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모두 자리에 앉았나요? 그럼 안전벨트를 꽉 매 주세요. 몸이 약하거나 무서움을 많이 느끼는 친구는 조금 어지러움을 느낄 수도 있으니 조심해 주 시고요. 왜냐고요? 이 곳은 눈이 핑~ 돌 만큼 엄청난 속도로 이동 해야만하는 특이한 세상이거든요. 이 곳에서 탈 수 있는 대부분의 교통수단은 소리보다 훨씬 빨라요. 제 목소리가 닿기도 전에 몸이 먼저 날아갈 정도로 빠르다는 뜻이죠.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죠? 자, 그럼 설명은 이 정도로 마치고 출발하겠습니다. 웰컴 투 *초음속 월드~!



 

물 속에서 땅 속에서, 소리의 속도를 따 라잡아라!
“위잉~, 슝~!”
친구들이 타고 있는 열차는 지금 땅 속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조용하고 흔들림도 없어서 천천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우리는 초음속 월드에 가고 있다는 것을요! 이 열차는 지금 막 시속 700㎞를 돌파했어요. 비록 소리의 속도인 시속 1235㎞보다는 느리지만,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속철도인 중국의 ‘허셰’ 호보다 거의 두 배나 빠른 속도로 땅 속을 달리고 있는 거예요.
이 열차는 ‘튜브 속을 달리는 열차’인 ‘튜브트레인’이에요. 지하에 튜브 모양 모양의 터널을 뚫고 그 안에 초고속 열차가 달리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요. 얼핏 보면 그냥 지하철처럼 보이지만, 이 열차에는 지하철과는 다른 특징이 있어요. 바로 터널에 공기가 거의 없다는 점! 공기가 지상의 100분의 1 정도밖에 없는 진공 상태 속을, 바퀴 없이 자석의 힘만으로 공중에 떠서 달리는 ‘자기부상열차’랍니다.
터널 속을 진공으로 만든 건 열차가 공기와 부딪혀 받는 충격을 없애기 위해서예요. 충격뿐 아니라 흔들림 현상이나 소음을 줄이고 에너지 소모도 적게 하는 데 효과가 있지요. 실제로 튜브트레인은 1994년부터 스위스에서 연구됐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중단된 상태예요. 하지 만 우리나라의 철도기술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김규홍 교수 등으로 이뤄진 연구팀이 세계 최초 개발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답니다.


 

스위스의 국영 철도회사 ‘스위스메트로’가 연구한 튜브트레인의 모습. 지름 6.5m의 터널을 뚫고 그 속을 시속 500㎞의 자기부상 열차가 달릴 계획이었지만 현재 중단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속 700㎞의 튜브트레인을 연구 중이다.


상어보다 빠른 바다 미사일, 어뢰!
그럼 다음으로 바다로 가 볼게요. 방금 친구들의 눈앞을 쏜살같이, 아니 쏜살보다 빠르게 지나간 물체를 보았나요? 바로 ‘어뢰’ 예요. 잠수함이나 배에서 적을 쏘아 맞추기 위해 발사하는 미사일이지요. 그런데 어뢰에는 큰 문제점이 있어요. 바로 너무 느리다는 점! 물은 다른 물체가 뚫고 가기에는 너무나 끈적끈적한 물질이거든요. 수영을 해 본 친구들은 바닷물을 가르 고 앞으로 나아가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거예요.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어떤 물체가 액체나 기체 속을 빠른 속도로 뚫고 가면 물체 주변의 압력이 뚝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나요. 이렇게 압력이 떨어지면 물은 100℃가 안 돼도 끓어서 증발하지요. 그러므로 빠르게 날아가는 어뢰 주변의 물도 순식간에 끓어 수증기가 되고, 이 수증기가 어뢰를 공기방울처럼 둘러싸게 돼요. 이걸 ‘초공동화 현상’이라고 해요.
초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면 어뢰가 직접 물살을 헤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마찰력이 줄어들고 속도도 훨씬 빨라져요. 자그마치 KTX의 두 배인 시속 600㎞나 된답니다. 물론 아직 소리의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보통 어뢰가 시속 80㎞를 넘지 못하는 것에 비하면 정말 빠른 속도지요?


 
▲ 미국 군함이 바다를 향해 어뢰를 발사하는 모습.


 
▲ 물을 증발시키며 달리는 초공동 어뢰의 상상도. 국내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연세대학교 윤웅섭 교수 연구팀 등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초공동화 현상을 일으킨 뒤 찍은 사 진. 이동하는 물체 주위로 투명한 수증기막이 생겨 물과의 마찰력을 줄여 준다.


하늘 위, 소리보다 빠르게!
자, 이제 본격적인 초음속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여기에서는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보통 한 시간에 100㎞를 달려요. KTX는 300㎞를 달리죠. 그러니까 소리의 속도인 시속 1235㎞는 자동차의 12배, 고속철도의 4배가 넘는 빠른 속도예요. 그런데 초음속 세계는 단순히 이동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에요. 소리의 속도보다 느릴 때는 겪을 수 없었던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그 중 하나가 ‘소닉붐’이에요. 소닉붐은 물체가 소리의 속도를 돌파하는 순간 천둥처럼 ‘쾅’ 소리가 나는 현상이에요. 물체가 공기 속에서 움직이면 주위에 파동이 전달돼요. 파동은 잔잔한 호수에 배를 띄울 때 볼 수 있는 것처럼 서로 겹치지 않는 동심원 모양으로 퍼져요. 또 소리와 똑같은 속도로 퍼지는 성질이 있지요. 그런데 만약 물체가 소리보다 빨리 움직이게 되면 파동들이 퍼질 틈이 없어져서 모든 파장이 하나로 합쳐지게 돼요. 이렇게 합쳐진파동을 ‘충격파’라고 하는데, 소리 에너지가 압축돼 있어서 큰 소리가 나게 된답니다.



 
충격파가 발생하면 여러 가지 다른 현상도 일어나요. 파동이 겹쳐지는 과정에서 공기 속에 들어 있던 수증기도 압축돼요. 그래서 물체가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물체 뒤로 구름 같은 하얀 수증기 덩어리가 만들어지기도 하지요. 또 충격파는 움직이는 물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성질이 있어요. 따라서 비행기가 초음속 비행을 하면 연료가 너무 많이 들게 되지요. 여객기가 굳이 초음속 비행을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랍니다.


 
미국 해군의 전투기 F/A-18 ‘호넷’이 지난 1999년 부산앞바다에서 비행하던 중 음속을 돌파하는 장면. 비행기바로 뒤로 구름 같은 수증기 덩어리가 만들어졌다.


초음속 월드, 충격파를 이용하라!
그런데 비행을 방해하는 충격파에는 특이한 성질이 있어요. 바로 소리의 네 배, 다섯 배 속도까지 내는 비행기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는 사실! ‘램제트’와 ‘스크램제트’라는 엔진이 이런 현상을 이용한 새로운 추진기예요.
현재 쓰이는 제트엔진은 공기를 빨아들여 연료를 태운 뒤, 그 힘으로 압축기를 돌려 공기를 꽉 눌러 압축시키는 기관이에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엔진 속에 압력이 높아진 공기가 만들어지죠. 그러면 엔진은 마치 구멍이 난 풍선처럼 엔진 내부의 압력 차이를 이용해 앞으로 날아갈 수 있게 된답니다.
램제트와 스크램제트는 압축기 대신 충격파를 써서 공기를 압축시키는 새로운 제트엔진이에요. 비행기가 초음속으로 날 때는 엔진 입구에 충격파가 생기는데, 이 때 엔진 안을 흐르는 공기의 온도와 압력이 저절로 높아지는 ‘램 현상’이 일어나거든요. 이 현상을 이용한 램제트는 소리의 4배 정도까지 속도를 낼 수 있고, 램제트를 개량해 속도를 더 높인 스크램제트는 소리의 8배까지 낼 수 있어요. 스크램제트는 아직 연구 중인 엔진으로, 지난해 12월 초에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시험 비행에 성공했답니다.



❶ 스크램제트는 미사일용 엔진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2월 9일 스크램제트 미사일 ‘X-51A(흰색미사일)’의 시험비행을 실시했다.
❷ 현재 전투기에 이용되는 제트엔진은 소리의 속도의 2배 이상의 속도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성능 개선을 위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아래).


 


▼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도 제트엔진을 이용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록인 시속 1200㎞의 속도를 자랑하는 영국의 ‘트러스트 SSC’는 두 개의 제트엔진으로 달린다(작은 원). 이 자동차를 개발한 회사는 두 개의 전투기 제트엔진과 한 개의 로켓엔진을 써서 시속 1600㎞
까지 달릴 수 있는 새로운 자동차 ‘블러드하운드 SSC’(아래 그림)를 개발하고 있다.



 
우주, 상상을 초월한 *극초음속의 세계!

소리의 8배 속도로 날아갈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요? 1초에 2.7㎞, 그러니까 큰 학교 운동장을 7바퀴 돌 정도니 굉장한 속도예요. 하지만 이런 속도도 로켓의 속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에요. 지구밖으로 날아가기 위해 발사되는 로켓은 지구가 물체를 끌어당기는 중력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거든요. 그 속도는 최소 초속 7.9㎞예요. 1초에 운동장을 20바퀴 돌 수 있는 속도지요. 이것은 마하 23, 그러니까 소리의 23배와 같은 속도예요. 지금 개발하고 있는 어떤 형태의 제트 엔진으로도 도저히 불가능한 속도지요. 현재 이 속도를 얻을 수 있는 기관은 로켓엔진이 유일해요. 지난해 8월 쏘아 올린 ‘나로 호’도 306㎞ 높이의 상공에 과학기술위성2호를 올리기 위해 이 속도로 대기권을 벗어났지요.
로켓엔진은 내부의 공기 압력 차이로 날아가는 제트엔진과 달리, 연료를 태운 뒤 연소 가스를 빠르게 내뿜어서 날아가는 엔진이에요. 추진력이 큰데다 엔진의 무게도 가볍기 때문에, 우주 여행에는 필수랍니다.


*극초음속 : 소리의 6배 이상의 아주 빠른 속도를 나타내는 말. 로켓, 스크램제트 비행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등이 이런 속도를 낸다.


 
▲ 우주선은 발사 약 1분 뒤 음속을 돌파해 소리의 23배 속도까지 가속해 우주로 날아간다.


 









▲높은 열을 견디는 능력은 로켓뿐 아니라 극초음속 비행기에서도 중요하다. 스크램제트 비행기인 X-43이 음속의 7배의 속도에서 어떻게 견디는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왼쪽)과, 컴퓨터 충격파 해석 실험(오른쪽).


최고 속도? 1만℃의 온도를 견뎌 봐~!
오늘날 극초음속을 연구하는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추진 기술은 물론, 높은 온도에도 견딜 수 있는 재료나 기기를 개발하고 있어요. 왜냐 하면 지구에는 공기로 된 대기층이 있고, 지상으로 올수록 공기의 농도가 짙어지거든요. 그래서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선이나 대륙간탄도 미사일(ICBN)은 점점 더 큰 마찰력을 받게 되지요. 마찰력을 크게 받으면 온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지구로 돌아오는 우주선은 소리의 25배 정도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하고, 온도는 거의 1만℃ 이상으로 올라가요.
지구에 있는 금속 중에 2000℃ 이상의 온도를 견디는 금속은 없어요. 그래서 우주선 표면에서 열을 흡수한 뒤 우주선 밖으로 빠져 나가는 ‘TPS’라고 하는 재료를 씌워 줘야 해요. 이 재료는 귀환 로켓 전체 무게의 40%, 우주왕복선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답니다.
열을 견디거나 조절하는 기술은 스크램제트 등 다른엔진을 연구할 때에도 중요해요. 그래서 최고의 속도를 내기 위한 연구는 곧 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답니다.
 
▲ 지구로 돌아오는 귀환 로켓의 모습. 열에 의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넓이가 넓은 쪽을 앞으로 해서 떨어져야 한다.


자, 이제 여행을 마치겠습니다. 어때요, 눈이 아찔해지는 속도감을 느꼈나요? 먼 미래의 신기술이라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더 빨리 달리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현실이 되어가고 있답니다. 그럼 곧 다가올 진짜 초음속 세상에서 만나요! 웰컴 투 초음속 월드!

2010년 02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도움

    김규홍 교수
  • 도움

    윤웅섭 교수
  • 진행

    스위스메트로
  • 진행

    블러드하운드 SSC
  • 진행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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