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 마을에 무슨 일이?
꽁꽁 얼어붙은 자린고비의 집
편지를 보자마자 꿀록 탐정과 개코 조수는 자린고비의 집에 찾아갔어요. 자린고비의 집에는 한기가 가득했고 자린고비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오들오들 떨고 있었어요.
“콜록콜록. 왜 답장을 안 보내고 여기까지 오셨어요?”
둘에게 문을 열어준 자린고비는 버럭 역정부터 냈습니다.
“말로 답장하면 안 되나요? 참 서운하네요.”
꿀록 탐정의 말을 듣고 자린고비가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죄송해요. 너무 춥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성을 잃고 소리 질러버렸어요. 저는 사실 답장이 필요한 게 아니었어요. 큰 종이가 필요했던 거죠.”
자린고비가 바람이 들어오는 문의 구멍을 가리켰어요.
“문에 종이가 찢어져서 큰 구멍이 생겼어요. 그런데 평소 절약을 너무 많이 한 탓에 저 구멍을 막을 커다란 종이 한 장이 집에 없네요.”
그 사이 구멍은 바람이 불면서 더 크게 벌어지고 있었어요. 자린고비의 기침 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었죠. 꿀록 탐정은 한참 고민하다가 문 구멍 사이로 보이는 나무를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종이를 살 수 없다면 종이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꿀록 탐정이 말했어요.
#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종이는 어떻게 만들까?
종이는 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셀룰로오스로 만들어요. 주로 소나무와 전나무, 가문비나무 등에서 추출하지요. 셀룰로오스는 잘 접을 수 있게 유연하면서 각각의 섬유가 끈끈히 결합돼 있어요. 손으로 힘을 가해 당겨야만 찢어지지요.
나무로부터 셀룰로오스를 뽑아내려면 셀룰로오스 사이에 있는 단단한 물질인 리그닌을 제거해야 해요. 리그닌은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쉽게 반응해 색이 누렇게 변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에요. 이를 위해서 종이 제조 공장은 나무의 거친 껍질을 벗겨낸 뒤 나무를 작은 토막으로 잘라내 140℃의 물에 담가요. 끈끈하게 엮인 셀룰로오스를 부드럽게 풀어줄 수 있지요. 나무 조각을 삶는 도중 셀룰로오스와 리그닌의 결합을 끊을 수 있는 수산화 소듐과 황화 소듐을 넣어줘요.
삶은 나무 조각에 물을 뿌려 리그닌을 씻어내면 셀룰로오스만 모인 펄프를 얻을 수 있어요. 펄프에 물을 섞은 뒤 컨베이어 벨트에 부으면 펄프가 종이처럼 납작하게 펴집니다. 펄프 속 셀룰로오스가 튼튼히 결합해 쉽게 찢어지지 않도록 롤러 등으로 눌러준 뒤, 열을 가해 건조하면 종이가 완성됩니다. 이를 다양한 넓이로 자르면 종이가 완성돼요.
종이가 나무만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에요. 버려진 종이를 재활용해 다시 종이를 만들기도 해요. 폐지를 새 종이로 만들려면, 폐지를 잘게 자른 뒤 수산화 소듐 등을 넣어 셀룰로오스를 가닥으로 분해해야 해요. 이때 종이에 묻은 잉크를 분리해 씻어내면 폐지를 펄프로 다시 만들 수 있어요. 이를 건조하고 누르면 종이가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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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과학 넓히기
가장 손 베이기 쉬운 종이는?
책을 넘기다가 종이에 손을 벤 적이 있나요? 종이가 두꺼우면 덜 날카로워 손이 잘 베이지 않고, 너무 얇으면 종이가 손에 닿자마자 바로 휘어져 버려요. 6월 19일, 덴마크공과대학교 물리학과 카레 옌센 교수팀은 가장 손가락이 잘 베이는 종이의 두께를 찾아 발표했습니다. 옌센 교수는 “연구를 위해 논문을 읽다가 손을 자주 베이다 보니 화가 나서 원인을 찾기 위해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죠.
연구팀은 사람의 손가락 대신 젤라틴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어요. 젤라틴은 동물의 힘줄과 연골 등을 이루는 물질로, 늘어나는 정도와 단단한 정도가 사람의 피부와 비슷해요. 연구팀은 두꺼운 휴지와 잡지, 인쇄기에 쓰는 종이, 명함, 사진 등 다양한 두께의 종이를 다양한 각도로 살짝 기울여가면서 젤라틴을 잘라봤습니다.
실험 결과 65㎛(마이크로미터)●, 즉 0.0065cm 두께의 종이를 수직보다 약 15로 기울였을 때 젤라틴이 가장 적은 힘으로 빠르게 잘렸습니다. 한 페이지에 약 40㎛인 <어린이과학동아>보다 1.6배 정도 두꺼운 종이예요. 미국의 과학 학술지인 ‘사이언스’, 영국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의 두께와 비슷하지요. 옌센 교수가 평소 읽는 과학 논문의 종이가 가장 손가락이 베이기 좋은 종이였던 셈입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활용해 종이로 칼을 만들었어요. 65㎛ 두께의 폐지를 잘라 칼 모양으로 만들었지요. 그 결과, 종이 칼은 사과와 오이뿐 아니라 닭고기까지 자를 수 있었어요. 연구팀은 “사람이 사용하기에 가장 위험한 종이 두께를 찾아냈을 뿐 아니라 물체를 써는 칼을 만드는 데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그러면서 “인터넷과 휴대폰 때문에 종이 사용량이 줄었는데 종이의 새로운 용도를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 에필로그
“감사합니다! 이제야 차가운 바람을 막을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러나 자린고비의 기침은 멈추지 않았어요.
“혹시 감기약은 먹었나요?”
개코 조수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어보자 자린고비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어요. 꿀록 탐정이 자린고비에게 돈을 쥐어줬습니다.
“돈을 아끼더라도 건강을 지키는 데는 꼭 쓰세요.”
자린고비는 감동받고 눈물을 흘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