나요?
울산에 있는 코끼리공장 주소로 다 쓴 장난감을 택배로 보내거나 방문해서 장난감을 기부할 수 있어요. 부산 우리동네 ESG센터로 장난감을 보내줘도 돼요. 올해 서울에도 장난감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 앞으로 더 다양한 지역의 사람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지금은 다른 기업이 만든 장난감을 재탄생시키고 있는데 이를 넘어서 코끼리공장만의 장난감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하나의 플라스틱 소재로만 이루어져 재활용이 쉽고, 스티커 등이 붙지 않은 장난감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발달이 시작되지 않은 0~2살 아이가 장난감을 갖고 놀 때, 디자인만을 생각해 만든 장난감이 아닌 환경을 생각한 장난감을 사용했으면 좋겠어요. 친구와 동생들과도 이러한 장난감을 같이 갖고 논다면, 나중에는 더 많은 소비자가 환경을 생각한 장난감을 살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장난감 기업은 소비자의 영향을 받아 환경을 생각한 장난감을 많이 판매하길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