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년대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수많은 천문 현상과 천체를 관측하고 기록한 것으로 유명해요. 그런데 케플러가 기록한 천체 중 4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 번 다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항성이 마지막 단계까지 진화하여 이윽고 폭발하는 것, 초신성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초신성은 태양처럼 무거운 항성 속에서 원자핵들이 끊임없이 부딪히고 합쳐져, 끝내 중심핵이 붕괴하며 폭발하는 현상입니다. 초신성이 발생할 때는 작은 은하 한 개만큼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와요. 눈으로 보면 밤하늘의 그 어떤 별보다도 밝게 보이죠.
케플러가 1604년에 본 초신성은 3주 동안이나 강렬하게 빛났어요. 한낮에도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였죠. 케플러는 10월 17일에 이 초신성을 처음 봤지만, 그보다 8일 전인 10월 9일에 이탈리아의 한 천문학자가 초신성을 봤다는 기록을 남겼어요. 우리나라의 학자들도 같은 초신성을 보고 기록했죠. 조선왕조실록 중 선조실록에는 1604년 10월 13일 ‘객성(혜성 등 낯선 천체를 부르던 말)이 나타났다’며 나라에 큰일이 생길까 봐 걱정하는 내용이 남아 있습니다.
‘항성의 죽음’이라고도 불리는 초신성은 그 뒤로 단 한 번도 사람의 눈에 띈 적이 없어요. 최초의 목격자는 아니지만, 케플러는 1년 동안이나 초신성을 연구해서 자세한 관찰 결과를 남겼어요. 후대의 과학자들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해 인류가 눈으로 본 마지막 초신성을 ‘케플러 초신성’이라고 불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